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 마음이 조금만 불편해지면,
나는 늘 한 발 먼저 물러나는 사람이었다.
다치지 않기 위해 선택한 가장 빠른 방법은
사라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연결이 깊어질수록 마음은 조용히 긴장했고,
그 긴장은 곧 거리로 바뀌었다.
상처받지 않으려는 선택이었지만,
그 선택은 종종 나를 관계 밖으로 밀어냈다.
떠나는 방식이 익숙해질수록
머무는 법은 점점 낯설어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기 전에 돌아서면,
아무 일도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거리는 안전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사라짐이 늘 보호가 되지는 않는다는 걸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머물러도 괜찮은 순간이 있다는 것,
불편함이 곧 위험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
그리고 관계는 늘 완벽해야만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은 관계는
서로를 시험하지 않고,
침묵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 관계는 나를 붙잡지 않으면서도,
내가 스스로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내어준다.
지금은 그 자리를 배우는 중이다.
도망치지 않고도 숨 쉴 수 있는 거리,
기대가 생겨도 마음을 접지 않아도 되는 순간,
나를 지우지 않아도 유지되는 연결을.
아직 서툴지만,
사라지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 연습은 누군가를 붙드는 일이 아니라,
나를 조금 더 남겨두는 일이다.
그렇게,
관계 안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을
천천히 배우는 중이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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