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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망토 채채 Feb 22. 2024

쉽다고 본 적은 없지만 가시밭길은 아니잖아

르세라핌은 뭘 말하고 있는 걸까, 미니앨범 3집 EASY 리뷰


I'm fearless, 최고가 되겠어

르세라핌의 데뷔곡 'Fearless'는 인상적이었고, 당당한 그룹 이미지, 어려움도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Antifragile'까지도 나(여성)의 강인함이라든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 꿈의 실현 측면에서 좋게 들었다. 


가시밭길 위로 riding
 you made me boost up
거짓으로 가득 찬 party
가렵지도 않아
 
내 뒤에 말들이 많아
나도 첨 듣는 내 rival
모두 기도해 내 falling
그 손 위로 I’mma jump in

- 르세라핌, Antifragile


무엇인가에 도전할 때, 자신감이 필요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노래라고도 생각했다. 특히 이 미니앨범 수록곡인 'Good parts'에서와 같이 나의 약한 모습도 긍정해 내겠다는 메시지는 참 와닿았다. 그들의 ‘가시밭길’이 무엇인지, 대체 누가 falling을 기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Unforgiven yes I was bleeding
힘없이 늘 져야만 했던 싸움
but I ride
바란 적도 없어 용서 따위는
난 금기를 겨눠 watch me now


신념이 죄면 난 villain,
I'm not that cinderella type of a girl

- 르세라핌, Unforgiven


그런데 이후 나온 정규앨범 타이틀곡인 'Unforgiven'부터 좀 의문점이 생겼다. 공감이 안 간다... villain이 왜 나오며 뭘 금기시하고 뭘 용서받지 못한다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누가 곱게 자랐다, 편하게 가수가 되었다고 뭐라고 했나? 근데 사실 중소기획사가 아닌 대형 자본이 있는 든든한 기획사에서 데뷔한 건 맞지 않나. 근데 뭘 져야만 했던 싸움인 건지도 모르겠고 그 어떤 '세상의 평가와 편견'에 직면했는지 모르겠다. 그 무엇보다 주류적인 선택을 한 거 아닌가? 탈코르셋 하려고 했으면 인정;;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과 선택에는 평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 설령 이 선택으로 인해 타인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해도 상관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굳이 용서를 구할 필요도, 용서를 바랄 필요도 없다. 남들이 그은 선을 넘는다 해서 잔뜩 힘주고 비장한 표정을 지을 이유도 없다. 마음속 확신만 있다면 편견에서 비롯된 말과 시선 따위는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다. 그리고 르세라핌이 걸어갈 새로운 길 위에는 같은 생각을 품은 멤버들이 늘 함께할 거다. 함께일 때 비로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당당한 르세라핌 이면의 불안과 고민?


그리고 올 19일에 발매된 이번 미니 3집 <Easy>는 '무대 뒤의 불안과 고민을 다룬다'라고 한다.

미니 3집 ‘EASY’는 르세라핌이 그간 한 번도 들려준 적 없는, 무대 뒤의 불안과 고민을 다룬다. 세상의 시선에 흔들림 없고(‘FEARLESS’), 시련 앞에서 단단해지며(‘ANTIFRAGILE’), 타인의 용서 따위는 필요 없을 만큼(‘UNFORGIVEN’) 당찬 모습은 사실 타고난 것이 아니었다. 르세라핌은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이 숱한 고민의 밤과 셀 수 없는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 앨범 소개 글 중에서


타이틀곡인 'easy'는 가사를 모르고 곡만 들었을 때는 굉장히 루즈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타이틀곡 감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그런데 가사를 보니 좀 자의식 과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누가 억압했냐고. 뭘 그렇게 증명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누가 그렇게 'that's all luck'이라고 쉽다고 폄하했냐고 묻고 싶다. 왜 이렇게 열받아있는 건지... 이게 그들이 이번 앨범에서 말하고자 하는 무대 뒤의 고민과 불안인 건지 진짜 모르겠다.


누구는 말해, "that's all luck"
 난 말해, "no, it's not luck"
내 땀은 not lying, lying

- 르세라핌, smart



그리고 곡으로서도 트랩.. 왜 이렇게 한 물 간 거 같지? 나만 안 힙하다고 느끼는 건가?? 이건 이지리스닝도 아니고 그냥 구리다. 되게 수록곡 같은 임팩트 없는 타이틀곡. 중간에 그루브 타는 안무도 너무 좀 오글거린다.. 솔직히 음원도 안무도 제대로 소화한 사람은 허윤진밖에 없는 것 같다.


다른 트랙들도 사실 실망이 컸다. 1번 트랙 'Good bones'에서 디렉을 누가 봤는지는 모르겠는데 마지막에 소리치는 거 신음소리 같아서 불쾌하다. '후렴구에서 점차 고조되는 샤우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라고 소개 글에는 쓰여있다. 그리고 3번 트랙 'swan song'은 노래로서는 듣기 좋은데, 가사가 피코 같다. 또 억압받은 백조, 조리돌려진다고 하는데 이런 말은 학폭 피해자라든지한테 쓰는 말 아닌가? 좀 황당하다. 4번 트랙인 'smart'는 아마피아노.. 유행하는 장르는 그냥 다 갖다 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괴리감이 느껴지는 이유


분명 르세라핌이 주고자 하는 이미지는 당당함, 굳셈, 강인함 뭐 이런 것들일 테다. 하지만 무대 위의 그들, 노래에서의 그들을 보면 잘 와닿지가 않는다. 


출처: 240219 르세라핌(LE SSERAFIM) ‘이지(EASY)’ 컴백 쇼케이스 Smart 직캠 (발캡처)


'smart'의 쇼케이스 무대를 보면 그냥 느껴진다. 섹스어필 대놓고 하는 안무에 의상... 그러면서 내가 똑똑하다고 하는 게 너무 어불성설로 느껴졌다. 


I'm a smarter baby,
smarter Smarter baby,
smarter 하날 보면 열까지
간파해서 돌파하지

Wanna be a winner
Wanna be a winner
계획대로 돼가지
난 나비가 될 애송이

- 르세라핌, Smart


즉, 괴리감이 느껴진 이유는 ‘쉽지않음 내가 쉽게 해’라는 메시지는 좋은데 그렇게 (여자 아이돌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마르고, 크롭티를 입고 있고 (누구보다 예뻐 보이기 위해) 풀 세팅을 한 친구들이 "독기 품고해내겠어!" 이렇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냥 정말 잘 다듬어졌다, 와 예쁘다 이런 느낌. 그래서 그들의 분투기가 정말 그렇게 가시밭길이고, 분투인지 안 와닿는다. 그냥 주류 세상에 있는 작은 말다툼 정도랄까? 그냥 몸매 관리처럼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경쟁 느낌이다. 


이 원인은 디렉이 다 male gaze 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여자 아이돌 산업이니 어쩔 수 없는 한계는 인정하지만 여자의 주체성이니 도전이니 꿈이니 억압이니 해놓고, 교묘하게 의상은 매번 크롭에 섹스어필하는 안무다. 그런 가사와 정체성을 이용해 먹었다는 게 짜증 나는 포인트다. 티저에서도 무슨 팬티 입혀놓고 내가 제일 당당해 이러고 있으니 인지부조화가 온다.


다음 앨범에서는 공감하고 싶다. 정말로 당당하고 시련을 뛰어 넘어가는 성숙함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며. (저는 르세라핌의 안티가 아닙니다.. 그들의 음악을 응원했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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