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갓이 특별한 돈가스 전문점일 수 있게 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정말로 기상천외한 음식을 들자면, 바로 아이스크림 튀김이었다.
사실 흰구름동갓이 제 아무리 특이하다 하여도 식이섬유 소스를 돈육 사이에 넣은 정도이고, 고추동갓이나 깻잎동갓 역시 대동소이하다 할 것이다.
그나마 배현주동갓이 튀김옷을 입히지 않은 돈가스라는 점에서 기상천외 지수라는 게 있다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지만, 아이스크림을 튀긴다는 발상에는 정말이지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신동준이란 사람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혹 어린 시절에 어떤 큰 사고를 당하지나 않았는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어떻게 아이스크림을 튀긴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인가.
당시 동갓에서 아이스크림 튀김을 먹어본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뜨거운 기름에 튀겼는데도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고 있다는 것에 일단 놀란다.
물론 바로 먹지 않고 보고만 있다가는 보통의 아이스크림처럼 서서히 녹기 시작하지만,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바삭바삭한 튀김옷 안에 딱딱함을 유지한 채로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동갓 코스의 대미를 장식하는 아이스크림 튀김을 먹고 나면 그전에 먹었던 흰구름이나 고추, 깻잎과 배현주동갓의 놀라운 맛을 바로 잊어버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한다.
신동준은 2002년 말 명동을 떠나 방황을 하다가 2003년 12월 신촌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동갓의 간판을 내린 지 1년여의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뭔가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게 된 상황이었다.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했고, 고민을 한 끝에 식당이니만큼 멀어져 간 손님들을 다시 오게 할 수 있는 건 새로운 메뉴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시 연구와 개발에 들어가게 된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마다 반복해왔던 무작정 여행은 다시 시작이 되었고, 아이스크림 튀김이라는 메뉴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아이스크림과 튀김을 조화를 시킬 생각을 한 것일까.
돈가스라는 음식의 발상을 전환하여 식이섬유 소스를 돈육 사이에 넣는 것을 생각한 신동준은 또다시 뭔가 기존 음식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없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자신의 음식 코스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코스 음식이라면 당연히 전채 - 메인 - 후식의 순서일 텐데, 이 코스에는 후식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
새로운 음식의 개발은 후식으로 결정하고 고민에 고민, 연구에 연구를 하게 되고, 뭔가 풀리지 않을 때면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길을 나섰다.
후식이란 무엇인가.
디저트란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인가.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렸다.
“전채, 메인, 후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나?”
“그야 당연히 메인 요리 아닙니까?”
“후식이네.”
이번엔 또 어떤 말로 자신의 요리를 낱낱이 흐트러뜨릴지 궁금해졌다.
# 아이스크림튀김의 탄생
“유종의 미를 생각하게나. 끝이 좋아야 다 좋은 걸세. 후식은 따뜻해야 하네. 그동안 먹은 음식의 모든 것을 감싸 안는 듯한 느낌을 주어야 하고, 결국 그것을 먹는 사람이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어야 하네.”
어느 날, 신동준은 홍천으로 발길을 돌렸다.
가늘 길에 온통 내린 눈으로 하얀 세상이었다.
휴게소에 들러 어묵을 먹으며 벤치에 앉아 차들이 주차해 있는 바닥에 쌓인 눈들을 그저 바라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야~~ 저렇게 하얀 눈 같은 음식 없을까?’
하늘 위로 고개를 드니 흰구름동갓의 영감을 준 하얀 구름은 여지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시 고개를 내려 눈을 바라본다.
‘아냐, 눈 같은 음식이 아니라 아예 눈을 먹을 순 없나? 눈?’
얼음 결정체인 눈을 떠올리는 건 아이스크림이다.
마침 아이스크림은 훌륭한 후식이다.
하지만 신동준의 자존심상 동갓 코스의 위대한 후식의 자리를 단순한 아이스크림에 내어줄 수는 없는 노릇, 뭔가 다른 아이스크림이 필요했다.
‘그래, 아이스크림, 좋지... 근데 아이스크림을 어떻게 지지고 볶지..? 이것 참, 돈가스처럼 튀길 수도 없고...’
그때 버스가 출발을 하려 했기 때문에 신동준은 먹던 어묵을 그대로 손에 들고 버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리에 앉은 그는 계속 생각에 잠긴다.
‘돈가스는 역시 튀기는 거고... 아이스크림도 튀길 수만 있다면 환상일 텐데... 쩝...’
신동준은 어묵의 나머지 부분을 입에 넣으려는데 버스가 출발하는 바람에 어묵을 입 언저리에 묻히고 만다.
순간, 번쩍했다.
‘아냐, 왜 아이스크림을 튀기지 못한다고 미리 포기해? 아냐, 튀겨 보자고. 방법을 찾아보고 해 보고 안 되면 그때 포기하면 되는 거 아냐? 가만, 아이스크림을 튀긴다... 그래, 아이스크림 튀김!’
가평에 도착한 신동준은 바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자정이 훨씬 넘어 가게로 돌아온다.
불을 켠다.
손에는 올라오다가 편의점에서 산 여러 가지 종류의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다.
주방에 들어간다.
아이스크림들을 도마 위에 펼쳐 놓는다.
아이스크림 튀김이다.
물론 생각은 기발하게 했지만 막상 아이스크림 튀김이라는 것을 만들려고 하니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음이 곧 나타나게 된다.
먼저 튀김옷이 두툼하여 아이스크림 특유의 아쌀한 맛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이스크림 튀김이라는 음식 자체는 어떻게 보면 생각을 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음식으로만 보면 단순한 것이다.
하지만 열과 기름 온도와 일일이 싸움을 해야 하는 치열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고, 무엇보다 아이스크림을 둘러싸고 있는 튀김옷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아이스크림 보호막을 잘 감싸야 기름이 침투가 안 되고, 무엇보다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보호막은 무엇으로 해야 하고, 그 보호막의 두께는 얼마나 돼야 하는가, 보호막의 튀김 성분은 어떤 것으로 레시피를 정해야 하는가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단순해 보이는 아이스크림 튀김을 만들어 내기 위해 신동준은 수많은 종류의 요리 케이스를 놓고 검토에 검토를 거듭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스크림을 튀겼을 때 그 맛은 반드시 환상적이어야만 했다.
처음에는 1중 보호막을 입혀 튀겨봤다.
1년 뒤에는 2중 보호막을 입혀 튀기게 되고, 최근에는 3중 보호막을 아주 얇게 입혀 튀기는 방법을 고안해서 성공했다.
무려 3중 보호막이지만 처음 시도했던 1중 보호막보다 오히려 더 얇으면서도 기름의 침투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거기에 파삭한 맛의 기운이 돌기까지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2004년 2월 7일, 드디어 아이스크림 튀김이 세상에 첫 선을 보인다.
보호막의 재질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는 죽어도 그것을 밝힐 수 없다고 한다.
다만, 특별한 장비가 있어야 한다고만 얘기할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신동준이 아이스크림 튀김을 개발하면서 맛을 보지 않고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자신이 맛을 보면 자신의 입맛이 기준이 될까 봐, 손님들이 먹고 난 후의 반응과 분위기를 살펴, 다음 과정에 반영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했다.
자신의 입맛이 아닌 손님들의 입맛을 기준으로 맞추기 위해 자신은 절대 먹지 않고 개발을 했다는 것이다.
음식을 먹고 났을 때의 손님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느냐 여부가 자신이 만든 음식의 기준이 된다는 그이기에, 손님들의 반응을 컨슈머 리포트로 데이터화 한 것이 적중한 것이다.
손님을 행복하게 해 주려면 손님의 입맛을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음식을 개발하면서 자신은 먹어보지 않고 만들어낸 것은 또 있다.
배현주동갓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지 신기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