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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주 Nov 12. 2023

계모라는 것이 Part.2

사랑받고 자라는 것의 중요성

아이란, 스스로가 사랑받고 있는 존재라고 느껴야한다.

가정에서 소중한 존재로 대우받지 못하면 사회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어쩌면 그런 일은 내게 당연한거니까... 라고 생각하게 된다.



"엄마, 설거지는 나중에 다 먹고 할까요?"

"!!!......."


 우리 집에 서울 큰 아빠가 오셨을 때에 내가 저녁 식사를 먼저 끝내고 그릇을 싱크대에 넣은 후 자연스럽게 한 말이었다. 그 때에 큰 아빠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형건이 이놈이 여자한테 미쳐서 지 자식 고생하는 게 눈에 안 보이나보구나.' 싶더란다. 큰 아빠는 그 이후로 형건이 꼴도 보기 싫고 양산 우리 집에 오는 게 불편해서 다시는 오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설거지, 청소기돌리기, 걸레질, 화장실청소까지 했다. 내가 초등 6학년 때이다.

그래도 내가 그런 일들을 했으니 철휘는 청소는 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철휘는 주로 계모가 티비를 보는 동안 발을 주무르는 것을 했다. 계모가 데려온 두 남자 아이들,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아들들은 청소나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 나는 여자니까 나중에 시집 갈 준비를 지금부터 차차 해야한다는 이유로 집안일을 거의 도맡아했다.


아빠는 퇴근하고 돌아오면 나와 계모가 부엌에서 주방일을 하는 모습 보기를 좋아했다. 단란해보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계모는 집안일은 원래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아빠도 세뇌시켰다. 그렇게 나는 원래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면 엄마의 집안일을 당연히 돕는 것이라고 알고 자랐고, 그게 아니라는 것을 중학교 가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깨달았다.


 한 때 내 소원 중 하나가 '엄마가 내 때 밀어주는 것' 이었다. 

보통 주말이면 계모와 나는 목욕탕에 갔다. 계모는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면 세신하러 직행하고 나는 혼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내 몸을 내가 밀었다. 초등생이...

옆에는 다들 엄마들이 딸들 때를 밀어주고 등도 밀어주고 머리도 감겨주고... 내가 평생 못 해 본 것들이다.


"연주랑 목욕 갔다왔어~"


우리 아빠가 목욕탕에서 돌아오는 우리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연주가 엄마가 생겨서 같이 목욕도 가고. 참 다행이다' 아니었을까?

아빠는 몰랐을거야. 지 마누라가 지 자식은 혼자 목욕하라고 두고 자기만 전신마사지 세신 받고 다닌 거-




내 딸들아, 엄마는 절대 너희 놔두고 세신 안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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