주말에 손주들을 데리고 잔다. 토요일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큰 딸 부부가 바쁜 시간이고 손주들도 어느새 그때 외에는 시간이 없다.
그다지 긴 시간도 아니지만 60대 할머니와 7세 정도 아이들이 함께 할만한 놀이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레고와 그림 도구들을 놓아주거나 놀이터에 데려가는 정도인데 아이들은 항상 하미도 함께 놀자고 한다. 그런데 그 함께 놀기가 힘든다.
언젠가 손자에게 엄마인 딸이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을 물어본 일이 있다. 손자는 막힘없이 바로 답을 하였는데 좋아하는 일은 책을 읽는 것이고 싫어하는 일은 자신과 노는 일이라고 한다. 나도 자식들 키울 때 같이 노는 일을 힘들어했던 것 같다.
나의 외 할머니도 내가 옛날얘기 해달라고 조르면 모처럼 벽장 속에서 사탕 한 알 꺼내주듯이 감질나게 호랑이에게 잡혀 먹은 할멈 얘기를 해주셨고 얼마나 귀찮았으면 옛날 얘기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고 협박(?)하셨다.
우리 집안에는 훌륭한 부모의 자질과 의지는 없나 보다.
늦둥이 아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놀이책을 여러 권 사서 보았는데 지금은 그런 적이 있다는 기억만 있을 뿐이다.
요리 책을 읽을 때는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막상 하려고 하면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허둥대다가 결국 포기하고 만다. 아이돌보기도 철저히 실전에서 익혀 경험이 쌓여야 할 수 있는 일이지 책 몇 권 읽는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요리는 외식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아이돌보기는 그 어려움의 강도를 생각하면 함부로 남에게 맡길 수도 없다.
아이들과 유튜브 영상을 틀어 놓고 함께 춤을 추면서 노소가 부담 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노래와 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젊은 트롯가수들이 대부분 조부모가 주 양육자인 데는 다 이런 이유가 있다고 본다. 부모는 바쁘고 조부모는 시간은 많지만 손주와 놀아주는 방법을 모르고.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기호에 맞는 음악을 틀어주는 것이 바람직한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바쁜 부모가 주 양육자인 아이들은 그나마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데 조부모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음악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을 음악의 종류로 굳이 구분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