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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짓고 복 받는 새해가 되길

by 앞니맘


월요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고 사실상 토요일부터 설날 연휴에 들어갔다. 방학 동안 쉬지 않고 출근했던 이유도 설날 연휴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휴 내내 늦잠을 자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계획대로 늦잠을 자고 일어났지만, 아이들은 일어날 시간이 아니었다. 일을 시작하기 전 루틴, 고구마를 씻어 요술 프라이팬에 굽기 시작했다.


"청소부터 할까?"

물을 한 잔 마시고 청소를 시작했다. 군대 간 둘째 아들이 쌓아놓고 간 이불과 옷을 세탁 방법, 색상별로 분리했다. 건조기를 이용하지 않고 말리기 위해 이틀 정도 나눠 빨기로 했다. 이불 홑청을 세탁기에 넣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이불솜을 건조기에 넣고 먼지 털기 기능을 눌렀다. 덜덜덜 건조기가 이불을 털어준다.


"자기야, 나와봐."

이불을 들고 데크로 나간 남편이 나를 불렀다.

"왜?"

슬리퍼를 급하게 신고 마당 끝에서 나를 기다리는 남편 앞으로 뛰어갔다.

"여기 꽉 잡아."

이불 양쪽 모서리를 내 손에 쥐여주고 남편은 이불을 살살 펴가며 반대쪽에 섰다.

"봐봐. 이렇게 양 끝을 위로 올렸다가 양쪽으로 벌리면서 빨리 내려."

난간에 걸쳐놓고 먼지를 터는 것만 해 본 나로서는 신기한 방법이었다.

"어, 이거 재밌네. 소리도 좋고. 어디서 배웠어?"

"군대. 입에 먼지 들어가니까 말하지 마."

아들이 나보다 커지기 전까지 우리는 함께 이불을 털었다. 어느 순간, 무거운 이불을 털 때는 나 대신 아들을 불렀다. 구령에 맞춰 마당에서 이불을 털던 풍경이 생각났다.

"삐삐삐"

이불 털기가 끝났다고 건조기가 나를 불렀다.


가을에 담근 진잎 김치 하나를 건져 썰었다. 국물과 찬물을 섞었다. 군고구마와 함께 먹었다. 궁합이 딱 맞는 음식이다.


라디오를 들고 작은아들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엄마가 알아서 정리해 주세요."

악보, 전공책, 노트북, 화장품, 면도기, 일기장, 비상약 등 책상 가득 쌓아놓은 물건들이 아들 대신 말하고 있었다.

"왜 이리 약이 많아."

진통제, 몸살감기약, 눈에 넣는 인공눈물까지 아기 때는 감기 한 번 오래 앓아 본 적 없는 튼튼이가 왜 이리 약을 달고 살았을까? 엄마 상상력이 발동했다. 말없이 이겨냈을 지난 2년이 비상약 봉지에서 느껴졌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약간 두르고 불을 켰다.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볶다가 들기름과 참치를 넣었다. 어제 먹다 남은 찬밥을 넣고 더 볶았다. 우리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엄마표 참치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놓고 집을 나왔다.


"엄마는 커피 쿠폰 쓰러 나간다."

방송국에서 받은 커피 쿠폰 유효기간이 오늘까지다. 걷고 싶었다. 차를 마트에 주차하고 카페까지 걸었다. 평소 차 안에서 스치듯 지나간 현수막을 천천히 읽었다. 자동차 소음과 함께 맑고 청량하게 지저귀는 새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새를 찾았다. 정원수를 팔던 농원에 몇 그루 남지 않은 나무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그 나무가 오랫동안 팔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카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빈자리를 찾으며 당황스러웠다. 명절 연휴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다니.... 그동안 내가 보낸 명절은 늘 바쁘고 긴장했었다.


커피 쿠폰을 사용하고 차례상에 올릴 만두 재료를 사러 마트로 향했다.


인생도 날씨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기에 걷기 좋은 오늘 날씨를 즐겼다.


다시 한번 맞이하는 새해, 설날이 있어 좋다.


이불에 먼지를 털어내듯 나와 아이들에게 묻어 있던 아픔을 털어내는 새해가 되길 바라본다.


"작가님들, 새해 복 많이 짓고,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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