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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은 Nov 02. 2023

[영화] 영화가 주는 극단의 경험, '레퀴엠'

마약을 왜 해? 영화 보면 되는데? 본격 마약 간접 체험

영화가 주는 극단의 경험, 
본격 약 빨고 만든 마약 영화
레퀴엠




레퀴엠(Requiem for a Dream)


장르 : 드라마, 스릴러

감독/각본 : 대런 애러노프스키

출연 : 엘렌 버스틴, 자레드 레토, 제니퍼 코넬리, 말런 웨이언스 외

원작 : 휴버트 셀비 주니어-소설<레퀴엠 포 어 드림>


제작 : 싸우전드 워드스, 프로토조아 픽처스

한국 수입사 : CJ ENM MOVIE

러닝 타임 : 101분

상영 등급 : 청소년 관람 불가


로튼토마토 신선도 78%

(출처-나무위키)


영상출처-Rotten Tomatoes Classic Trailers



줄거리


마약 중독자인 해리는 친구 타이론과 함께 근사한 사업을 하고 싶어 하지만 결국 그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곤 애인 메리온을 창녀로 내보내는 것뿐이다. 해리의 팔은 더 이상 주삿바늘을 꽂을 수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해져 있다. 그가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라곤 마약을 통한 환각뿐이다.


해리의 어머니 사라의 삶도 마찬가지다. 다이어트와 TV 중독에 빠져 있는 사라의 유일한 낙은 TV를 통해 좋았던 시절, 젊고 예뻤던 시절의 자기 모습의 환각을 보는 것이다.


(내용 출처-다음 영화)



***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포스팅 내 사용한 이미지가 불쾌함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감상평


대학생 때 이 영화를 봤으니, 기억나는 스토리가 없다. 그런데도 이 영화의 리뷰를 쓰는 이유는, 이 영화가 스토리보다는 이미지 중심적인 영화이기 때문. (요즘 마약 이슈가 있으니 코인 탈 수 있을 거 같아서)


이 영화를 보고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을 좋아하게 됐다. <레퀴엠>이야말로 대런 감독의 정수! 대런 감독의 마스터피스! (감독님 제발 레퀴엠 같은 영화 더 만들어줘요 제발... 더 웨일은 naver...)


영화를 보면서 감탄 섞인 욕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포스팅을 위해 예고편을 보면서도 또 욕이 나왔다. (이런 미친... 어떻게 영화를 이렇게 만들어 진짜 미친 거 아니냐?)



4인의 중독자 / 중독의 끝, 나락


간단히 이 영화를 소개하자면, 크게 4명의 인물이 나온다. 남자 주인공 해리, 해리의 여친 메리온, 해리의 절친 타이론, 해리의 엄마 사라.해리와 타일론, 메리온은 돈을 벌기 위해 불법 마약 유통을 시작한다. 돈을 잘 버는 것도 잠시, 갱단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마약 유통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더 최악인 건, 이들이 이미 헤로인에 중독되었다는 것. 



해리와 타이론의 중독과 결말


해리의 팔은 지속적인 헤로인 투여로 더 이상 주삿바늘이 들어갈 곳도 없다. 너덜너덜. 심지어 부작용으로 팔에 염증이 생겨 병원에 갔다가, 불법 마약 중독자인 걸 들켜 타이론과 함께 체포된다. 해리는 팔의 염증으로 고통스러워하다 병원에서 한쪽 팔을 자르게 됐고, 타이론은 감옥 내 인종차별을 받으며 헤로인 금단증상으로 괴로워한다. 영상으로 봤던 미국의 좀비 같은 마약 중독자들이 떠오르는 대목. 어찌 보면 보편적인 마약 중독자의 엔딩이다.




전설의 <퍼펙트 블루> 오마주 씬


메리온의 중독과 결말


메리온 역시 헤로인에 중독된 상태. 금단증상을 못 견디고 헤로인을 구하기 위해 몸을 팔게 되는데, 종국에는 마약 딜러가 주최한 난교 파티에 참가하기까지. 메리온을 통해 여성이 마약중독자가 되면, 그 끝이 어떻게 되는지의 한 예를 볼 수 있다. 





사라의 중독


사라는 위의 세 명과 다르다. TV 쇼 출연을 꿈꾸며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게 되는데, 이게 암페타민 성분. 암페타민은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오남용을 할 경우 중독되어 환각, 환청, 조증 증상이 나타난다. 사라는, 마약이 아닌 약물에 중독된 것.


사라는 TV 쇼에 나갈 꿈에 부풀어,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과거 아들의 고교 졸업식에서, 자신이 날씬했을 때 입었던 빨간 드레스를 입기 위해. 약을 먹고, 또 먹는다. 복용량을 지키지 않은 사라는 정신 이상 증세가 생겼고, 점점 피폐해진다. 사물이 괴물처럼 변해 사라를 집어삼킬 듯 움직인다. 결국 병원에서 전기충격 요법을 받게 된다.


사라가 안타까웠던 이유는, 외로운 인물처럼 보였기 때문. 아들과 멀리 떨어져 홀로 지내는데, 유일한 낙이 TV 쇼 시청 뿐. 사라는 과거를 추억한다. 지금과 달리 날씬했던 때, 빨간 드레스를 입던 때, 아들과 가족과 행복했던 한 때.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tv쇼에 출연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줄 거란 기대. 그것에 매몰되어 약을 먹는 사라의 모습이 외롭고 쓸쓸하다.




영화적 체험의 끝 / 마약 간접체험 


이 영화의 주제를 '마약으로 인생 나락가는 과정', '마약에 얽힌 미국 현대인의 단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 이 영화의 목적은 이거다. '영화를 통한 마약 간접 체험'

마약이 일상적이지 않은 우리는, 연일 매체에서 보도되는 마약 뉴스를 보며 궁금해한다. '마약을 하면 어떤 기분이길래?', '얼마나 좋길래 못 끊지?', ' 인생 나락갈 걸 알면서도 끊지 못할만큼 좋은가?' 이 영화를 보면,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 까 싶다. 이 영화, 정말 약 빨고 만든 약 하는 영화다.



#.1 코카인


코카인은 흔히 각성 약물로 알려져 있다. 중추신경계가 흥분되고, 아드레날린이 폭발! 현실감을 잃고 행복에 빠진다. 근자감이 솟구친다. 잠을 안자도 피곤함을 모른단다. 미국 증권가 영화를 보면, 코카인 흡입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코카인이 일의 집중과 능률을 올린다고 여기기 때문. 


<레퀴엠>의 세 친구들은 코카인에 손을 댄다. 코카인을 하는 방법은 테이블에 흰 가루를 놓고, 종이를 말아 코로 흡입하는 방식이다. (범죄영화 단골장면) 이때 대런 감독은 화면을 오직 물체로만 가득 채운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이용했다. '테이블-가루-종이-흡입-혈관-동공' 을 아주 빠르게 보여준다. 


이 강렬한 이미지에 매료된 것도 잠시, 코카인을 복용한 인물들의 움직임은 2배속이 된다. 코카인을 흡입한 그들의 항진된 자율신경. 그때 느껴지는 세상을 표현한 것. 그러니까 우리는, 이걸 배속된 영상과 잔상이 남는 이미지, 비트가 빠른 음악을 통해 코카인 간접 경험을 하게 된다.




#.2 헤로인


이전에 마약을 주제로 영상 콘텐츠를 기획한 적 있는데, 그때 찾아보기로, 헤로인에 손을 대면 마약의 끝에 다다른 거라고 했다. 혈관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이라 효과가 가장 강력할 뿐더러, 중독성이 강해 절대 끊을 수 없단다. 


헤로인의 효과는 혈관이 이완되면서 몸이 나른해진다. 이 과정에서 아주 황홀한 기분, 엄마의 뱃 속에 있는 듯 안락한 기분을 느낀단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다고...


영화 속 헤로인 투약 씬도 코카인 흡입 씬과 같다. 익스트림 클로즈업. 선명하고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기에 제격. 


헤로인은 앞서 말했듯 주사를 통해 투약하므로 '약-라이터-주사-혈관-동공' 순으로 이미지를 나열한다. 투약 후 바닥에 널부러진 주인공들을 탑앵글로 나온다. 그리곤 카메라를 처언천히 뱅글뱅글 돌며 줌아웃한다. 모든 근육이 이완된 그들의 상태가 표현된다.




#.3 다이어트 약(암페타민)


영화를 본 당시에는 막연히 다이어트 약 중독이구나 싶었는데, 리뷰를 위해 찾아보니 암페타민 성분. 처음에 '암페타민'이라는 이름만 듣고, 메스암페타민? 필로폰? 싶었지만 엄연히 다른 물질. 암페타민은 adhd 치료에도 쓰이는 약물로 각성효과를  지녔으며, 식욕 억제효과가 있어서 다이어트 약으로도 쓰인다. 암페타민은 오남용 할 경우 약물 중독은 물론 정산 착란을 일으킨다.


코카인, 헤로인과 마찬가지로 다이어트 약 복용씬도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사용했다. '약통-약-꿀꺽-혈관', 반복. 앞의 씬과 달리 약통 여는 소리, 약을 삼키는 소리가 추가됐는데, 이게....리듬감이 좋음(이렇게 말하면 변태같나)


암페타민에 중독된 사라는 자신이 원하는 환각(다이어트에 성공해 빨간 드레스를 입고 tv쇼에 출연)을 보게된다. 하지만 약에 대한 내성과 부작용으로 환각은 악몽처럼 변해갔고, 사라는 더 큰 즐거움을 위해 복용량을 늘린다. 결국 환각과 망상에 잠식되어 조현병 증상까지 생겨난다.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연출


이 영화의 연출은 폭력적이다. 단순 스토리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감독이 이미지를 다루는 방식이 거칠고 파괴적이다. (물론 스토리도 고자극 거침 파.괴의 끝판왕이다)

약물 복용씬에서는 이미지를 극도로 강조하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사용해서, 관람자의 뇌리에 박히게 만들었다. 그동안 영화를 통해 봤던 마약씬 중 가장 강하고 스타일리시하다. 




영화 내 주로 사용되는 연출. 영상을 2배속으로 돌린 것 같기도, 스톱모션처럼 이미지 한 컷 한 컷을 이어붙인 것 같기도 하다. 찾아보니 0.3~0.5초 정도의 짧은 쇼트를 이어 붙인 기법이라고. 이 연출이 사람 신경을 긁는다. 묘하게 들뜨기도, 불안하기도, 강박적이기도, 미쳐버릴 것 같기도 하다.(근데 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았음. 와씨 이런표현도 가능하구나 연출 쩐다 집착 변태 광공이 만든 영화) 


이 기법은 약을 했을 때 삭제되는 기억이나, 순간적인 각성의 느낌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약을 하면 이런 느낌일까? 생각하게 된다. 


이미지의 노이즈를 잡지 않고 의도한다. 지직거리는 듯한 느낌. 마구잡이로 촬영한 느낌. 음향의 노이즈 역시 날카롭고 신경을 긁는다. (아.....이 우울한 브금들도 너무 좋다..... 미쳐버려......극락......)





인물을 보여주는 방식도 불쾌하다. 이목구비에 드리운 어두운 명암, 절규하는 표정의 클로즈업씬이 영화의 분위기를 극대화 한다. (연기도 걍 미쳐버림)


이 영화를 그림 그리는 방식에 비유하자면, 물감을 부어버리고, 뒹굴고, 붓을 던지고, 종이를 찢어발기고, 나이프로 북북 그어버리는 영화다. 온갖 격한 표현방법을 다 쓴 영화. 근데 그 과정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강렬해서 사로잡히는 영화.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미친 마스터피스. (이 때문에 호불호가 심하게 나뉜다)


엔딩은 네 인물 모두 자궁 속 태아의 자세를 취하며 끝난다.


약에 중독되면 어떻게 인생 나락가는지를 처절하고 음울하게 보여주는 영화. 동시에 다양한 연출로 영화가 줄 수 있는 최고치의 감각을 선사해주는 영화. 


마약 왜 해? 영화 보면 약빤 것 같은데? 근데 영화 보고나면...마약..할 수 있겠어?


ⓒbbbbaekjieu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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