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오빠의 구식 카센터
꽤 오랜만에 겨울철 차량 점검을 위해 신흥동의 오래된 골목길로 들어섰다.
거기엔 칠순을 갓 넘긴 사촌오빠의 작은 카센터가 예전 그대로 자리하고 있다.
오빠는 언제나 작업복 차림으로 웃으며 나를 맞아준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기름 냄새와 함께 묘하게 따뜻한 공기가 코끝에 닿는다.
세월이 스쳐 갔을 텐데도 오빠의 얼굴빛은 예전 그대로 환하다.
다만 머리카락에만 세월이 희끗희끗 내려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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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소일거리로 운영하는 카센터! 작은 사무실 같은 공간은 너무나 소박하여 정겹기 그지없다.
오빠가 난로 위에 올려둔 주전자에서 펄펄 끓던 물을 따라 건네준 믹스커피 한 잔.
그 따뜻하고 달콤한 맛이 혀끝을 스치는 순간, 나는 어린 시절의 기억 속으로 자동으로 빠져든다.
국민학교 4,5 학년이던 그 해 가을,
아마도 오빠의 나이 이십 대 후반쯤일 것이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잘생긴 오빠가 예쁜 새언니 손을 잡고
내 프로스펙스 가죽 운동화를 선물로 사 왔던 그 모습이 찰나처럼 스쳤다.
어쩌면 오빠는 나에게 늘 그때의 모습으로 아직도 머물러 있는지도 모르겠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한없이 흘렀지만, 그 따뜻했던 예전의 온기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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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우리 집 형제들은 국산차를 안타는 바람에
오빠네 카센터를 이용할 수 없다. 그나마 국산차를 타는 내가 오빠에게 남은 손님이자(이익을 챙길 수 없는)
한참 어린 여동생이다.
오래된 가족의 온기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따뜻함, 그게 오빠네 구식스런 카센터에 있다.
(칠순을 넘긴 할아버지 오빠에게, 50대 중반의 내가 아주 자연스럽게 보자마자 오빠~~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