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촬영은 배현주동갓을 만드는 신동준의 모습과 그 돈가스를 먹는 주인공 배현주 씨에 대한 인터뷰로 시작되었다.
S# 동갓 내부
. 고 피디, 배현주동갓을 먹고 있는 배현주 씨에게 카메라 들이댄다.
고 피디 - 혹시 여기 사장님하고 애인 사이세요?
배현주 - 헉! 말도 안 돼요~
고 피디 - 그런데 어떻게 이 돈가스 이름이 손님의 이름인가요?
. 주방 앞에서 씩 웃는 사장 신동준의 모습.
신동준 - 사실은 여기 배현주 씨가 저희 가게 처음 오픈했을 때 너무나 자주 오셔서 우리 집 최초의 단골손님을 기리고자 개발하게 된 돈가스거든요.
이렇게 첫 부분의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배현주 씨는 시간 관계상 먼저 갔고, 신동준과 고 피디 둘만 남아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는데 문제는 손님들이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손님이 들어와야 식당 주인도 할 일이 생기고, 피디는 그런 모습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데, 고 피디 몫으로 돈가스를 만들어 대접을 하고 나서도 단 한 명의 손님도 들어오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연출이 되는 것이었다.
“저 고 피디님, 이렇게 손님이 하나도 안 오면 방송 펑크 나는 거 아닌가요?”
“뭐 문제가 다소 되긴 하지만, 정 안 되면 콘셉트를 바꾸면 되니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장님.”
그렇게 말해주는 고 피디가 고마웠지만, 방송의 방자도 모르는 신동준이 보기에도 계속 손님이 안 오는 것은 문제였다.
커피만 다섯 잔을 마셨다.
그래도 고 피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는지, 생각이 있었던 것인지 짬짬이 신동준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런 멘트를 해라 하며 귀찮게 하고 있었다.
그나마 몇 달 전에 처음으로 케이블 방송에 출연했던 것이 당시 꽤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인가.
저녁이 되자 거의 동시에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연인, 가족, 친구… 거기에 외국인들까지 들어온 것이다.
신동준과 고 피디는 같은 마음으로 쾌재를 부르며 신동준은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느라 바빠지기 시작했고, 고 피디는 연신 카메라를 돌리느라 정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몇 시간 동안 적막강산 같던 동갓이 갑자기 급박하게 북적거려 어떻게 촬영을 했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쏙 빠졌던 몇 시간이었다.
마치 촬영용으로 하늘에서 손님을 보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그런데 문제의 <리얼코리아>가 방송이 나가고, 신동준은 식당을 열고나서 처음 경험하는 인산인해라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신문사와 방송국에서 섭외가 줄을 잇기 시작하고, 가게 앞에는 사람들의 줄로 미어터지게 된다.
당시 동갓이 있는 곳은 명동 중앙극장 옆의 골목 안쪽에 있었는데, 동갓 앞에서 시작한 줄이 중앙극장 앞에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주변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영화가 이렇게 인기가 있나 물어보기 일쑤였다.
또 어떤 날은 경찰이 시위를 하는 줄 알고 찾아오기도 했다.
신동준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가게는 좁은데 방송을 보고 온 손님들 때문에 기존의 손님들에게 소홀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것.
이 지점에서 100% 예약제의 단초가 마련이 된 것이다.
방송이 나가고 6개월 정도 지났을 때인가.
신촌 거리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리얼코리아 작가를 만나게 된다.
서로 놀라 잠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는데, 그 작가의 첫마디.
“아저씨, 그때 왜 절 그렇게 우습게 봤어요?”
당시 신동준이 얼마나 그 프로그램을 하찮게 여겼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고 피디는 신동준이 명동에서 나오고 신촌에 작은 사무실을 냈을 때, 영화를 하고 싶은 생각에 SBS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우연히 처지도 비슷해져서인지 자주 만나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기도 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한다.
당시 신동준은 가지고 있던 꿈 중에 하나가 동갓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는데, 만약 꿈이 현실화된다면 고 피디에게 감독을 요청하고 싶다고 했다.
리얼코리아를 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여타의 프로그램보다 가장 자신을 진실 되게 담아준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 (주)동갓을 차려 봐?
작은 가게라고 해서 동갓에게 그 어떤 야망도 없다면 거짓말 이리라.
또 동갓처럼 오로지 맛으로 승부하는 돈가스 전문점에게 눈독을 들인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 또한 이상한 일일 것이다.
자잘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동갓에게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첫 번째는 명동 동갓 시절을 마감하고 신촌으로 와서 재기를 하기 전에 잠시 신촌에 작은 사무실을 내고 이 생각 저 궁리로 시간을 보내던 때였다.
안산의 한 식품업체에서 제의가 들어와 동갓이라는 브랜드로 프랜차이즈를 심각하고 고민하고 추진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핵심은 식이섬유 소스를 대량으로 만드는 문제였다.
결국 신동준은 포기를 하고 마는데, 이유는 질소 때문이다. 식이섬유 소스를 깡통에 담아 보관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깡통 안에 질소를 주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량생산 대량 유통을 위해 식이섬유 소스와 질소를 만나게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대량 생산하고 각 가맹점으로 유통이 되는 다른 곳의 돈가스 소스들은 사실상 화학조미료 덩어리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두 번째 기회는 명동에서 장사를 할 당시였다.
당시 돈육의 업계 1위는 도드람 포크였는데 어느 날 도드람 포크에서 과장이 손님으로 온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과장은 자신의 고기를 공급할 생각에 온 것이다.
신동준은 자신이 만든 돈가스를 과장에게 맛보게 했다.
그런데 그 과장은 맛을 보고 나서 이 얘기만 남기고 자신의 원래 목적을 말하지도 않고 돌아가게 된다.
“저는 지금까지 솔직히 저희 고기가 최고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돈가스 가게든 저희 고기를 쓰는 쪽이 맛이 더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근데 이 돈가스는 고기 맛이 아니라 소스 맛이군요. 이런 소스라면 고기는 어떤 걸 써도 문제점을 잡지 못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