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준비와 하객 때문만은 아니다
결혼 준비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만, 결혼식 날짜는 성수기와 비수기가 존재한다
보통 3~6월은 봄 성수기, 이 중 4~5월은 모두가 꿈꾸는 결혼식 시기다
가을 결혼식도 선호하는데, 9월 중순~10월 중순 정도다
성수기에는 당연히 결혼식장 비용이 비싸다. 대관비도 그렇고, 식사비용도 많이 내야 한다. 할인은 적고, 최소 참석인원 수도 높게 책정해야 한다. 결혼식장 입장에서도 이 시기에는 대부분 시간의 예약이 차기 때문에 아쉬울 것 없는 시기다
결혼을 준비하는 많은 예비 신혼부부들이 이런 생각을 할 거다
"결혼식은 어차피 하루, 잠깐이잖아. 비싼 돈 내가면서 성수기에 할 필요 있어?"
맞다. 결혼식 당일은 조금 덥고, 조금 추우면 된다. 하객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그들에게도 잠깐이다
하지만 성수기에 결혼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결혼식은 말 그래도 시작에 불과하다. 식이 끝나면 신혼부부는 신혼여행을 간다. 해외로 떠나는 신혼여행이야 상관없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제주도를 많이 간다. 결혼식에서의 덥고 추운 날씨가 여행 내내 계속된다. 아무리 좋은 호텔을 잡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그 당시의 날씨는 그대로 따라다닌다.
더 중요한 것은 신혼여행에서 복귀한 다음이다
결혼 전부터 동거를 한 커플이 아니라면, 전혀 다른 장소에서 각자의 생활패턴으로 살아오던 두 사람이 이제 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 하루 이틀, 일주일이 아니라 24시간, 365일 함께 해야 한다. 무척이나 행복하고(그러니까 결혼했겠지) 설레는 일이지만, 결혼은 현실이다
성격은 연애할 때부터 각자가 맞춰왔겠지만, 24시간 생활패턴을 한 번에 맞추기는 어렵다. 잠잘 때, 출근 준비할 때, 퇴근 이후 휴식시간에, 주말에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어떤 상태로 있는지 100% 알기 어렵다. 신혼 때는 이 모든 걸 알아가는 과정이다. 서로가 조심하고, 예민할 수밖에 없는 시기인 것이다
그런데 날씨가 무척이나 더운 8월에 결혼했다고 가정해보자. 식을 마치고 신혼여행까지는 재밌게 다녀왔지만, 찌는 듯한 더위가 불쾌지수를 극한치로 올린다. 열대야로 잠도 못 잔다. 혼자 침대에서 자다가 둘이서 자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데, 날씨까지 덥다. 설상가상으로 에어컨을 미리 준비하지 못하거나(여름철에는 에어컨 배송이 굉~장히 늦다) 고장이나도 났다면 큰일이다. 대형 참사다. 신혼 때는 화장실 변기 커버를 올리냐 내리냐, 화장지 채워놨냐 안 채워놨냐, 걸어 다닐 때 왜 쿵쿵거리느냐 이런 문제로 싸운다. 아직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날씨는 이 싸움에 충분히 불을 붙일 수 있다
반대로, 날씨가 무척이나 추운 1월에 결혼했다고 해보자. 집 밖은 외투를 둘러싸도 얼어 죽을 것 같은 날씨다. 퇴근 후 신혼부부의 산뜻한 분위기를 내면서 마트에서 장을 보고, 저녁을 먹은 뒤 손을 잡고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얼어 죽는다. 장보기와 산책은 날씨가 풀리면 언제든 할 수 있지만, 결혼 직후에 이 시간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는 평생의 추억을 결정한다. 돈 몇 백만 원 아끼겠다고 이 기회를 놓치는 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비용이 부담된다면 차라리 시간을 조정해라. 같은 날이라도 11시나 2시 이후의 예식이 조금 더 싸다. 새벽부터 움직여야 한다는 불편함, 하객들의 점심시간에 맞추지 못한다는 미안함은 있겠지만, 그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