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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최 Nov 21. 2023

'그냥'이 이유인 사람들을 찾아서

열정 가득한 시민들의 원탁회의

[그냥 / 권상진]


그냥, 이라고

네가 말하는 순간

그는 왼쪽에서 냥은 오른쪽에서

자동문처럼 스르륵 닫히고

우리는 견고한 그냥의 앞과 뒤에 서 있다


손잡이가 없는 그냥 앞에

한 걸음 더 다가섰지만

당분간 아무도 인식하지 않겠다는 듯

미동도 없는 문


그냥을 바라보며

나는 슬픔을 잘 다루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너는 그냥에 가만히 기댄

슬픔에 잘 길들여진 사람이라 대답한다


열 개의 사전과 백 개의 공식으로도 풀리지 않는

천 개의 의문 부호를 가진 말


사랑이라고 말하지 말라

그냥

이라는 말을 해독할 수 있을 때까지

('노을 쪽에서 온 사람'에서 발췌)

노을 쪽에서 온 사람 / 권상진

명예나 지위에 상관없이 '그냥' 좋아서 하시는 분들이 있다. 경남혁신도시 사회혁신 네트워크인 함지네(함께 만드는 지역사회 네트워크)도  '그냥' 좋아서 하시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회의참석수당을 드릴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조례가 만들어진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차비와 식비 정도만 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정말 지역사회의 변화를 위해 작은 것이라도 함께 만들어 보고자하는 마음과 열정을 지닌 분들을 함지네의 멤버로 모시고 싶었다.


그러나 가늠할 수가 없었다. 어떤 분들이 간절함을 가진 분들인 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분들을 함지네 멤버로 모셨다. 그 대신 함지네 멤버의 풀(pool)을 확정하지 않고 함지네를 들락날락할 수 있게 느슨한 네트워크로 운영을 했다.


시간이 흐르자, 어떤 분들이 간절함을 가지신 분들인지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회의참석수당을 늘 받고 회의에 참석하신 분들은 수당이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당신들이 보았을 때 일반시민으로 보이는 분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불편해서 그런지, 주로 전문가분들과 시민사회단체분들은 차츰차츰 함지네 토론회에 빠지기 시작했다.


간절함을 가진 분들만 남게 되었다.

이젠 굳이 큰 회의장을 빌리거나, 일회용 현수막을 걸어가며 회의를 할 필요가 없었다. 현수막을 휴대하기 편하게 만들어 들고 다니며 시민분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회의를 했다.

대형현수막을 뒷면에 걸고 시작한 함지네 토론회
휴대용 현수막
목욕탕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카페 겸 갤러리(LUCIDA)

간절함을 가지신 분들과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게 다음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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