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의 트로트 이야기

이 글을 쓰는 이유

by 김영주 작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트로트에 대해 드문드문 생각나는 장면들을 얘기했다. 물론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겠지만 이 정도에서 마무리 한다는 건 그만큼 트로트가 나에게 훅 들어온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그동안 트로트에 별 다른 관심이 없었던 내가, 이제야, 무려 50대 중반이 되어서야 트로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이유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미스터트롯>이다.

근데 나만 그런 것 같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트로트에 빠졌다. <미스터 트롯>의 시청률 수치가 모든 걸 증명해준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35%가 넘었다는 건 말 다했다는 거다. 이런 숫자는 방송이라곤 KBS, MBC, SBS밖에 없던 1990년대의 <일요일일요일밤에>나 가능했다. 최근 지상파의 한 수목드라마가 시청률 0%대를 찍은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나온 <미스터트롯>의 시청률은 마치 지난 4.15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열광이다. 미친 거다.

트로트가 대세라는 건 다른 프로그램들의 시청률로도 알 수 있다. <미스터트롯> 탑7의 주역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들마다 시청률을 대폭 올리고 있다. MBC <라디오스타>가 그랬고 jtbc <뭉쳐야 찬다>가 그랬다. 오죽했으면 jtbc <아는 형님>은 탑7을 데리고 한 녹화분량으로 무려 3회 분을 방영했다. 더욱 놀라운 건 탑7 멤버들이 그대로 나오는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 사랑의 콜센타>가 매주 20%가 넘는 기염을 토하고 있고, 탑4 중심으로 만들고 있는 <뽕숭아학당>도 13%를 가볍게 넘긴다는 점이다. 지상파가 아닌 종편의 예능이 기록하는 시청률로서는 도저히 믿기 힘든 숫자다.

이유를 알고 싶다. 지금 트로트 열풍이 거세게 부는 이유는 무엇인가. 트로트는 도대체 어떤 음악인가. 주류에서 비주류로 다시 주류로 비주류로 변방으로 갔다가 다시 비주류로 가나 했더니 어느 틈에 주류로… 트로트의 기나긴 생명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 이유를 알아보고 싶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까. 아무래도 일단은 이 땅에서 트로트라는 장르가 언제 생겨나서 어떤 변화를 거쳐 작금의 <미스터트롯> 광풍까지 오게 됐는지 알아보는 것으로 시작해보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데 어차피 가끔 쓰고 있는 이 글들이 곧 책은 아니니, 일목요연한 순서를 잡고 써나가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때는 트로트의 역사를 들여다보기도 할 것이고, 또 어떤 날은 트로트 가수 한 명에 대해 쓰기도 할 것이다. 혹은 트로트에 대해 평소에 내가 궁금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적어가기도 할 것이다. 또 어떤 날은 현장으로 나가 현직 트로트 가수를 인터뷰 할 것이다. 한마디로, 트로트에 대한 글을 내 맘대로 쓰겠다는 것이다.

내가 대중가요를 전공한 학자는 아니니 깊이 있는 분석과 디테일한 논문 등에 의한 뭔가 거창한 이론을 기대하신다면 당장 이 글을 구독하는 것을 그만하시기 바란다. 난 그저 ‘지대넓얕’ 정도의 수준으로 트로트를 알아갈 것이다. 어쩌다 파고드는 지식들이 학사를 넘어 석사 혹은 박사 수준에 필적이라도 할 것 같은 느낌이라도 들라치면 당장 멈출 것이다. 그 시간에 트로트 한 곡 더 만나고 흥얼거릴 거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몇 권의 책들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나오는 기사들과 각종 글들이 주 자료가 될 것이다. 거기에 방송작가라는 직업을 십분 활용하여 만날 수 있는 트로트 관련 분들에게 최대한 물어보고 들을 것이다.

이 글의 목표는 무엇인가.


50대 중반이 되도록 ‘트‧알‧못’이었던 한 남자가 조금씩 트로트를 알아가면서 삶의 기쁨을 알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적어가는 것이다.


그것에 충실할 수 있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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