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는 어디에 있어야 하나
전설의 돈가스 제23화
1년 뒤, 그때의 과장이 자신이 모시는 부장과 함께 다시 찾았다.
도드람 포크와 동갓의 조인 벤처를 제의하러 온 것이다.
당시 도드람에서는 일본인 조리사를 데리고 와 우동과 돈가스를 이미 하고 있었는데, 동갓 돈가스의 우수성을 눈여겨보고 돈가스 회사를 만들자고 정식으로 제의를 한 것이다.
신동준은 검토를 시작했다.
도드람 쪽에서는 이미 유통망이 있었기 때문에 프랜차이즈의 여건은 매우 좋았다.
그런데 막상 프랜차이즈 설립 검토에 들어가고 공장 자금에서만 50억 정도의 예산이 나오자, 도드람은 더 이상 진전을 시키지 못했다.
당시 연 매출 6백 억 정도의 회사로서는 그 이상의 모험을 하지 못한 것이다.
저지르지를 못하는 것이다.
만약 이 건이 성사가 되었다면 동갓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 있을지 궁금하다.
# 점포는 널려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갖춰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점포의 입지 조건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철학이다.
자금이 많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대로변을 선호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사장님들에겐 뭔가 다른 생각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동준은 점포를 구하는 과정에서도 자신만의 생각이 있었고,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였다.
신동준의 식당 역사에서 위치를 거론할 수 있는 곳은 세 군데다.
신촌과 명동, 그리고 다시 신촌.
여기에서 식당을 일단 운영해보겠다며 달려든 신촌의 <호호>의 점포를 구하는 과정은 크게 눈여겨볼 건 없다.
신동준의 점포 구하기 철학은 <호호>를 나오게 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신촌을 나와 모든 것을 버리고 <우동한그릇>이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을 결심하고 점포를 구하기 시작했을 때는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기로 결심한다.
가장 첫 번째로 세운 원칙이 바로 대로변이 아닌 뒷골목에서 찾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잡게 된 점포가 명동 중앙시네마하우스 뒷골목의 <우동한그릇>이자 최초의 <동갓>인 것이다.
그 점포는 포장마차를 하다가 망해서 일 년 동안 방치해둔 가게였다.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25만 원에 계약을 하고 나서, 절친한 친구를 밥을 사준다는 것을 미끼로 해서 데리고 와 그 가게를 가리켰다.
“동준아, 어디 말하는 거야?”
“응? 야, 내가 지금 손으로 가리키고 있잖아, 저기.”
친구는 신동준의 손가락이 향하고 있는 곳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자세히 보니 가게 터가 있었다.
“뭐? 저기?”
친구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가게 앞으로 다가갔다.
“야, 너 제정신이니? 이런 데서 음식을 팔겠다고? 이야~~ 명동에 이런 데도 있었나?”
신동준은 친구가 비아냥거리는데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야, 너 그냥 그래 보는 거지? 또 딴 데 알아보고 있지?”
“아니, 계약했어.”
사실 친구의 우려는 그곳의 위치를 보게 되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당연한 것이었다.
과연 어떤 손님이 이런 뒷골목까지 찾아오겠냐고 했지만 신동준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홈페이지.
당시에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았었지만 이제는 네트워크 시대라는 것을 이미 깨닫고 있던 것이다.
홈페이지 광고와 방송의 힘 덕분에 기적같이 명동 구석 뒷골목으로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건물주가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짓겠다고 했다.
신동준은 이곳은 ‘도심 재개발’ 지역이라는 것을 알아내어 딴죽을 걸어도 보았지만 주인은 새 건물을 짓겠다고 완강히 말했다.
덧붙이는 말이 새 건물에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 가게를 하면 좋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신동준은 고민을 하다 결국 그렇게 되면 동갓의 콘셉트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과감히 그곳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해서 다시 새로운 점포를 알아보게 되는 상황에 빠지는데, 여기서 잠깐, 신동준의 가게 자리를 알아보는 노하우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일단 인터넷, 부동산 등을 통해 약 30군데를 찾아 돌아다녀 본다.
점포를 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발품이다.
점포는 눈으로 보고, 주변에서 계속 관찰을 해봐야 진면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날로그 적인 과정을 거쳐 두 달 만에 세 군데의 가게로 압축이 되었다.
# 전두환을 위한 돈가스
첫 번째 자리는 연희동이었는데 다름 아닌 전두환 전 대통령 집이 가까운데 있는 주변에서 유일한 낡은 상가였다.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어서 좀 더 알아보기로 하는데 원래는 사무실로 쓰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곳이 식당 허가가 가능한 자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동준이 그 자리를 매력적으로 느끼게 된 이유는 당시 언론에서는 통장에 29만 원 밖에 없다는 전두환의 말이 이슈였다.
전두환의 얼굴이 매일 신문의 1면을 장식하던 때였던 것이다.
신동준은 그것을 이용해 콘셉트를 잡으면 주목을 끌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집 근처에 돈가스 가게를 차리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내거는 것이다.
<<나는 통장에 29만 원 밖에 없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공짜로 돈가스를 주고 싶어서 이곳에 가게를 차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머지않아 신문이나 방송은 ‘저거 재밌는데’ 하며 주목을 할 것이고 자신의 가게를 취재하러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생각이 너무 앞섰던 것인가.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이상하게도 건물주가 식당은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달을 매일 찾아가 설득하고 싸웠지만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고, 슬슬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 야인시대 돈가스 가게
두 번째 자리는 남산 중턱에 헤럴드경제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었는데, 그곳의 분위기가 마치 드라마 <야인시대>의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가게는 12평짜리였는데, 너무 올라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생각지 않게도 그 쓰러져가는 식당 옆에 무려 100평짜리 주차장이 있는 것이었다. 이곳에서도 신동준은 쾌재를 불렀다.
이제 남은 건 그 자리의 주인을 만나는 일이다.
그런데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이 도박을 해서 도망을 간 상태였다.
가게에서 일하던 아줌마 2명 하고 주인을 찾으러 다녔다.
건물주에게 가게를 팔 수 있냐고 했지만 부동산 규칙상 어렵다고 했고, 아줌마들은 월급도 못 받은 상태에서 주인 없는 가게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동준은 물러서지 않고 한 달 정도를 쫓아다니면서 아줌마들하고 주인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매일 가게에 가봤지만, 결국엔 방법이 없었다.
노력을 기울여서 결국 안 되면, 깨끗이 포기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이다.
점포를 찾는 자신만의 철학만 있다면, 신동준의 눈에는 나쁘지 않아 보이는 점포 자리들은 적지 않게 있었다.
그렇게 해서 찾게 된 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