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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망토 채채 Jul 26. 2020

지독한 가스라이팅은 이제 그만

나다의 <내 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살래

MNET <굿걸>에 나다가 게스트로 나온 걸 보고, <언프리티 랩스타> 이후에 이렇다 할 음악 활동은 안 하고 셀럽으로 활동하는구나-생각했다. 최근 신곡을 냈다는 소식도 알게 되었지만, 앨범커버도 여자 몸매에다가 제목도 <내 몸(My Body)>이어서 또 그저 그런 섹시 콘셉트의 노래인 줄 알았다. 


이미지 출처: 벅스(https://www.bugs.co.kr)




 언프리티 랩스타가 남긴 것 


언프리티 랩스타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시즌 3으로 진행되었다. 나다는 시즌 3의 우승자. 걸그룹 '와썹'의 멤버로 음악활동을 시작했고, 트월킹(twerking)을 주특기로 줄곧 섹시 콘셉트의 곡으로 활동해온 래퍼다.


이미지 출처: https://tv.naver.com/cjenm.unprettyrapstar3


수많은 여성 래퍼들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갔지만, 현재 본업인 음악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는 몇 없다. 연애로 가십이 되거나, 엠넷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등장하거나, 행사에 셀럽으로 등장하거나 등 이렇다 할 대표곡 없이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여적여' 구도를 만들면서 음악 외의 것들로 상대방을 디스하고, 마치 그게 힙합인 양 포장했다. 개인적으로는 유해한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하며, 곡을 주는 힙합 프로듀서와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의 대부분이 남성이었다는 점에서 여성 출연자들은 래퍼보다는 '대상적' 존재에 가까웠다. 물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고, 새롭게 발굴한 아티스트도 있었겠지만 대부분 음악보다 외모로, 몸매로 화제가 되었다. 실제로 중요한 건 랩 실력인데. 


쇼미더머니에 잘생긴 사람만 나오는 게 아닌데 왜 언프리티 랩스타에는 예쁘고 몸매 좋은 사람들만 나와야 할까? 그랬기에 출연자들에게 주로 오는 일들은 음악 작업이 아닌 몸매를 부각한 화보 촬영 따위의 일이다.


이제 가슴 까는 게 뻔해서 엉덩일까
 바지를 발목까지 내려 내 맘이니까
창피함은 보는 사람 몫이니까

- 나다, 서래마을






 이러한 언프리티 랩스타를 뒤로 하고 


그런 '언프리티 랩스타'지만 예지의 <미친개>나 키디비의 <RRF> 등 몇몇 인상에 남는 무대나 노래가 있었다. 나다의 <nothing>도 가끔 듣게 되는 노래다.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무대였다. 하지만 언프리티 랩스타 이후 처음 낸 싱글이 기대에는 못 미쳤고, 그 이후로는 싱글 위주로 띄엄띄엄 활동해서 뇌리에서는 잊혀갔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소속사와의 분쟁이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기간 나다는 공개연애를 한 적이 있다. 공인에게, 특히 여자에게는 공개 연애는 좋은 점이 거의 없다. 누구와 사귄다는 사실만으로 조롱받기도 하고, 성희롱을 당하거나 난데없는 악플에 시달리기도 한다.





 더 이상 스스로를 낮추지 않아 


그리고 2년 7개월 여의 공백기를 깨고 그녀가 나왔다. 

이번 노래는 달랐다.

랩 말고도 보컬에 도전했다는 것 외에도 가사가 다르다.



누구도 날 끌어내릴 수 없게
누구 아닌 나를 더 사랑할래

울며 잤던 밤 퍼 준 내 맘
모든 게 다 아까워
이젠 다 쓸 거야 네 몸 아닌 내 몸에

- 나다, 내 몸(My Body)


이 가사만 보면 '이별의 아픔을 잊고 이젠 나를 사랑할래'라는 뻔한 주제 같기도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나다가 최근에 한 인터뷰에서 그녀의 심경변화를 느낄 수 있다. (링크)

누구나 과거의 경험을 후회하고, 또 자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정말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한 것이다. 그리고 본인의 가치는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이 노래를 통해서 당당하게 말한다. 


너나 잘해 난 더 잘 돼 가
이런 내가 아까워
이제 다 줄 거야 네가 아닌 나에게



 문제는 내가 아닌 너에게 있어 


연애 관계에서 데이트 폭력이나,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해로운 관계도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그 관계를 끊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고, 스스로의 커다란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 그 결단의 기반에는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크게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나는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니며, 내 시간과 에너지, 내 몸, 나의 모든 것들은 소중하고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자기 확신 말이다. 


아 네가 제일 잘한단 건 거짓말
넌 애기 만들 줄만 알지
애비 될 줄을 몰라



아마 지금도 수많은 여자들은 어떤 이유로든 '가스 라이팅'을 당하며 셀프 후려치기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관계는 생각만큼 쉽게 끊을 수 없다. 왜냐면 그런 패턴에 익숙해져 있고, 그 압력을 가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자존감을 교모하게 낮추고 있으니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가스라이팅(Gas lighting):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로, <가스등(Gas Light)>(1938)이란 연극에서 유래한 것이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그 누구도 그런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 사랑받기에도 모자란 삶이다. 





 건강한 삶을 되찾아 간다는 것 


나다는 최근 친한 동료들과 피구단 '블러드 나인'을 창단했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mq_w_kpgjw8hClwAuj7Taw/videos)


삶에서 연애를 빼고 나면 재미가 없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마음에 맞는 친구들, 즐거운 취미, 운동까지 혼자서도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그리고 그녀는 정말로 혼자의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 듯하다. 


출처: 유튜브 검색 화면 (https://www.youtube.co.kr)

최근에는 이런 상담 콘텐츠도 하고 있다. 


여성 래퍼들은 음악적으로든, 외모적으로든 남성보다 더욱 가혹한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다의 <내 몸>처럼, 더욱더 당당하게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말하는 가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 몸'의 포인트를 꼽자면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메시지예요. 나를 사랑할 사람은 나다. 그런 긍정 메시지를 담고 싶어서 노력했으니, 들으시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자신감 얻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싱글리스트 인터뷰 중에서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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