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PHEV로 새 옷 입는 그랜저, 가격·감성 앞세운 K8의 고민
2025년 하반기, 준대형 세단 시장이 다시 요동친다. 중심에 선 건 페이스리프트를 앞둔 현대차 그랜저. ‘부분 변경’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외관부터 실내, 파워트레인까지 전방위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그 여파는 경쟁 모델 K8에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을 고려하던 소비자들 사이에선 계약을 보류하거나 다시 고민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그랜저의 변화는 단순한 디자인 손질이 아니다. 전면에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와 새로운 그릴이 적용되며, 실내에는 수직형 대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플레오스 커넥트’ 시스템이 탑재된다.
여기에 LLM 기반 음성비서 ‘글레오 AI’가 추가돼, 차량 내비게이션과 공조 시스템 등을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운전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다.
더불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까지 라인업에 추가될 예정이다. 1회 충전으로 약 100km의 전기 주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 중이라는 점에서, 도심 출퇴근 목적의 소비자들에게는 전기차 이상의 실용성을 제공할 수 있다.
연비와 출력도 함께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며, 기존 하이브리드 고객층을 강하게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K8은 기존의 강점인 주행 감각과 스타일에 집중하고 있다. 프레임리스 그릴과 길게 뻗은 차체, E-LSD 후륜 조향 시스템은 여전히 ‘운전의 즐거움’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빠른 세단 시장에서, 감성적 요소만으로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그랜저의 기술적 업그레이드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K8은 새로운 전략의 기회를 얻는다.
‘합리적인 가격’과 ‘균형 잡힌 사양’으로 무장해, 실속형 세단을 찾는 소비자층을 겨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대안이 아닌, ‘지금 필요한 것만 갖춘 선택’이라는 포지셔닝이 가능하다.
결국 두 모델의 대결은 정면승부라기보단, 각자의 방향성을 강화하며 시장을 분화시키는 흐름에 가깝다. 그랜저는 프리미엄 테크 세단으로 진화하고, K8은 감성과 가성비를 지닌 실용 세단으로 남는다.
선택은 소비자의 가치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기술의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실속의 현재를 선택할 것인가. 기준은 더 이상 단순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