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중한가?

by 찬희

엄마가 남기고 가신 짐들을 정리하고 있다. 일요일마다 엄마 집에 손녀들까지 모여 함께 한다. 이런 일을 해주는 업체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심정적으로 내키지 않는다.


평생 버리는 것을 두려워하신 엄마의 짐들은 25평 아파트를 파도 파도 끝이 없는 굴처럼 느끼게 한다.


그릇등 부엌살림은 아름다운 가게로 보내고, 가구는 주로 내가 가져오기로 했다.


각종 서류등 종이들이 구석구석 박혀있었는데, 70년대 학생 버스 회수권까지 나왔다(ㅎㅎ).

남동생은 중학교 때 일기장, 잡지에서 오려둔 여배우 사진등 비밀 물건을 간직했던 철로 된 작은 상자를 50여 년 만에 발견하고 긴 회상에 잠겼다.


손녀들은 수 십 년 된 할머니 옷이 진짜 빈티지라며 신기해하고 간직하고 싶은 옷들을 골랐다. 워낙 돈을 아끼던 분이라 지하철역 역사 안이나, 아웃렛에서 싸게 산 옷들뿐이지만, 엄마가 남긴 사진 속에 입고 계셨던 옷들은 나도 버리고 싶지 않아 집으로 가져왔다.


아직도 몇 주는 더 이 정리 모임을 해야 할 것 같다.

냉동실에서 나온 정체불명의 음식 덩어리들, 다용도실에 산처럼 쌓여 있던 매실 청등 각종 병들을 비우고 씻어서 재활용 쓰레기로 버리고, 75리터 쓰레기 봉지 10개 정도를 채웠는데도 앞으로 그만큼 더 버려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 업체에 맡길 걸 하는 후회가 살짝 든다.


무엇보다 내 생활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나는 얼마나 많은 쓰레기들을 끌어안고 있는지... 입도 않는 옷들로 숨 쉴 틈 없이 들어찬 옷장, 쓰지도 않는 그릇들로 부엌 장을 빽빽이 채워 꺼낼 때마다 부딪치는 불편을 겪으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내 성정이 엄마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을 정리하고 챙길 시간은 언제나 부족했다.

애국자도 못되면서 나라걱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어쭙잖은 인류애로 세계뉴스를 봐야 한다는 강박감에 들리지도 않는 뉴스를 듣느라 끙끙대며.


돌아가시기 전에 주변에 물건을 다 나누어 주고 쇼핑백 하나를 남겼다는 친구의 시어머니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무심코 들었는데 , 막상 내가 겪고 보니 그분이 얼마나 대단한 삶의 내공을 지녔는지 이 제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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