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뮤지컬은 오늘 우리의 마음에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까.
“춤추는 별을 그린 화가,
그가 들려주는
달과 별의 하모니”
미술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미술관에 가는걸 좋아한다. 지난 여름 뉴욕에 갔을 때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그림 앞에 서성이곤 했다. 그 중에서도 고흐의 자화상은 벽에 걸려있는 여타의 그림들과 달리 전시장 한 가운데 유리로 보관된 채 전시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 미술시간에 여러 번 들어 익히 알고있는 화가라서 작품의 질감 하나하나를 주의깊게 살피고 있었는데, 다들 줄을 서서 고흐의 자화상과 사진을 찍길래 영문도 모른 채 나도 사진을 한 장 같이 찍고 왔던 기억이 있다. 아직도 고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그 날 이후로 조금은 친한 사이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년 3월 30일 ~ 1890년 7월 29일)는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이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인상주의(impressionism, 印象主義) 또는 인상파(印象派)는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거부하고 색채·색조·질감 자체에 관심을 두는 미술 사조이다. 고흐의 그림을 실제로 보면 인상주의 화가들에게서 드러나는 특유의 질감이 매력적이다. 뮤지컬에서 작품의 시각적인 부분과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지 기대가 된다.
고흐가 그림을 배웠던 방식은 ‘모방’이었다고 한다. 특히 밀레의 그림을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여러 그림을 따라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담아낸 화가이기에 우리가 그를 유독 사랑하는게 아닐까.
뮤지컬은 굉장히 독특한 장르 중 하나이다. TV 프로그램, 영화, 유튜브 등이 익숙해진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다소 높은 가격대와 특유의 이미지 때문에 비교적 접하기 어려운 공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상의 경우 미리 촬영을 하고 편집을 통해 메세지나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후처리(음향 및 음악 삽입, 필요한 장면만 편집, 색보정)를 통해 실제로 상황이 벌어지는 시간대(촬영) 이후에 결과물에 관여할 여지가 많아진다.
심지어 영상 언어에서는 각 장면을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내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몽타주'라는 기법이 존재한다. 몇몇 TV프로그램은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거나, 디테일하게 짜여진 각본 없이 출연자들이 그때그때 보여주는 반응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자 노력하지만 이 역시 '편집'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뮤지컬과 연극은 관객의 눈 앞에서 모든 행위가 이루어진다. 각각의 장면을 따로 찍어서 편집할 수도 없고, 연기만 한 다음에 음악과 효과음을 따로 입힐수도 없다. NG나 재촬영은 불가능하며 무대에서 이루어진 것이 그 공연의 전부이다. 이 둘의 우위나 고저를 따질수는 없고, 방식이 다른만큼 다른 특징이 드러난다는 이야기를 하고싶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고 싶은 지점은 공연(뮤지컬, 연극)에서는 '현장성'이라는 개념이 도드라진다는 이야기이다. 공연은 공연마다 배우가 바뀌는 경우가 많고, 같은 배우여도 배우의 컨디션, 관객의 수, 그 날의 분위기에 따라 모든게 달라진다. 그래서 뮤지컬과 연극에서는 매일매일이 초연이나 다름없다.
공연이 가지는 매력은 여기에 있다. 동일한 장소에서 같은 배우가 한 작품을 연기해도 내가 그 날 본 공연은 그 공연을 함께했던 사람들만의 것이다. 절대로 같은 방식으로 재현될 수 없다. 그래서 공연 애호가들은 봤던 한 작품을 기회가 될때마다 찾아가 즐기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뮤지컬과 연극의 위험성은 여기에 있다. 배우의 실력이나 그 날의 분위기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공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영상과 달리 작품의 퀄리티를 보장해줄 수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위험성을 안고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공연들이 있다면 어떤 이유일까. 컨디션의 차이를 극복하고 좋은 공연을 펼쳐주는 배우들의 몫도 있겠지만, 환경적 요소에 구애받지 않는 시나리오, 영상, 연출 등이 기본적으로 뛰어난 덕일것이다. 이번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5주년을 맞은 뮤지컬이다. 이런 고민들을 하다보니 <빈센트 반 고흐>가 5년 동안 사람들에게 사람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지 더욱 기대하게 된다.
특별히 이번 이야기는 형제의 이아기로 풀어냈다고 한다. 살아생전 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오랜 기간 생활고에 시달렸던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의 이야기를 동생 테오 반 고흐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 이후, 그와 주고받았던 편지와 그림들을 정리하고 그의 삶을 회고하며 그와의 기억을 더듬는 뮤지컬의 시각은 오늘 날 우리에게도 유효할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와 오랜시간 함께했던 테오 반 고흐의 시선으로 다시 되짚어 보는 빈센트 반 고흐의 삶.
이 뮤지컬은 오늘 우리의 마음에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까.
<시놉시스>
그림을 사랑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를 위한 동생 테오 반 고흐의
아주 특별한 선물
빈센트 반 고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지 6개월 후, 동생 테오 반 고흐는 형을 위한 유작전을 열고자 한다. 아내 요한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빈센트를 위하여 유작전을 강행하는 테오는 빈센트와 주고받았던 편지와 그림들을 정리하면서 그와의 기억을 더듬는다.
그림을 그리기 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그 때문에 웃고 울었던 지난 날,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생명을 그림에 걸기로 마음먹은 날에 이르기까지. 편지와 함께 같은 기억을 공유하며 시간을 여행하는 빈센트와 테오. 다른 시공간 속에 있지만 평생에 걸쳐 서로를 의지하고 믿었던 두 형제의 이야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