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분투기 #.3
클라이언트 : 다산북스 소행성책방
담당 업무 : 카드뉴스 일러스트 제작
작업 기간 : 2018.03 - 2020.12
대학을 막 졸업하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림 그리는 일로 밥 벌어먹고 살고 싶은데, 이게 될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취업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난 어디에 취업을 해야 하지? 꿈과 현실 사이의 갈등으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그리고 이 두통은 한 통의 메시지와 함께 사라졌다.
메시지를 준 곳은 다산북스에서 운영하는 도서 홍보채널 '소행성책방'. 지금은 페이스북 팔로워 9.2만, 인스타그램 팔로워 5.2만 명을 보유한 메가 채널이지만, 당시에는 막 시작한 초기 세팅 단계였다.
합정에 위치한 다산북스의 북카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클라이언트를 만났다. 미팅에 앞서 포트폴리오를 인쇄물로 출력하고, 명함과 그림엽서도 몇 장 챙겼다. 그리고 지하철로 두 시간 동안 이동하며 다산북스에 대해 공부하고, 소행성책방에 대해 찾아봤다.
소행성책방은 신간 도서의 카드 뉴스를 만드는 도서 마케팅 채널. 그러니까, 책의 예고편을 만드는 곳이다.
클라이언트는 그라폴리오를 통해 내 작업을 봤단다. 그 중 눈에 띄었던 건 '영화 일러스트'. 영화를 좋아하고, 이해하고, 그려낸다는 건 클라이언트가 주는 콘티를 카메라맨이 영상을 찍듯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
소행성책방을 통해 내가 주력 작업한 것은, 소설. 그중에서도 스릴러다. 평소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미지를 만들기 수월했다.
작업 루틴
▶대본 일독 후, 비슷한 콘텐츠 연상
▶관련 스틸컷 레퍼런스
▶어울리는 BGM 찾아 들으며 몰입
스릴러 작업할 때 표현법
▶정제되지 않은 라인 사용
▶다소 과장된 표현
▶보색 사용(일상적이지 않은 배색으로 기묘한 효과)
▶호러는 붉게, 스릴러는 차갑게
▶전체적인 톤은 도서 표지와 통일성 유지
『아름답고 죽은 그녀』
▶표현 : 도서 표지에 맞춰 주조색은 파란색, 포인트는 핑크색 사용
▶컨셉 : 세련되고 서늘한 분위기 / 도서 자체가 과잉된 표현 없이 미묘한 심리 위주여서, 해당 내용을 반영
▶레퍼런스 : 도서와 부합하는 콘텐츠는 따로 없지만, 영화 <박쥐>의 일부 장면을 떠올리며 작업
『얼음에 갇힌 여자』
▶ 표현 : 도서명+표지에 맞춰 '얼음에 갇힌' 키워드에 주목. 해당 씬에 포인트
▶ 컨셉 : 당시 클라이언트는 도서 내용과 맞는 자료를 찾지 못해, 나에게 자율적으로 작업할 것을 요청했다. 나는 대본을 읽으며 마치 영화 촬영장 내 카메라맨이 된 듯 장면을 떠올리고 촬영했다.
▶ 레퍼런스 : 영화 <렛미 인>(미국 편)을 떠올렸다. 어두운 밤 속, 무겁도룩 푹푹 나리는 겨울. 희뿌연 형체들.
『악몽과 몽상』
▶ 표현 : '세면대에서 손가락이 나타난다'라는 소재로 이야기 전개. 손가락 표현이 관건. '살색'으로 표현할 경우, 과도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노란색+보라색의 사용해 거부감을 낮추고, 보색대비를 통해 기괴함을 강조했다.
▶ 컨셉 : 기괴함과 싸이코틱의 끝을 달리는 '스티븐 킹'의 소설이다. 스릴러에 관련한 모든 키워드를 때려 박을 수 있도록 그려냈다. 기괴, 괴랄, 기묘, 스릴, 싸이코, 또라이, 광기, 섬뜩, 변태, 공포 등등
▶ 레퍼런스 : 스티븐 킹의 또 다른 소설이자 영화화된 <샤이닝>을 떠올리며 작업했다. 평범했던 작가가 미쳐가는 과정을 담아낸 영화. 일러스트 속 인물의 표정 역시 <샤이닝>의 주연배우 '잭 니콜슨'의 연기를 참고했다.
작업할 때는 분위기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스릴러 영화 예고편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내내 들었다.
***
-개인적으로 3년간의 <소행성책방> 작업 중 가장 재밌게, 몰입해서 진행한 작업.
-아쉽게도 '다음 1boon' 페이지에서 심의에 걸려 콘텐츠가 노출되지 않았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플랫폼 특성 파악 / 콘텐츠 제작 시 불쾌감을 유발하지 않도록 심의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출구는 없다』
▶ 표현 : 표지 디자인의 주인공 외형을 가져와 그대로 표현.
▶ 컨셉 : 중반부부터는 빠른 액션 스릴러로 전개되지만, 내가 작업한 부분은 전반부에 해당한다. 긴장감과 불안함을 강조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붉은 톤에 정제되지 않은 선을 가득 넣었다.
▶ 레퍼런스 : 사운드클라우드에 만들어놓은 '장르물'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작업했다.
Another Galaxy (feat. Kozalias), Alessia Cara-Here , jc chasez-untill the yesterday
『타투 사냥꾼』
▶ 표현 : 표지 디자인에 주목했다. 하얀 등판 위, 파란색 그림자와 빨간색 손톱. 절제된 표현이 가져오는 경계심.
주조색은 흰색과 파란색, 포인트 색을 빨간색으로 진행했다.
▶ 컨셉 : 문신은 무료 png 이미지를 사용했다. 애매하게 그리는 것보다, 확실한 편이 낫다고 생각.
이 즈음 '그라데이션+노이즈 효과'를 통한 새 표현법을 연구하던 중이었는데, 인물 피부를 흰색으로 표현하면서 연구 중인 표현법이 제대로 들어맞았다.
▶ 레퍼런스 : '이디오 테이프-Melodie' 음악을 들으며 작업했다. 무겁지 않고 다소 가벼운 음.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비트와 전자음이 도서 속 '살인마'의 싸이코틱한 행각과 어울렸다.
1. 스릴러/호러 장르의 경우, 불쾌한 표현은 심의에 걸릴 수 있다.(피부, 혈흔 색에도 신경)
2. 묘사에 치중하느라 형태 일그러지는 것 유의
3. 스릴러의 대본 흐름은 대략 비슷하다. 흥미로운 이슈를 던져주고, 문제 발생, 갈등 진행, 실체가 나오기 직전 end. 흐름을 알면 이미지화가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