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지 않기 위해 너무 빨리 멀어졌던 순간들


관계에서 다치지 않기 위해

마음이 먼저 뒤로 물러선 순간들이 있었다.


상처가 오기 전에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마음은 조용히 문을 닫고 있었다.


그건 차가워서가 아니라

너무 예민해서도 아니라

한 번 아팠던 기억이 너무 선명했기 때문이다.


조금만 불안해져도

조금만 흔들리는 기척이 느껴져도

그전에 사라지는 쪽을 택하는 마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감정도 남기지 않은 채

멀어지면 덜 아플 거라 믿었던 시간들.


그렇게 멀어지는 선택은

사실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버텨본 적이 너무 많아서였다.


기다려봤고

참아봤고

끝까지 마음을 써봤던 사람일수록

다치지 않기 위해 더 빨리 물러난다.


그래서 어떤 거리는

무관심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방식이 된다.


그 마음은 늘 말이 없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이번엔 조금 덜 아프고 싶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너무 빨리 멀어진 그 순간들 속엔

누군가를 원했던 마음도 함께 있었다.


지키고 싶었던 건 관계가 아니라

사실은 자기 자신이었다.


그래서 그 물러섬은

비겁함이 아니라

상처를 견뎌온 사람만이 선택하는

조심스러운 지혜에 가까웠다.


조금 더 안전해질 수 있다면

조금 더 천천히 다가가도 괜찮다는 걸

그 마음은 아직 배우는 중이다.


사라지는 것으로 지키던 방식에서

머무르면서도 다치지 않는 자리로.


그건 관계를 포기하는 연습이 아니라

관계를 다시 믿어보려는

아주 느린 회복의 시작이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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