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일 금요일
모회사로 파견 온 지도 반년이 지났다. 작년 6월 회사에서 파견 의사를 처음 물었을 때는 딱히 응할 생각이 없었다. 친정에서 무탈히 잘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속한 매체와 비교할 때 모회사가 훨씬 크고 역사도 긴 신문사라 여러모로 값진 경험이 될 것임은 알았다. 다만 굳이 이 연차에 타향살이를 택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여러 신문사를 거쳐 현재는 민간 기업에서 일하는 동기 A에게 연락했다. A가 거쳐간 언론사 중 하나가 내게 파견을 제안한 모회사였기에 도움 되는 조언을 해주리라 생각했다. A는 나보다 나이가 서너 살 많은데, 자기는 그냥 일단 해보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이직 오퍼가 올 때마다 기본적인 유불리를 따져보긴 하지만, 아주 깊게 고민하진 않는다고 했다.
A는 다른 매체에서 팀장 역할을 하다가 내 모회사로 넘어올 때 팀원으로 직책을 낮춰서 왔다. 다들 '굳이 그렇게까지'란 반응을 보였으나 본인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때 일단 가보자고 뭐 죽기야 하겠냐며 오퍼를 수락한 덕에 현재 일하는 민간 기업으로 넘어올 기회까지 얻었다는 게 A의 설명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류의 메시지였지 싶다. 그래, 이직한 놈도 저리 말하는데 파견이 뭐 대수냐, 싶어 나도 그날 밤 회사에 파견 다녀오겠다고 했다.
열심히 준비한 기획 시리즈가 연말에 나갔다. 준비는 10월부터 했는데, 다른 더 시급한 뉴스에 지면 우선권을 내주고 대기하다가 성탄 분위기가 한창일 때 1편 기사가 출고됐다. 총 6편까지 준비한 기사가 차례로 신문에 실렸다. 6편 중 4편이 종합 1면에 들어갔으니 꽤나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해 본다. 기획의 마무리 차원에서 쓴 칼럼이 어제자 '오피니언' 면에 실렸다. 사진 스튜디오 사장님이 사정없이 보정해 준 낯선 내 얼굴이 활자들 사이에서 미소 짓고 있었다.
A가 동기 카톡방에 칼럼을 올리며 "이름은 누군지 알겠는데, 이 훈남은 대체 누구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