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티 논란이 반갑다니

2026년 1월 3일 토요일

by 전귀자씨

언론·미디어가 고액 연봉 직군은 아니다 보니 아들 한 명 키우는데도 주머니는 늘 가볍다. 카드값 내고 주택 대출 갚고 학원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나만 이런 게 아니고 나보다 더 타이트한 사람도 많은 걸 알아 어디 가서 투정 부리진 않았지만, 쇼핑 한 번 마음껏 못하게 된 현실은 아쉬웠다. 어릴 때부터 꾸미는 걸 좋아했기 때문이다.


멋은 부리고 싶은데 비싼 브랜드 사 입을 여유는 없으니 언제부턴가 내 몸엔 온통 유니클로와 무인양품만 걸쳐졌다. 집 앞 마실 나갈 때도 크롬하츠와 휴먼메이드로 도배하는 지인들 볼 때마다 부러움이 샘솟았다.


그런데 최근 ‘영포티’ 논란이 불거진 뒤로는 내 처지가 차라리 나은 것 같다는 웃픈 생각을 하게 된다. SNS에 도는 ‘영포티 모범(?) 패션’에 유니클로를 걸친 아재는 없어서다. 돈 아까워 슈프림과 포터를 포기했던 그때 그 순간들이 새삼 고맙게 다가온다.


어제 오랜만에 고교 친구 둘과 청계천 주변 횟집에서 한잔했다. 그중 한 녀석이 스투시 재킷을 입고 왔다. 처음으로 당당하게 ”너 요즘 이거 입고 다니면 큰일 난다. 나처럼 얼른 스파 브랜드로 갈아입어라“ 장난쳤다. 영포티란 표현이 의류 브랜드만 지칭하지 않는다는 건 안다. 어쨌든 영포티 논란이 내심 반가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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