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노스탤지어

2026년 1월 4일 일요일

by 전귀자씨

1988년에 와이프가 태어났고 난 4살이었다. 둘 다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응답하라 1988’을 보며 진한 향수를 느꼈고 매회 울었다. 그건 분명 경험에서 오는 공감의 눈물 같았다. 그때 난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고 “지나온 적 없는 어제의 세계들에 대한 근원적 노스탤지어”라고 말한 이유를 짐작했다.


작년 말부터 연초까지 이런저런 술자리가 많다. 매번 술에 취할 때마다 나는 어떤 알 수 없는 향수를 습관처럼 느낀다. 내 마음속에 그려놓은 막연한 감정으로, 구체적 대상이나 시점은 떠오르지 않지만 포근함이 느껴져 좋다. 어제도 일행과 헤어지고 취기가 오른 상태로 그 미지의 노스탤지어를 즐기며 걷기 시작했다. 광화문 지나 경복궁 담벼락을 따라 걷다 보니 자하문 터널이 등장했다. 체력은 집까지 더 걸을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아이가 보고 싶어 경복고 앞에서 버스를 탔다. 맨 뒷자리에 앉아 이 향수의 출발점이 어디일까 생각했다. 물론 답을 얻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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