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인터넷 예약제

전설의 돈가스 제26화

by 김영주 작가

신촌으로 와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신동준이 준비한 것은 음식에서는 아이스크림 튀김이었다.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도 뭔가 확실한 돌파구가 필요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무엇인가를 터뜨려야 했다.

억지나 객기에 의한 것이 아니어야 함은 물론이다.


결국, 신동준은 명동 시절부터 조심스럽게 고민해오던 카드를 꺼내야 할 시점이 되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100% 인터넷 예약제다!


뭐? 이게 가능한 거야?


동갓은 모든 식당이 그렇듯이 지나가다가, 혹은 찾아가서 문을 열고 들어간다고 해서 '어서 오세요~'하며 반갑게 맞아주는 식당이 아니었다.

반드시 예약을 하고 와야 하며, 결제까지 마쳐야 비로소 손님의 자격이 주어졌다.


예약이 일상화되다시피 한 극장도 길을 가다 문득 영화가 보고 싶으면 즉석에서 돈을 내고 들어갈 수가 있는데, 도대체 뭐가 잘났다고 동갓은 식당인 주제에 예약, 그것도 인터넷 예약제를 고수한 것일까?


"요리사로서 승부를 던진 겁니다."


신동준은 담담하게 얘기했다.

자신은 요리 경력 16년을 지내오면서 요리사로서 누려볼 것은 다 누려보았다고 한다.

프랑스처럼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는 식당이 우리나라에도 최소한 몇 개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무려 2004년 1월 1일 예약제를 실시했을 때 그의 생각이다.


당시에 그렇게 철저한 예약제를 실시했던 맛집은 동갓 밖에 없었다.

필자가 알기로 인터넷을 통한 100%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는 식당은 전 세계에서 동갓이 유일무이했다.

물론 요리사로서의 도전이라는 정신적인 측면 외에 손님에게 최상의 맛을 보여주기 위한 시스템 면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제 돈가스는 여느 집처럼 단순히 돈육에 빵가루를 묻혀 잘 튀겨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동갓은 돈육 안에 소스가 들어가는데 소스는 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숙성인데, 이걸 잘 조절하지 못하면 맛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손님이 언제 올지를 알게 해 놓아야 최상의 소스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맛을 위해 선택한 길이었다는 얘기다.

물론 미리 만들어 놓은 소스를 날짜별로 저장을 해놓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만한 공간도 없고, 그렇게까지 하면서 가게를 넓게 하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예전에 지금과 같은 100% 인터넷 예약제를 하지 않던 명동 시절에 손님으로부터 '최고의 맛'과 '최악의 맛' 분야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최고의 맛이라는 평을 준 손님에게는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소스가 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상태의 소스가 제공된 손님은 최악의 맛이라는 평을 내릴 수밖에 없게 한 것이다.


# 우리 식당은 웹에 있습니다


동갓은 예약제를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단 한 곳밖에 없었던 식당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건 예약제 하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전화를 통해 한다던가, 혹은 인터넷에서 한다거나 아니면 예약제를 하더라도 그냥 방문하는 것과 병행을 하지 않고, 100% 예약제를 했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동갓의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회원가입 절차를 밟고 예약을 해야만 하는, 100% 인터넷 예약제였던 것이다.


이것은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라면 무척이나,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거의 도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결정이다.

과연 신동준은 왜 이렇게 위험한 100% 인터넷 예약을 해야만 하는 식당 운영 방식을 결정하게 된 걸까?


신동준이라는 돈가스 전문점 사장은 돈가스를 팔아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구가 전혀 없는 사람이었던 걸까?

도대체 어떤 자신감이 있었기에 100% 인터넷 예약제를 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당신의 식당은 어디에 위치해 있습니까 하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줄 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저희 식당은 웹에 있습니다.”


# 홈페이지와의 만남


동갓이 홈페이지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은 1998년 무렵이었다.

신촌에서 <호호>를 하던 시절이었는데, 단골손님 중에 당시 벤처 열풍의 주역 기업들 중 하나인 골드뱅크에서 영업을 하던 친구가 있었다.

하루는 그 친구가 신동준에게 이런 제의를 했다.


“사장님, 홈페이지 하나 만들어 드릴까요?”

“홈페이지? 난, 컴퓨터 잘 모르는데...”

“뭐 어렵게 생각하실 거 없으시고요.. 그냥 온라인상에도 사장님 가게를 갖는다.. 하고 생각하시면 돼요.”


신동준 뭔가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에 승낙을 한 것이고, 이렇게 해서 그는 자신의 식당을 웹의 세계에 처음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골드뱅크 사이트에는 당시 70여 군데의 식당, 주점, PC방 등의 가맹점들이 입점을 해 있었는데, 그중 <호호>도 들어오게 된 것이다.

물론 당시는 메인 페이지가 아닌 서브 페이지에 간단한 식당에 대한 설명과 호호 게시판 정도였다.

하지만 신동준은 이 경험을 통해 인터넷에서 게시판이란 것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결국 98년 PC통신 시절에 신동준은 인터넷의 맛을 본 것이고, 게시판을 통해 네티즌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몸소 느끼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제는 온라인 시대가 왔으며, 식당이라고 해서 예전처럼 목 좋은 길목에 반드시 위치할 필요가 없고 대로변에 있을 필요가 없겠다는 신동준의 철학이 싹트게 되는 것이다.


70여 군데의 가맹점들이 가지고 있는 게시판들 중에서 모두가 열심히 게시판을 관리하고 있었지만, 신동준의 호호는 주로 단골손님인 연세대 학생들이 놀러 오는 공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게시판이 활성화된 곳으로 호호가 선정이 되었는데, 그 이유를 알고 보니 단골손님이던 골드뱅크의 담당자인 김명수 대리가 호호를 메인 화면 구석에 올려놓았던 것이다.

서브 화면과 메인 화면의 차이를 몸으로 느낀 것이다.

서브 화면에 있을 때와는 달리 메인 화면에 오르자마자 게시판이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신동준은 웹의 위력을 느끼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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