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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규 Feb 22. 2024

끄적이다 보면 알게 될까? 기록의 쓸모, 나의 쓸모

기록의 쓸모를 넘어 나의 쓸모를 알게 되는 그 날까지.



마케터의 영감노트, 『기록의 쓸모』

기록은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까?


  


기록의 쓸모 

일상에서 스쳐가는 별 볼일 없는 생각, 열심히 기록해봐야 다 읽지도 못하는 메모들. 이걸 열심히 지속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기록의 쓸모>의 저자 이승희는 이렇게 답한다. 


  

“모든 기록은 연결되어 ‘생각의 고리’가 됩니다. 5년 전 기록이 오늘의 기록과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낳고, 저의 기록이 누군가의 기록과 이어져 더 나은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영감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은 저라는 사람을 깊고 넓게 확장시켰습니다 ...중략... 결국 기록은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이자 우리를 성장시키는 자산이 된다고 믿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기록의 쓸모>는 마케터이자 기록하는 사람인 이승희가 펴낸 ‘기록’에 관한 책이다. 일을 잘 하고 싶어 시작했던 기록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다양한 이야기로 보여준다. 그 기록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마케터로써, 기록하는 이로써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저자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일을 이토록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긍정할 수 있다니. 끊임없이 글을 쓰고 기록하는 이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일까. ‘기록’에 대해 조금 더 궁금해진다. 

이 책에는 다양한 기록의 흔적이 있다. 저자가 기록을 시작한 이유와 기록의 장점은 물론 기록에 활용하는 방법과 도구, 영감을 얻었던 글과 이야기, 그리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까지. 저자가 생각하는 기록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저자의 삶과 일로부터 발생한 기록들이 담겨있다. 그래서일까. 책 한 권 읽었을 뿐인데 좋은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한 기분이다. 낯선 삶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편안하게 책을 읽어나갔다. 

자신을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저자는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아주 많은 기록을 의식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듯 보였다. 저자는 그 이유를 기록이 ‘쓸모 있기 때문‘이라고 제목에서부터 밝힌다. 그럼 그 쓸모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책에서 다양하게 발견할 수 있다. 먼저 기록은 일이나 새로운 아이디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저자의 직업이 마케터라는 특성도 있겠지만, 요즘은 대부분의 일과 삶의 영역에서 크리에이티브함을 강조하곤 하니까 우리에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영감을 발견하고 기록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방식을 배우며 성장하고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나의 쓸모‘를 발견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어쩌면 진정한 기록의 쓸모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나의 쓸모’를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기록에 나름의 쓸모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각자의 쓸모가 있을 테니까요”

  

- 에필로그 중에서




이 책의 구성은 ‘기록의 쓸모 - 기록의 시작 - 기록의 수집 – 기록의 진화’로 이뤄진다. 저자의 기록을 지켜보며 기록의 쓸모에 대해 조금은 공감하게 됐다면, 이제 우리가 시작할 차례이다. 자신의 삶과 주변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나아가 그 기록들이 진화해 이 세상에 나만 전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되어, 나의 쓸모를 발견할 수 있는 글이 될 때까지. 

저자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지금은 꽤 멋져 보이는 이 책의 기록들도 “단순히 일을 잘하고 싶어서 시작한 직장인의 기록이 일에 대한 재미로, 영감의 수집으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진화해온” 것들이다. 이야기는 각자의 삶 속에서 지금도 계속해서 태어나고 있다. 저자가 그동안 기록해온 이야기만큼,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본인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읽고 있는 여러분만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어떤 기록이어도 괜찮다. 어디서든, 어떤 모습이든 좋다. 초라해서 도저히 적을 수 없다고 생각한 기록은 오히려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고유한 기록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의 기록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쓸모를 나는 믿고, 기대한다. 


“좋은 기록과 나쁜 기록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 모든 기록에는 이유가 있을 테니. 무언가를 자꾸 잊어버려서 적기 시작했다면 그 또한 의미가 있을 테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알리고 싶어서라면 그 또한 기록의 쓸모일 것이다. 내 경우에는 기록을 통해 내 생각을 부담 없이 말할 수 있어서 가장 좋았고, 그것이 좋은 기록이라 믿는다”

  

- p.262




 


나의 쓸모 

아마 이대로도 충분하겠지만, 독자의 마음으로 기록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면 어떨까. 나 역시 기록을 좋아한다. 예전부터 수업시간이나 야자시간에는 책 한 켠에 이런저런 문장을 적었고, 하굣길에는 핸드폰에 그때의 감정을 기록했다. 힘든 것이든 행복한 것이든 어느 시기를 지나오며 남긴 기록은 내일의 나를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살도록 돕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저자처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많은 양의 기록을 하지는 못하지만 지금도 꾸준히 기록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저자와 달리 나는 공개된 공간에 기록을 올리는 일을 어려워한다. 그래서 인스타그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 글을 업로드 하는 경우도 드물고 친구들의 소식을 기웃거리기만 한다. 많은 이들에게 읽히기 위해 쓰는 비평이나 리뷰 같은 글도 공개된 플랫폼(브런치, 블로그, 아트인사이트 등)에 올리는 데는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다. 

일기나 에세이 같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내용은 더더욱 밝혀지고 싶지 않다. 하루하루를 견디거나 그 시기를 지나오기 위해 겨우 쓰는 글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죽고 몇백년 정도 지나 기록의 주인이 나라는 걸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야 겨우 내 일기장을 안심하고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저자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공개된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넌지시 강조하고 있었으니까. 기록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영감을 주고받는 것을 이상적인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그 의도를 이해하고, 공감하기도 하지만 역시 망설여진다. 

나는 내 기록이 찌질하고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기회도 없고 기회가 있어도 차마 보여줄 수 없는 부끄러운 기록들. 그러나 돌아보면 언제나 그 기록들이 내 삶을 지탱해왔다. 그리고 내 삶을 긍정할 수 있었던 순간들 역시 대부분 그 문장들에 근거했다. 그래서 그 부끄러운 기록들이 나에게는 소중하다. 만약 이 기록들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어떨까. 이 책을 읽으며 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한다. 

저자의 다양한 기록이 묶여져 나온 이 책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방구석에서 끄적인 기록이 누군가의 책상 위에 올려지기까지. 그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누군가 읽을 거라는 기대 없이 남몰래 적어뒀던 내 글 중 일부가 세상에 나올 일도 있게 되었다. 부끄럽다고만 생각했던 내 작은 기록들은 내 삶과 내 주변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조금 더 끄적이다 보면 알게 될까. 오늘은 집에 오는 길에 다 써가는 포스트잇을 한 통 사와야겠다.


  


<도서정보>


마케터이자 기록하는 사람,

이승희의 기록 

오늘 나의 '기록'이 생각의 도구가 되고 나를 성장시키는 자산이 된다! 기록은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까? 업무시간의 한 줄이, 동료나 친구와 나눈 대화가, 일하는 순간의 감정이, 여행지에서 써내려간 기록이 생각의 도구가 될 수 있을까? 가치 있는 경험이 될 수 있을까? <기록의 쓸모>는 평범한 직장인이나 마케터인 저자가 수년간 해온 일의 고민과 일상의 영감을 담은, 실용적인 기록물이자 기록의 과정이다.

- 출판사 책 소개 중  


아트인사이트 전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search.php?q=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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