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에르떼 Apr 28. 2023

이모티 더 무비

웃음 뒤에 숨긴 수많은 감정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취향을 잔뜩 담아 선택한 영화, 이모티 더 무비.

이 영화는 휴대폰의 이모티콘 이야기였다. 그들은 하나의 감정만 표현할 수 있었다.

주인공 ‘진‘은 뭐든 간에 시큰둥하고 시들어있는 표정을 지어야 했다. ”뭐“라는 세상 힘 빠지는 말과 함께.


이모티콘들은 휴대폰의 주인인 알렉스가 이모티콘을 선택할 때 각자의 박스에 들어가서 선택을 기다린다. 선택을 받은 이모티콘은 자기만의 감정을 담아 표정을 짓고 그 순간이 스캔되어 메시지로 나가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진‘은 스캔하는 과정에서 다른 표정이 튀어나와 오류라는 오명을 받고 삭제될 위기에 처한다. 다행히 ’하이파이브‘와 ’핵키‘친구가 도와주어 이모티콘 친구들을 삭제의 위기에서 구하고 비로소 표정의 다양성을 존중받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인상 깊게 본 인물이 있다. 바로 이모티콘 세상의 관리자인 ‘스마일’이다. 그녀는 늘 웃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이모티콘들은 그녀가 항상 행복해 보인다고 한다. 나 또한 ’스마일‘을 보며 늘 웃고 있어서 보는 사람도 기분 좋게 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웃는 얼굴을 한 그녀가 가장 무서운 이모티콘이었다. ’진‘을 삭제하기 위해 봇을 불러내고 불법 업그레이드를 통해 악독하게 그를 뒤쫓는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그것도 웃는 얼굴로 말이다.


웃는 얼굴에 침을 못 뱉는다는 말처럼, 웃는 표정은 무적의 표정이다. 웃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 타인은 그 사람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 슬퍼 보이거나 불행해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행복한 사람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일리가 없다며 그 사람을 좋게만 보려고 한다.


하지만 웃는 얼굴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웃는 얼굴로도 무서움을 느낄 수 있구나를 ’스마일‘을 보며 느꼈다. 반짝거리는 그녀의 이빨이 날카로운 칼처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힘들거나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사람이 많을 거다.

광대도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슬프다.

조커도 입은 웃는 모습이지만 눈은 우울함과 절망감을 담고 있다.


우리는 웃는 모습에 가려진 뒷모습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표면적인 것만 보고 좋은 쪽으로만 치부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웃는 표정이 이토록 무서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웃는 표정으로 부정적이고 위험한 감정들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을 ‘스마일’을 통해 새삼 또 깨달았다.

웃는 표정은 단순한 표정이 아니라는 것. 그 어떤 표정보다 복잡한 마음을 숨기고 있는 표정이라는 걸 말이다.


이모티 더 무비에서는 하나의 이모티콘은 하나의 감정만을 내포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다. 한 이모티콘도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있고 그 감정들은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도 옆에 있는 사람들이 좋은 모습만 보여주길 바라진 않는가? 세상 삶이 힘드니까 내 옆에 있는 사람만이라도 짜증 섞인 표정보단 그냥 웃고 있길 바라고, 잔소리보단 달콤한 소리만 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그 사람도 다양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란 걸, 그 감정들도 존중받고 이해받아야 하는 것이란 걸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 사람이 그 표정만 지으면 좋겠어. 그 말만 해주면 좋겠어.

그 말만 안 하면 너무 좋을 텐데. 그 표정은 너무 꼴 보기 싫어.


이렇게 바라기만 한다면 이모티콘들이 봇에 의해서 삭제되는 것처럼 그 사람도 당신의 삶에서 삭제될 수 있다. 그 사람의 다양한 감정을 받아들이고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배려고 더불어 사는 삶이 아닐까?


우리도 ‘진‘이 살고 있는 이모티콘 세상처럼 서로 느끼는 감정의 다양성을 존중해 주고 이해해 주면 좋겠다.

우선 나부터 노력해야겠지. 우린 결국 함께 살아가는 존재니 말이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포토

작가의 이전글 외로움이 날 부를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