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채집
루소가 산책길에 식물채집을 했던 것처럼 나도 내 몸을 채집하고 싶다. 죽는 날까지. 그리고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청각: 문 닫히는 소리에 깬다.
시각: 다마스 선생님 침실의 불을 켜는 순간에 눈이 뜨인다.
촉각: 엄마는 언제나 날 흔들어 깨웠다. 사실 흔들 필요까진 없었다. 엄마가 내 옆을 스치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라 잠을 깨었으니까.
후각: 초콜릿과 구운 빵 냄새만으로도 충분히 잠에서 깰 수 있다.
이제 남은 감각은 미각 뿐, 친구가 입 안에 소금을 집어넣어 준다. 그리고 깬다.
말맹은 날 흔들었고 루아르는 내 입에 식초 한 숟갈을 넣었고, 포미에는 눈에 손전등을 갖다 댔고 자프랑은 코 밑에 암모니아 묻힌 솜을 갖다 댔고, 에티엔은 귀에다 대고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러자 난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더니,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만 휘둥그레 뜨고, 몸은 당긴 화살처럼 긴장된 채 꼼짝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 실험은 결론: 잠들어 있는 사람의 오감을 동시에 자극하면 그를 죽일 수도 있다.
오늘밤 말 그대로 모나를 삼켜버렸다. 콧구멍과 혀로, 모나의 겨드랑이 속에, 젖가슴 사이에, 엉덩이와 장딴지 사이에 코를 파묻고는 깊이 숨 쉬고 핥으면서 그녀의 맛, 그녀의 냄새를 포식했다.
53세, 7개월
그레구아르가 태어났다. 손자가 생기다니, 나 참! 실비는 완전히 지쳐 있고 뷔뤼노는 엄청 아버지 티를 내고 모나는 기뻐 어쩔 줄 모르고 그리고 나는 …. 아기의 탄생을 천둥에다 비유해도 될까? 처음 만나자마자 순식간에 친숙해진 이 자그마한 존재만큼 날 감동시킨 게 내 평생에 또 있을까. 병원을 나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혼자서 세 시간을 걸었다. 그레구아르와 난 의미심장한 눈길을 나누며 영원한 사랑의 계약을 맺었다. …
끝이 가까워 올수록 하고 싶은 말은 많아지는데 기운은 점점 더 달린다. 매 순간 몸이 달라진다. 악화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기능을 느려진다. 가속과 감속...팽이처럼 돌던 동전이 이제 그만 돌려고 하는 것 같다.
라루스 사전의 인체 해부도를 마지막으로 거울에 붙여놓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인체 해부도와 비교한다면 너무 보잘것없다. 생일 축하해.
내 몸과 나는 서로 상관없는 동거인으로서 인생이라는 임대차 계약의 마지막 기간을 살아가고 있다. 양쪽 다 집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사는 것도 참 편안하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