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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팔이 Oct 23. 2023

교원대 대학원 파견 시험 후기

1. 파견 시험에 도전하겠다 마음 먹기


대학원에 갈 생각은 원래 하나도 없었다.

지역교대 대학원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는 그냥 돈 내고 학위를 사는 수준(....)이라고 말하는 선생님들이 많았고, 나 역시 4학기 천만원 가량의 돈을 내면서 굳~이 석사 학위에 욕심을 내는 편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 삶에 활력소라 부를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취미삼아 게임을 하기도 하고, 만화를 보기도 하고, 소설도 읽고, 다양한 운동도 배웠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것들은 교직 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는데... 힘듦과 스트레스를 외면하는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저녁이 되고 잠들기 전이 되면 다음 날 아침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빌면서 눈을 감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올해가 되어서는, 이제는 대학원에 가서 새로운 배움을 겪으면 어떨까-라고 쓰고 파견으로 교직에서 잠깐 도망치고 싶다는 속내를 숨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침 원서 접수기간 중이었다. 


마음먹고 수학계획서와 자기소개서, 각종 서류를 준비하는 데에는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유웨이어플라이에 들어가서 서류 업로드하고, 응시료 결제하고, 우체국 가서 실물 서류 접수까지 모든 게 일사천리였다. 내 행동력이 이렇게 빠를 줄은 스스로도 몰랐지.


그게 9월 초였던 것 같은데, 어느 샌가 시험보는 날이 되어서 지난 주말에 시험을 보고 왔다.




2. 따끈따끈한 시험 후기


내가 지원한 과는 초등미술교육과다. 인터넷을 검색을 정말 열심히 했지만 시험 후기를 찾을 수가 없었다. 가끔 찾아도 그건 초등미술과가 아니고 그냥 미술교육과와 관련된 후기여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처럼 후기를 찾아 헤멜 사람을 위해 열심히 후기를 써본다. 


초등미술과는 실기와 필기를 모두 본다.

 필기는 기출문제가 잔뜩 있기 때문에 보고 분석해서 이런게 나오는군~, 체크하면서 공부하면 된다. 문제는 실기다.  실기는 작년부터 3절 사이즈에 소묘를 하는데, 주어진 주제에 맞추어서 현장에서 주는 정물(?)을 갖고 재구성하라고 나온다. 입시미술로 치자면 기초디자인, 사고의 전환 계열이라고 해야 하나? 한 달 전부터 화실에 가서 제가 이런 시험을 준비해야 합니다, 도와주십시오 선생님을 시전했더니 몇 가지 팁을 알려주셔서 그거 위주로 연습했다. 금속, 나무, 물 등의 재질을 표현하는 연습, 그리고 무난한 구도 몇 가지를 외워서 갔다. 어떤 정물이 나오든 구도 안에 밀어넣겠다-는 것이 나와 화실쌤의 전략이었는데... 그건 와장창 무너지게 된다. 자세한 건 밑에서 다시 서술하겠다.




일단 필기 시험부터.

 기출문제 8개년 정도 분석을 하고 그것에 맞춰서 공부를 했다. 선택한 세부전공은 서양화 문제였다. 미술 사조 2가지를 비교 감상하라는 것 한 문제, 현대미술 기법을 하나 놓고 실제 미술 수업에서 기법을 활용한 창의성 함양 방안을 쓰라는 문제 한 문제가 나온다. (동양화나 디자인 소조쪽은 준비를 안 해서 모르겠다.)


필기시험을 위해 교과교육론, 교육과정 위주로 공부를 하고 갔는데 실제 시험은 조금 다르게 나왔다. 전문학습공동체(교사학습공동체)가 해당 교과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과 실제 적용 방안을 쓰라는 것이 공통 문제, 그리고 세부전공 문제는 기출문제와 비슷하게 나왔다. 신고전주의와 신인상주의(쇠라)의 내용과 형식을 비교하여 서술하라 나와서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냥 인상주의가 아니고 신인상주의가 나오네? 하면서 그냥 아는 대로 열심히 비벼 썼다. 현대미술 기법은 아상블라주가 나왔다. 창의성 함양을 위한 적용 방안에 콜라주부터 가르치고 애들한테 재료 모아올 시간 주고 충분히 탐색하도록 한 후 주제에 맞춰 발상하고 표현하게 가르칠 거라고 쓰고 나왔다. 시험지 4면을 제공받았는데 그 중 4면을 싹다 채웠다. 아상블라주인데 콜라주 이야기 써서 감점당할 것 같기도 하고...?

 쓸 때는 자신감에 차서 썼다. 전학공 리더 2년하고 전학공 멤버 1년째 하고 있다. 전학공만 3년째 하는 중이라 여기 시험보는 사람중에 전학공에 대해 나보다 잘 아는 사람 없을거라 생각하고 썼다. 그래서, 답을 못 쓴 문제는 없는데 그게 답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일단 쓰고 나온 데에 만족했다.



실기 시간은 3시간을 주는데, 중간에 면접본다고 나오라고 한다. 실제로는 3시간보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연습은 항상 4절지에 했었는데, 3절은 4절지보다 확실히 크다. 

실기실에 들어가면 가운데 네모난 단상이 있고 그 위에 흰 천으로 시험 정물을 가려놓았다. 시험 시간 되면 천을 걷어주신다. 정물이 한 종류가 아니어서 당황스러웠다.

석고로 만든 여자 흉상, 마스크, 나뭇가지, 돌, 둥근 유리컵에 담긴 물과 흙, 모형 덩굴 식물. 총 여섯 종류의 정물이 배치되어 있었다. 주제는 기후위기와 인류의 삶. 정물을 보고 주제에 맞게 창의적으로 재구성하라고 나왔다. 화실쌤이랑 열심히 공부한 기초 디자인 구도는 그 때부터 무용지물이었다 .어떻게든 밀어넣을 수는 있었겠지만... 


정물 관찰하는 시간을 10분 준다. 그 때는 정물 근처에 가서 자세히 볼 수 있다. 집중관찰시간이라고 하던데, 그 시간이 지나면 나가서 관찰할 수는 없다. 정물을 중심으로 이젤을 나름 공평하게 원형으로 배치해두기 때문에 시험 중간에 나가서 보면 남한테 방해되겠구나 싶었다. 


구도 구상하고 열심히 옮긴 다음에 톤 올린다고 빡세게 칠하다 보면 면접본다고 나오라고 한다. 실기 도중에 면접하겠다고 불러내는 걸 보면서.. 미대 입시에서 이렇게 한다고 하면 난리가 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두 분의 교수님이 계셨다. 자기소개, 공부하고 싶은 분야 이야기, 주소지와 학교가 거리가 먼데 합격한다면 어떻게 등하교할 예정인지 등등.. 사실 깊이 있는 질문은 별로 없었어서 면접은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실기실로 돌아가서 실기 마무리 하면 된다. 6B, 2B, HB 등 다양한 연필, 가루 털기용 빽붓 가져오신 분들도 계셨고 나도 이것저것 챙겨갔지만 막상 제일 많이 쓴 건 4B연필이랑 톰보우 지우개, 커터칼이 다였다. 시험 시간 중에 연필 종류 바꿔가면서 톤 깔고 묘사할 시간 없고 입으로 후후 부는게 더 빠르니까 시간 단축을 생각하신다면 그냥 4B 한 자루로 모든 걸 다 해내겠다는 마음 가짐을 가지는 게 좋을 것이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5시까지 시험 보고 나면 녹초가 되어서 나오게 된다.

합격 발표는 11월 말이긴 한데.. 붙여주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고..

노력을 안 한 건 아닌데 나름 후회없이 시험 보고 나왔다고 생각한다.

과연 나는 교수님의 노예가 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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