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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영 전야

by 앞니맘


둘째가 만삭일 때 내 배를 보고 쌍둥이 임신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유난히 컸던 배 때문에 오해를 받았지만 당당하게 3.75킬로그램으로 혼자 태어났다. 첫걸음은 티라노사우르스 같았지만 모습은 애교 넘치고 정 많은 아들이었다. 유치원부터 지금까지 성격 좋고 인기 많은 아들로 자랐다.

"엄마 배 아파? 내가 약초 찾아올게."

아빠와 풍물시장에 다녀온 아들이 나에게 약초책을 내밀었다. 매일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풀을 뜯어 오던 아들의 해맑은 미소는 나를 행복한 엄마로 만들었다.


여자친구를 사귀기 위해 배웠던 피아노는 늦둥이 동생을 위해 연주했고 작곡을 전공하는 음대생이 되었다.


"엄마 나도 군대 가야 해?"

"아니, 너는 안 가도 될 거야."

자신 있게 말했었다.


"엄마가 뻥 쳤어. 나는 군대 안 가도 된다고 하더니."

큰 아들이 했던 말을 작은 아들도 똑같이 하고 있다. 대신 가겠다고 나설 아빠도 없는데 작은 아들이 입대를 한다.


며칠 전 기숙사 짐과 아들을 집으로 싣고 왔다. 집에 돌아온 아들은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하느라 바빴다.

"오늘 저녁은 식구들하고 먹을 거지?"

저녁시간에 맞춰 아들이 들어왔다. 머리를 깎고 들어왔다.

"우리 아들 옛날 아기 모습으로 변했어."

아들을 안았다. 아들도 나를 안아줬다.

짧게 자른 머리를 보고 막내가 웃고 놀리는 모습을 큰아들이 핸드폰에 담았다. 큰 아들 입대 전 날 이발하는 모습까지 영상으로 찍던 아빠는 없지만 입대 전 모습은 비슷하다.


아들에게 맛있는 거 사주라고 여기저기에서 주신 용돈으로 소고기를 사 왔다. 묶은지에 싸 먹는 소고기가 맛있다고 야무지게 먹는 둘째가 아직 입맛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다.

"내일 점심맛은 그 맛이 아닐 거다."

군대 선배, 형과 외삼촌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내일 아침은 전복죽이야. 일찍 일어나서 다들 먹고 가야 한다."

강원도까지 가려면 새벽에 일어나서 출발해야 한다. 건강하게 잘 다녀오라는 마음을 담아 전복을 다듬고 채소를 다졌다. 엄마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다.


"군대도 남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잠시 머리를 비우러 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아들의 담담한 모습에 감사하고 나도 기숙사에 보내는 마음으로 보내고 오겠다 다짐한다.


강원도 바람이 많이 차지 않기를,
그곳에 아들을 두고 오는
내 마음도 많이 시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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