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그레벤니크 - 전쟁일기
2022년 6월 18일(토) BnJ의 제9회 독서모임.
2022년 1월의 책을 이제야 나눈다. 이제 슬슬 속도를 내야 할 때.
※ 본 글에는 일부 스포가 포함돼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J: '전쟁일기'가 지금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출간된 책이잖아요.
B: 전쟁의 상황을 담아서 정말 따끈따끈하게 나온 책이지. 그래서 안에 내용이 많지는 않더라고. 근데 긴급하게 일어난 그 며칠 상간의 일을 담은 거니깐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해. 아이 둘을 데리고 계속 피난을 가야 가고 그런 상황이니깐.
J: 그래서 언니는 어떻게 읽었어요?
B: 이 책이 좀 많이 팔려서 사람들이 좀 경각심을 가지고 봤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걸 많이 읽는다고 해서 도움이 될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
J: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어떻게 발발하고 지금 현재 어떤 상황이고 이런 내용을 자세하게 담은 책은 아니잖아요. 전쟁을 경험하고 있는 피난민의 심정으로만 쓰인 책이니까 언니의 말처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상황들을 알게 되거나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근데 대신 책을 읽고 있는 동안만큼은 이 순간에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구나... 정도는 계속 인지하면서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책이 너무 짧아서 그걸 인지하는 순간이 너무 짧다는 아쉬움이 있지만요.
B: 나는 이 상황을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건지 모르겠어. 사실 전쟁이 아니라 침략에 가깝잖아. 그래서 지금 상황의 전후 과정을 앞, 뒤에 넣어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물론 아주 긴박해서 넣을 새가 없었겠지만... 그냥 실시간으로 트위터 보듯이 보기에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하기에는 개인의 노력이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J: 언니가 말한 것처럼 이 작가가 틈이 날 때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서 블로그에 올린 거잖아요. 현재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 급하게 쓰고 그리고 올리고 한 것을 모아놓은 거라서 책으로서의 완성도는 낮은 것 같아요. 이 내용은 며칠 상간의 일을 하나로 담아서 책으로 느끼게 하는 것보다, 실시간으로 블로그에서 글을 확인하게 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B: 블로그를 확인하는 게 의미 있을 것 같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어. 실제로 블로그를 통해 올가의 소식을 궁금해 하던 이들이 피난 시기에 지낼 곳을 제공해 주기도 했으니까. 생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 어쩌면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
J: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책 추천사가 의미하는 바? 혹은 내보이고 있는 홍보 포인트들이 과연 이 책의 내용과 맞아 떨어지는 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이 책은 그런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음에도, 지나치게 장황하게 전쟁의 서사 그리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B: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누군가는 알아야 하니까. 우리가 옛날에 일제 침략을 당했을 당시에도 해외에 계속 알리기 위해서 외신들을 통해 계속 얘기를 했었잖아. 그런 개념으로 알리려고, 일종의 캐치프레이즈를 만든 게 아닐까? 물론 그때랑 지금이랑 시대가 달라서 이런 책 보다 네가 말한 것처럼 블로그나 트위터나 이런 소셜 네트워크가 훨씬 빠르고 또 강력한 힘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건 출판을 했기 때문에 그 수익금이 또 일부 이 사람들을 위해 쓰이고 하니까... 책을 낸 것에는 그런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 같기는 해. 너무 실시간에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내용이 깊지 못하다는 게 좀 아쉬움이 있고 이걸 과연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나?라는 게 좀 약간 의구심이 든다는 거지. '전쟁일기'라고 표현하면 왠지 러시아에서 출간해야 됐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J: 참... 이런 일이 21세기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게 씁쓸하더라고요. 6.25 때나, 세계 2차 대전 때나 있었던 일들, 그리고 있을 법한 이야기인데 지금도 어디에선가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참... 이질감이 느껴지더라고요.
B: 진짜 하루아침에 모든 현재와 미래가 다 무너져 내린 거잖아. 어쩔 수 없이 아빠랑 생이별해야 하는 이 아이들의 심정, 일상이 깨져버린 아이들의 심정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호위 호식하고 있는 내가 참 미안하지.
J: 내가 언니 같이 읽으면 좋은 작품 맞혀볼까요?
B: 맞춰봐~
J: '안네의 일기'요!
B: 맞아. '안네의 일기'.
J: 난 사실 이거 읽으면서 '안네의 일기'를 생각하진 못 했거든요. 근데 언니가 추천할 책이 뭘까...라고 생각해 보니깐 언니는 왠지 그 책을 추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B: 나는 그냥 이 책 펼치자마자 '안네의 일기'가 생각났어. 마치 일기처럼 하루 있었던 일이나 감정들을 나열하고 있어서. 그래서 '안네의 일기'가 생각났지. 1안네가 벽장 안에서 일기 쓰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책을 읽었던 터라, 올가의 상황이 머릿속에서 조금 겹쳐지기도 했어.
J: 나는 어릴 때 '안네의 일기'를 읽었는데 정확하게 내용이 기억나진 않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에 읽었던 '잘 못은 우리 별에 있어'(B가 선물해준 2021년 생일선물)에도 그 책이 나와서 다시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 책 장바구니에 담아놨어요.
B: 나도 그 책을 초등학교 때 읽었는데, 책을 보고 인상깊어서 안네처럼 일기장에 이름을 붙여서 편지 쓰듯이 일기를 썼었어.(안네는 13살에 선물받은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편지형식의 일기를 써내려갔다.) 그때는 전쟁이나 나치, 인종차별 이런 것에 대한 무게감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안네라는 친구가 일기를 썼구나... 정도의 감정으로 읽어 내려갔었어. 연애 얘기나 일상인 듯 보이는 내용들이 꽤 있었거든.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서 돌이켜보면 곱씹을수록 사색을 하게 되는 책이더라고. '전쟁일기'를 읽으니까 다시 그 감정이 떠올랐어. (최근에 완역본이 출간되기도 했다. )
J: '안네의 일기'가 초등학생들의 필독도서라고 하는데, 이 책이 초등학생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성인들의 필독도서가 돼야 맞지 않을까 싶어요. 나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은 언니가 말했던 것처럼 '안네의 일기'와 구성적으로는 더 흡사하지만 나는 '전쟁'이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추천했어요. 전쟁이 우리에게 앗아가는 것들을 더 섬세하게 느껴보라는 취지에서요!
* 평점 제도를 조금 수정했다. 5년간의 데이터가 쌓이니 점수를 조금 더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남길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2022년부터는 (문장력 3점, 구성력 3점, 오락성 3점, 보너스 1점 = 총 10점) 이렇게 세분화해서 줄 예정이다. 물론 여전히 '지극히 사적인' 평점이다.
B: 문장력 1점 + 구성력 1점 + 오락성 1점 + 보너스 1점 = 총 4점
J: 문장력 1점 + 구성력 1점 + 오락성 1점 + 보너스 0점 = 총 3점
(갑자기 점수가 너무 짜졌다...)
B: 안네 프랑크 - 안네의 일기 : 전쟁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이 들기는 하지만, 전쟁 시기에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기록한 일기라는 점에서 같이 읽어 보기를 추천.
J: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전쟁이 우리에게 무엇을 앗아가는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책.
* 이 글은 J의 브런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aboutj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