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안에서
받는 일이 늘 어렵게 느껴지던 시간이 있었다.
도움을 받으면
곧바로 마음 한쪽이 무거워졌고,
따뜻함을 건네받고 나면
어딘가 불편해졌다.
고마움보다 먼저
미안함이 올라왔다.
왜 이렇게까지 해주지,
나는 아직 충분히 돌려주지 못했는데,
이 마음을 계속 받아도 되는 걸까.
그래서 받는 순간부터
계산이 시작되었다.
언제쯤 갚아야 할지,
어떻게 돌려줘야 균형이 맞을지.
관계는
늘 주고받음이 맞아야 안전하다고
배워온 마음이었다.
한쪽이 더 받는 순간
관계가 기울어질 것 같았고,
그 기울어짐이
언젠가는 떠남으로 이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받기보다는
먼저 주는 쪽을 선택했다.
받기 전에 움직였고,
미안해지기 전에 애썼다.
그 방식은
관계를 오래 붙잡아두는 방법이었지만,
동시에
마음을 쉽게 지치게 만들었다.
그러다 아주 조심스럽게
알게 된 순간이 있다.
받는 것이
반드시 빚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
받는 마음에도
관계의 언어가 있다는 것.
어떤 관계에서는
받아도
상대가 가벼워 보였고,
미안해하지 않아도
관계가 흔들리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받는 일이
상대를 짐 지우는 일이 아니라,
함께 머무는 방식처럼 느껴졌다.
그 경험은
내 마음을 조금 바꾸어 놓았다.
받기만 하면 미안해졌던 마음은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관계를 잃지 않기 위해
늘 대비하던 마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떠나지 않게 하려면
항상 나도 뭔가를 내어놓아야 한다고
믿어왔던 마음.
그래서 받는 순간에도
이미 다음 행동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받는 것을
잠시 허용해 보는 관계 안에서는
마음이 달라졌다.
갚지 않아도 되는 시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
지금은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는 감각.
그 안에서
받는 일은
의무가 아니라
연결이 되었다.
받아도 괜찮았던 그 순간은
나를 더 의존하게 만들지 않았다.
대신
관계 안에서
조금 덜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 경험 하나로
마음은 배운다.
모든 관계가
균형 위에서만 유지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받는 시간을 허용하는 것이
관계를 더 오래 숨 쉬게 만든다는 것을.
받기만 하면 미안해졌던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마음을 다루는 방식이
조금 부드러워질 뿐이다.
그리고 그 부드러움 속에서
관계는
조금 더 편안해진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관계 #미안함 #받는마음 #정서적안전 #애착 #심리상담 #브런치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