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생 10명에게 인생의 가치에 대해 물었다
...라고 뜬금없이 친구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에 만나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동안 인연을 맺고 지내는 소중한 사람들.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는 무엇일지 갑자기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각양각색, 저마다의 이유를 가진 답변들이 흥미로워 기록해두려 한다. Z세대 첫차, 97년생 10명이 말한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가치'들.
성장, 인생의 목표라는 키워드로 물음에 대답한 두 사람. 나도 포함되어 있다. 끊임없이 삶의 이유를 찾고 그에 맞게 성장하려는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며 이 과정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여긴다. 아래 2번의 안정추구형 친구 H가 성장이라는 내 대답을 들은 뒤 이런 질문을 했다.
H : 그럼 진----짜 작은 회사에서 월급도 못 받고 처음부터 시작하는데 회사가 성장하는 게 보이고 니가 얻는 게 있으면 열정페이도 가능해?
나 : …제일 중요한 가치랬지 다른 걸 모두 포기하는 건 아니야.
이 대화를 나누던 단톡방(사회학도들 모임)에는 안정 추구형 인간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담 나도 질문해 봐야지.
나 : 그럼 진----짜 큰 기업에서 돈 많----이 받고 일하는데 9시간동안 하는 일이 1~10까지 워드에 반복해서 치는 것 밖에 없어. 그래도 괜찮아? 난 돌아버릴 것 같은데.
H : 오 완전 좋은데?
R : 너무 좋은데?
S : 돌만해.
R : 다 먹고살자고 하는건데.
S : 먹고 살려면 숨만 쉬어도 수급비 나와.
나 : 1~10만 9시간동안 치는 게 괜찮다고?
H : 성장은... 회사 밖에서도 할 수 있다.
R : 사람마다 가치의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지.
나 : 하루 중에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제일 많은데 그러고 있는 건 난 용납 불가.
적어도 나에게는 '일'이 돈벌이 수단만은 아니다. 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며 4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야 하는 일이라는 존재가 오로지 월급을 받기 위해서 꾸역꾸역 해야 하는 것이라면 그만큼 불행한 것도 없다. 물론 매일매일이 풍랑을 맞는 얇다란 뗏목과 같은 일상이라면 성장이고 나발이고, 안정이 먼저가 되는 건 천 퍼센트 만 퍼센트 이해한다. 그러나 의지와 시간만 있다면 그런 상황은 얼마든지 빠져나올 수 있다. 상황이 나를 잡아먹고 있는 것 같아도, 결국은 '내' 상황이니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다.
일에서의 성장은 곧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이다. 워라밸이 일도, 삶도 균형있게 잘 챙기라는 뜻이지 내 삶만 챙기고 일은 등한시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인드면, 평생 소위 말하는 '월급 노예'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일에서의 즐거움을 찾을 줄 아는 사람은 회사에서 돈 외에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다.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반박은... 대환영. -논쟁과 토론을 좋아하는 ENTP-)
직업적, 사회적, 금전적 안정과 워라밸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네 사람.
R : 막상 뺏겨보면 워라밸보다 중요한 게 없지.
A : 일과 휴식의 적절한 조화가 중요하지. 마냥 구르기만 하는 건 안 좋다.
R : 3교대 당직 1년 서봐라. 성격 버린다.
나 : R은 인류애, 행복 이런 거 나올 줄 알았는데 ㅋㅋㅋ
R : 일단 안정이 뒷받침돼야 저런 애들이 뒤따르는 거야.
나 : 맞아. 흙밭에 구를 땐 성장이고 뭐고 안정이 최우선으로 느껴지긴 하지.
또 다른 친구 G의 답변.
G : 제일 중요한 가치? 난 아직 정하진 못했는데... 내적으로 외적으로 모두 안정되는 거? 내면의 단단함? 그런 게 중요한 것 같아. 저번에 감정이 소용돌이 칠 때 너무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ㅋㅋㅋ
안정과 균형은 나에게도 매우 중요한 가치다. 다만 안정과 균형은 일시적이며 결코 영원할 수 없다. 살다보면 필연적으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버텨야 할 일이 생기고, 균형 또한 어느 때는 맞아도 어느 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사람 일 모른다는 말이 있는 거다.) 때문에 내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안정이냐 물으면, 대답은 NO! 좀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그 불안정함을 극복함으로써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난 그 길을 택하겠다.
원래는 '정의'와 '합리' 였으나 요새는 생존이라는 S...
S : 10년만 젊었으면(?) 합리, 정의 이런거 튀어나왔을텐데 지금은 생존.
R : 치기어린 S는 염색물 빠지면서 같이 사라졌지.
H : S 요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거니 ㅋㅋㅋ
S : 연비 좋은 삶이요.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 중인 S. 매일이 코드와의 전쟁이라고 한다. 생존이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니 어쩐지 서글퍼진다.
S : 근데 진짜 행복 안 나오는 게 여러 생각하게 만드네.
H : 이제 행복도 전제조건이 필요해.
S : 그럼 궁극적인 인생의 중요 가치는 행복 아니냐? 조건이 목표보다 우선시되는 주객전도네.
돈과 명예로 시간과 행복을 살 수 있다는 B.
B : 삶의 가치? 돈과 명예요. 그리고 인프라 괜찮은 주거.
나 : 그것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가치라니 너무...각박해...!!
B : 돈과 명예가 있어야 베풀게 됩니다...
나 : 그럼 궁극적으로는 베푸는 것 아닌가? 돈이 없으면 베풂이고 뭐고 못하기 때문에 선행지표가 더 우선인건가?
B : 뭐...그렇죠.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입니다.
나 : 내 고등학교 친구들 답변은 다 따스하던데 여긴 왜 이래?
그렇다면 이제, 고등학교 친구들의 답변을 들어보자.
C : 나는 음... 더불어 사는 삶?
나 : 오 상부상조?
C : 응. 어차피 사회는 혼자서 못살고 나는 내가 베푸는 것도, 베풂을 받는 것도 좋아!
G : 나는 사실 돈이랑 안정중에 고민했어.
C : 아 잠만. 가치라 해서 돈을 생각 못했네. 돈이 최고지.
G :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 난 맞다고 본다.
따뜻은 무슨. 여기도 똑같다.
나 : J는 뭘까? 가족? 행복?
J :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가치는...
나,C,G : 두구두구두구-
J : 한 단어로 설명하면 나의 행복...? 가족 성취 자기발전 전부 행복 안에 포함 아닌가?
생각해보면 성장, 안정, 균형, 돈과 명예... 결국 다 행복을 위한 요소들이긴 하다.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은 왜 이리도 많은 건지. 심지어는 그 조건들을 달성하는 게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다.
인생의 중요한 가치, 사실 하나만 고를 수 없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망설임 없이 안정이라 답하는 친구들이 많은 걸 보니 지금 시대가 정말 불안정하긴 하구나, 싶었다. 20대는 앞길이 보이지 않아 불안하고, 30대는 정해진 미래가 보여 불안하다는 말이 있다. 30대에 정해진 미래를 보며 불안해하지 않기 위해 빠르게 안정을 찾는 방법도 있겠지만 난, 아직은, 성장으로 인생의 더 많은 의미를 찾으며 살아가고 싶다.
인생에 정해진 정답따윈 없으니 무엇이든, 다들 나름의 의미를 찾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세상 20대들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