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모빌리티 쇼 2025, 과거와 미래를 한 무대에 올린 혼다의 전략
혼다가 다시 한 번 “혼다스러움”을 외쳤다. 오는 10월 31일 개막하는 재팬 모빌리티 쇼 2025에서 공개될 ‘0 시리즈’는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다. EV의 근본적인 인식을 흔들며 브랜드의 뿌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려는 프로젝트다.
눈길을 끄는 첫 주자는 ‘0 살룬 프로토타입’이다. 공기역학적 비율을 살린 낮고 넓은 차체, 경량 설계를 통한 효율성은 전기차가 가져온 무겁고 둔한 이미지를 지워내려는 시도다. SUV 모델 역시 시야 확보와 실내 공간의 자유도를 앞세워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Thin, Light, Wise”의 새로운 해석
혼다가 강조하는 개발 철학은 ‘얇고, 가볍고, 현명한’이다. 단순히 배터리를 키우는 방식 대신 불필요한 무게를 줄이고 공간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길을 택했다. 이는 곧 주행거리뿐 아니라 ‘운전의 즐거움(Joy of Driving)’을 복원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이 철학이 시장에서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중형 전기 세단과 SUV 시장에서 혼다가 다른 무기를 들고 나왔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레이싱 DNA의 귀환
이번 전시는 미래만이 아니라 과거도 함께 불러냈다. 1988년 F1을 지배한 ‘맥라렌 혼다 MP4/4’, 그리고 500cc 그랑프리를 평정한 ‘NSR500’이 전시장의 한 축을 채운다.
아일톤 세나와 알랭 프로스트, 믹 두한과 발렌티노 로시 같은 이름들이 남긴 기록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지금의 혼다 기술 철학을 지탱하는 뿌리다. 레이싱을 통해 다져진 ‘도전 정신’이 EV 혁신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자동차를 넘어선 모빌리티의 확장
혼다는 땅에만 머물지 않는다. 항공기 ‘혼다제트 엘리트 II’ 실내 모형, 배터리 교환식 전기 스쿠터 CUV e:, 고연비 선외기 엔진 BF350이 함께 공개됐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도로까지 아우르며 이동 수단 전반을 하나의 철학으로 묶는 그림이다. “The Power of Dreams”라는 구호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혼다의 0 시리즈는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쇼에서 드러난 방향성만으로도 EV의 고정관념을 흔들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의 영광과 미래의 실험을 나란히 놓은 혼다의 무대는, 기술과 꿈을 동시에 증명하려는 그들의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