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가장 아쉬웠던 행사가 가족 운동회였다. 작년부터 가족 운동회를 다시 시작했다. 대부분 유치원과 학교가 10월에 운동회를 끝냈다. 우리는 10월에 공개수업도 있었고 밖에서 하지 않고 실내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한 후, 날짜에 구애받지 않았다.
20년 전까지 운동회는 푸른 하늘을 보면서 실외에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잘 맞지도 않는 일기예보에 의지 하면서 밤잠을 설쳐야 했다. 당일 날 아침에 '우두둑' 떨어지는 빗소리에 난감했던 기억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당황스러웠던 마음이 고스란히 되살아 난다.
교사들은 운동회가 다가오자 참석할 가족을 확인한 후에 반 별로 청백을 나눠서 안내했다. 그리고 기념품과 게임 선물을 준비하는 것 이외에 큰 부담 없이 운동회를 준비했다. 모든 선물에 포장을 하지 않는 것이 유치원의 방침이었는데 진행자의 부탁으로 올해는 오염보다 진행의 재미를 위해서 포장을 하기로 결정했다. 선물이 많아서 포장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라떼는 말이야. 운동회를 몇 달 전부터 준비했어요. 애들 태우고 달리려고 함지박에 구멍 뚫고 구멍에 끈 묶어서 만들고
애들하고 색종이 잘라서 바구니에 넣고 파란색 흰색 한 지 붙여서 박 터트리기 준비하고
과자 따먹기 할 우산 만들고
아이들 마스게임 준비하고... 나는 운동회 끝나면 목소리가 안 나와서 몇 달을 고생했다니까."
포장을 하면서 30년 전 운동회 얘기부터 시작이 되었다.
"원장선생님, 육개장도 끓이고 음식도 했잖아요. 저 운동회 할 때 외부 손님들 대접한다고 우리 엄마는 저랑 게임도 못 했어요."
나와 같이 운동회 현장에 있었던 유치원 교사의 증언이 더해지면서 라떼의 맛이 진해졌다.
"게다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했어요."
"진짜? 대단하다. 지금 같으면 다 민원이다."
결국 과거의 추억은 현재 시점에서는 죄다 민원감인 경우가 많았다.
운동회는 아침 일찍 시작해서 점심시간 전에 끝나는 일정으로 짜였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체육관에 들어서는 가족들의 웃음과 설레는 표정은 30년 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유치원 원장 이호리입니다. 추워진 날씨에 몸이 움츠려지는 것을 알고 우리 유치원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 오늘 운동회를 준비했습니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그때그때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아쉬움과 미안함이 훨씬 많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아깝게생각하지 마시고 내일 또는 1년 후,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가면? 대학 갈 때까지만 하면서 미루지 말아 주세요.
부모님들만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우리와 함께할 시간을 무한정 기다려 주지 않더군요.바로 오늘, 우리 아이들이 우리를 가장 원할 때이고 아이들과의 추억을 저축할 적절한 시기입니다. 지금 저축한 것은 꼭 30년 40년 후에 어떤 모습과 크기 일지는 모르지만 행복으로 지급될 거라고 믿어보시기 바랍니다. 자식을 키우는데 대가를 바라고 키우지 않고 있으니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좋은 환경은 상황에 구분 없이 기꺼이 가족이 함께 해주는 것입니다. 함께 있어 즐거울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원장의 입장이 아니라 삼 남매를 먼저 키우고 있는 선배 엄마의 조언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새벽같이 준비하고 나오셨으니 맘껏 아이들과 즐기시기 바랍니다. 놀이교육은 놀아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는 것입니다.오늘 즐겁게 놀아 주세요.
단, 아버님들께 부탁드립니다. 쇄골이 부러지거나 다리가 골절되게 달리지 않으셔도 지금 아이들과 함께 손잡고 서 있는 자체가 이미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빠의 모습입니다. 그러니 안전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놀 준비 되셨나요?"
"네에~~~"
강당을 울리는 우렁찬 대답과 함께 가족운동회는 시작이 되었고 큰 사고 없이 끝이 났다.
"오늘 베스트 장면은 뭐 같아요?"
"베스트고 뭐고 살을 빼야겠어. 우리는 부부게임하면 다 내팽개쳐질 거야. 아까 시우아빠 봤죠? 2단계에서 안고 한 바퀴 돌리라고 하니까 시우엄마 바로 버리고 퇴장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