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의 배앓이

면접을 앞 두고 다시 배가 아프다

by 오아시스

“엄마, 나 배가 또 아파.”

일주일 뒤 중학교 면접을 앞두고 있는 큰 딸이 배 아픈 증상을 호소했다.

“네가 불안한가 보다.”

“응, 엄마 나 엄청 떨려. 떨어지면 어떡해?”

“떨어지면 네가 떨어지는 편이 네 인생에 더 좋기 때문일거라고 생각해야지. 뭐.”

나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사실 정말 그럴 수도 있는 일.

“나는 그 학교를 꼭꼭꼭 가고 싶단 말이야.”

떨어지면 오히려 나는 괜찮지만 큰 딸 아이가 실망할까봐 걱정이 됐다. 합격한다면 에헤라디야! 할렐루야! 다. 그런데 일주일 내내 큰 딸은 배가 아프게 생겼다.


큰 딸은 1학년 때부터 학기 초가 되면 한달간 배가 아팠다. 처음에는 무조건 조퇴를 하고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보면 항상 응가가 가득 차 있어서 장이 운동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변비가 있는 딸 배속에는 늘 응가가 차 있다. 거기다 심지어 잘 먹기까지 해서 날마다 한텀두텀 쌓아놓을 지도 모른다.


문제는 평상시에는 괜찮다가 학기 초가 되면 배가 시위를 한다는 것이다. “난 이 어색한 상황이 싫어! 새로운 아이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의 시간들이 너무나 불편해!”라고 소리를 지른다. 이제는 그렇게 알아듣는다. 큰딸은 늘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편. 사람도 음식도 장소도 시간도 하던 대로 하는 걸 좋아하는 성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래서 새 것을 접하게 해 주고 싶을 때는 거부를 넘어서는 회유와 달렘, 시선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그런 큰 딸이 4학년 때 절친을 만났고 담임 선생님들의 배려인지 우주의 친절인지 모르겠지만 5,6학년까지 같은 반이 되었다. 그 뒤로 학기 초 증상은 사라졌고 6학년이 되어서는 성격도 변했는지 “엄마, 나 인싸야. 친구도 많아.”라고 말을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2학년 때는 학교 선생님이 “00이는 책도 많이 읽어요. 쉬는 시간에도 앉아서 책만 읽어요.”라고 칭찬을 하셨다. 나는 칭찬이 아니라는 생각에 큰 딸에게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이랑 놀아야지 왜 앉아서 책만 보느냐고 물었고 큰 딸은 다른 아이들은 다 있는데 자신은 절친이 없다고, 쉬는 시간에 놀 친구들이 없어서 그냥 책을 읽는다고 답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슬펐던지! 그 시간은 나에게도 큰 딸에게도 힘든 시간을 건너는 중이었기에 슬픔이 더 했다.


올 여름 방학이 시작하는 날에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놀기로 했다는 약속의 말도 들었다. 6학년인데 그때까지도 친구들끼리 모여서 놀기로 해서 늦는다는 말은 처음이었다. 난 너무나 기뻐서 친구들이랑 맛있는 걸 꼭 사먹으라고 용돈도 주었다. 큰 딸 성격이 변했다. 반 회장도 했고 전교회장에 나간다는 걸 내가 극구 말렸다. 대신 친구가 전교 회장에 나가자 선거단으로 합세해서 선거 운동을 요란하게 해 주고 다녔다.


예전에는 움직이는 것도 싫어하던 큰 딸은 자꾸 내게 나가자고 한다. 밤에도 내장산으로 드라이브를 하러가자고 조른다. 어디 낯선 곳도 동생들은 걷기 싫다며 따라나서지 않는데 큰 딸은 졸졸졸 나를 따라 나선다. 그리고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경험치, 새로운 먹거리에 재미있어 하고 흥미로워 한다.


그런데 우리 큰 딸이 이제는 진로 때문에 배가 다시 아프다. 큰 딸이 잘 자라고 있구나. 자신의 진로 때문에 겪는 불안도 겪어야지. 합격하면 성취감도 맛 보고 불합격하면 실패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지. 다 잘 크고 있다는 증거야. 큰 딸은 일주일간 배 앓이를 하게 생겼는데 엄마인 난 안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