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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둘이나 낳아서....

by 앞니맘


준이 아빠, 오늘 준이가 입대했어. 강원도 인제는 포항보다 갈 만했어. 아빠가 빠진 입대가 안쓰러웠는지 누나가 안쓰러웠는지 당신 처남들이 모두 따라왔어. 누이가 울다가 지쳐 운전을 못 할까 봐 막내가 강원도까지 운전을 맡았어. 전날 도착한 큰 처남은 25년 전 인제에서 군 생활 얘기로 당신 둘째 아들을 교육했어.

"웃지 마라. 울지도 마라.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해도 탈영하면 안 된다."

뭐 그리 금지해야 할 것이 많은지.... 군대는 지금까지 경험한 세상과 다르다고 말하기 위한 서론을 끝내고 조카를 믿는다는 말이 결론이었어.


오늘이 대한인데 날씨는 따뜻했어. 눈이 올까 봐 걱정했는데 하늘이 도왔어. 인제읍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었어. 준이가 선택한 음식은 짬뽕. 큰 놈 때도 짬뽕을 먹었었지? 우리는 맛이 좋았는데 정말 맛없는 짬뽕이라고 했던 기억나? 오늘 준이도 똑같이 말했어.

"맛없는 게 당연해. 휴가 나와 먹으면 맛이 다를 거야."

삼촌 말에 준이는 웃었어.


훈련소 주차장은 비슷한 옷에 비슷한 모자를 눌러쓴 아들들이 가득했어. 설문과 접수가 끝나고 부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 큰 놈 때는 코로나 시국이라 부대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부대 입구에 버리고 왔잖아. 이번에는 모두 부대 안으로 들어가서 부대 생활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 병사가 사망한 사고가 있던 부대라서 인지 걱정하지 말라는 안내가 많았어. 걱정은 가득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일이니 믿어야겠지?


삼촌을 둘이나 데리고 갔고 주변에 부모님 없이 온 친구들도 많은데 아빠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갔어. 앞으로도 몇 번은 이런 일이 있겠지?

"엄마, 잘 지내다 갈 거야. 걱정하지 마."

내 품으로 안기에 너무 커버린 아들을 반만 안고 서로 잘 지내라고 토닥였어.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강당을 나와 운동장으로 향했어.

아빠가 없다고 쫄 거나 남편이 없다고 어깨를 떨어 뜨리지도 않고 우리는 잘 견디고 있었어.


몇 분 동안 입소식 훈련을 마친 오늘부터 1일 훈병들이 운동장으로 입장하기 시작했어. 멀리 서봐도 우리 아들은 금방 찾을 수 있었어. 거기 모인 모든 부모가 나와 같았겠지? 마지막으로 줄을 맞춰 우리 앞을 지나가는 아들 이름을 부르고 손을 흔들었어.

"준아."

준이도 나와 동생, 삼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어.

그리고 나는 울었어. 그냥 눈물이 났어.


어렵게 우리에게 와준 아들, 뒤집고 걷고 말하고 울던 모습도 스쳐 갔고. 자기가 떠나고 의젓하게 자리를 지켜준 아들이 고맙고 미안하기도 했어.

삼촌들이 외치는 파이팅을 뒤로하고 아들은 멀어졌고 나는 우리 아들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어.

"엄마, 울지 마."

막내딸의 토닥이는 손길에 고개를 들고 눈물을 삼켰어. 아들을 둘이나 낳아서.....

다 컸다. 내 품을 진짜 떠나는구나. 그 마음이 섭섭해서 눈물이 났을 거야.


우리는 준이를 믿고 부대를 벗어났어. 막냇동생 덕분에 편안하게 집에 잘 도착했어.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큰 동생을 기차역까지 데려다줘야 한다고 바로 수원으로 떠났어. 정말 고맙고 소중한 동생들이야. 우리 삼 남매도 이렇게 컸으면 좋겠어. 준이는 지금쯤 취침에 들어 눈을 끔뻑거리고 있겠지?

나는 내일부터 내 일상을 살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마.

나도 이렇게 아이들로부터 독립을 연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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