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방 하나 월세 얻기
동성가든 아파트.
방 1개
'보증금 100만 원에 월 25만 원'.
다른 선택지는 전화문의도 못 해보고 그냥 포기했다. 내 통장에 50만 원도 모으는 데에 몇 달이 걸렸으니...
용기를 내어서 전화를 걸었다.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전화를 받으셨다. 그 할아버지는 내 사정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일단 직접 만나서 방을 보고 이야기하자고 했다. 주인 할아버지는 백발의 키가 크시고 다정한 인상이셨는데 친절한 말투로 이것저것 나에게 물으셨다. 그때에 내 눈빛은 어땠을까? 정말 간절했는데.... 그 방이 아니면 짐이 큰 박스 두 개가 다 인 내가 살 곳이 고시원뿐 인 걸.
"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남동생이랑 저랑 둘이 있어요. 남동생은 지금 부산에 있는데 여기 구하면 저랑 같이 지내도 돼요?"
".... 엄마랑 아빠가 언제 돌아가싯노?"
" 엄마는 다섯 살 때 돌아가셨고 아빠는 작년에요."
"아빠는 우짜다 돌아가셨노?"
" 간암이요."
" 친척은 없나?"
" 네."
"...."
" 50만 원 먼저 보증금으로 드리고 5개월 동안 월세에다가 10만 원씩 더 드릴게요. 그러면 5개월 뒤에는 100만 원 되잖아요."
"... 그리해라. "
아파트는 30평대 평수였는데 할아버지가 혼자 사셨다. 방이 세 개라서 두 개를 세를 내놓았고 나는 작은 베란다가 딸린 큰 방을 쓰기로 했다. 화장실이 거실에 있었는데 그 누구도 청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나 더러웠다. 주방도 있어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집에 몇 년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주방을 써 본 적이 없다. 거실에는 소파와 TV 도 있었는데 아무도 거실을 쓰지 않아서 겨울이면 냉기가 돌고 여름이면 곰팡이 냄새가 났다.
이삿날을 정하고 그날 짐을 가지고 들어오겠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자기만의 전통이라며 이사 오는 세입자에게 첫날 식사를 대접한다고 했다. 나는 집주인 할아버지와 함께 아파트 상가 지하에 있는 한식뷔페에서 밥을 먹었다. 아주 어색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할아버지가 자기만의 전통이라고 하는 식사라는 것이 나에게만 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할아버지도 외로운가보네... 라는 생각도 했다. 나는 밥을 맛있게 먹었다.
짐이라고 할 것도 없는 박스를 옮겨두고 고시원이 아닌 햇살이 들어오는 공간에서 눈을 떴다. 커튼이나 블라인드도 없는 그 집에서 비로소 나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날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서둘러 부산에 있는 동생 철휘를 데려왔다.
철휘는 부산의 한 중국집에 딸린 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배달일을 하는, 부사관 학과 대학생이었다.
2005년.
그렇게 내 주민등록 주소지도 진주시 동성가든타워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