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I-PACE 단종 확정…리콜·기술력 논란에 감가율 치솟아
2019년 등장 당시만 해도 전기차 시장의 ‘룰 브레이커’로 주목받았던 재규어 I-PACE가 지금은 중고차 시장에서 ‘가성비 차량’ 취급을 받고 있다. 불과 5년 전 1억 원이 넘었던 차량이 최근엔 4천만 원 초반에 거래되며 체면을 구겼다.
프리미엄 전기 SUV라는 타이틀은 무색해졌다. 테슬라 모델 Y나 현대 아이오닉 5보다 감가 폭이 훨씬 커지면서, I-PACE는 고가 전기차라 해도 가치 보존이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프리미엄 간판 아래 숨겨진 구조적 한계
출시 초기 I-PACE는 '테슬라 킬러'라는 평가까지 받았지만, 기대와 달리 빠르게 한계를 드러냈다. 충전 속도는 최대 100kW에 불과하고, 인증 주행거리는 333km로 경쟁 모델보다 뒤처졌다. 한겨울이나 고속 주행 시 실제 주행 가능 거리는 200km대 후반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술적 한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뚜렷해졌다. 반면, 경쟁 전기차는 500km 이상 주행거리와 350kW급 초급속 충전까지 지원하며 진화를 거듭했다. 결국 I-PACE는 시장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과거의 차’가 돼버렸다.
단종 선언, 플랫폼 세대교체의 희생양
재규어는 2024년 12월 I-PACE 생산 종료를 공식화했다. 이는 단순한 라인업 정리가 아니라 브랜드 전동화 전략 ‘리이매진’의 일환이다. 2025년부터는 전 차종을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 JEA 기반으로 전환하며, I-PACE 같은 기존 모델은 배제된다.
결국 I-PACE는 브랜드의 기술 변곡점에서 ‘구형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도태된 셈이다. 세련된 디자인과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미래 전기차 전략과의 궁합이 맞지 않아 단종 수순을 밟게 됐다.
배터리 리콜과 집단소송…신뢰도에 타격
가장 결정적인 타격은 배터리 리콜 사태였다. 미국에선 2019~2023년식 I-PACE 6천여 대가 화재 위험으로 리콜됐고, 일부는 제조사가 직접 차량을 회수하는 ‘바이백’ 조치도 이뤄졌다. 캘리포니아에선 현재도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안전성 논란이 지속되며 중고차 시장에선 ‘리스크 높은 차’로 낙인찍혔다. 배터리 상태에 따라 수천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구매자 입장에선 꼼꼼한 이력 확인이 필수가 됐다.
중고 시장의 ‘양날의 검’…고급 vs 고위험
흥미로운 건,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I-PACE가 일부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비춰진다는 점이다. 제로백 4.8초의 성능, 고급스러운 실내, 날렵한 외관 디자인은 여전히 경쟁력을 가진다. 현재는 신차 가격 대비 30% 수준에서 거래돼 가격 대비 체감 품질은 높은 편이다.
다만 고장이 잦은 부품, 단종 이후 수급 어려움, 서비스 네트워크의 부족 등은 여전히 ‘하차감’ 대신 ‘후회감’을 줄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한다. 결국, 이 차는 눈에 보이는 스펙보다, 보이지 않는 위험이 크다는 점을 이해한 소비자만 접근해야 하는 모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