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클라우드 '단테' - 박상진
2025년 11월 10일(월) BnJ의 제36회 독서모임.
캐나다로 떠난 B 덕분에 이번 독서 모임부터는 영상 통화로 진행된다.
우리의 독서모임은 이제 광기에 가까울지도?
※ 본 글에는 일부 스포가 포함돼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J: 우리가 매년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읽고 있었다고 생각했거든요?
B: 우리가 빼먹은 때가 있었나?
J: 꽤 있어요. 2018년에 페소아, 2019년에 마키아벨리, 2020년에 코넌 도일을 읽고 3년 정도를 안 읽었더라고요. 그리고 2024년에 르코르뷔지에를 읽고 올해 단테를 읽은 거예요.
B: 매년 한 권씩 읽은 느낌인데... 앞으로는 계속 읽어보자.
J: 그래요! 이 시리즈를 쭉 읽어보니까 같은 시리즈로 묶여있지만, 주제에 따라 작가님이 달라지잖아요. 작가마다 이 시리즈를 접근하는 방식이 미세하게 다른데, 개개인의 개성이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B: 맞아. 작가가 자기 스타일에 따라 책 구성을 하는 것 같더라. 읽어본 것 중에서는 이번에 우리가 읽은 '단테'편의 구성이 좋았어. 단테의 생애를 따라가기도 하면서, 신곡을 같이 병행하면서 또 그것을 추적하는 본인의 여정이 같이 더해지니까 흥미롭더라고. 이 책을 읽었더니 마치 신곡 한 편을 다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달까?
J: 초반에는 우리가 함께 갔던 이탈리아 지역이 먼저 나오잖아요. (* 참고: B와 J는 매년 함께 해외여행을 다녔는데, 그 여행의 첫 시작이 이탈리아였다.) 단테가 피렌체 사람이다 보니 초반에는 피렌체 지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내가 알고 있는 지역이어서 그런지 초반에는 엄청 빨리 읽혔어요. 그런데 피렌체를 떠나 망명을 시작하는 시점부터는 지역명이나 인물들이 낯설어서 그런지 그때부터는 속도가 안 나더라고요.
B: 그런데 뒤에 친퀘테레도 나오잖아.
J: 맞아요. 근데 중간에 낯선 지역이랑 인물들이 꽤 많이 나오고, 잘 알지 못하는 역사적 사건까지 한 번에 나오다 보니까 조금 느려지는 구간이 있었어요. 반대로 우리가 직접 갔던 친퀘테레나 베로나, 베네치아 같은 지역이 나올 때는 이야기가 다시 좀 속도를 내는 느낌이었고요.
원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인물’에 초점을 많이 맞춘 책들이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실제 사건이 신곡에 어떻게 투영됐는지, 또 실존 인물이 신곡 안에 어떤 식으로 등장하는지를 계속 비교하면서 분석해 보여주는 구조라서, 기존 책이랑은 결이 꽤 다르다고 느꼈어요.
물론 앞부분에서 작가가, 단테라는 인물은 기록도 많지 않고 사실 확인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 신곡을 통해 단테를 보겠다고 말하긴 하잖아요. 그래서 그 접근 자체가 크게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다만 신곡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보니까, '이 책을 먼저 읽고 신곡을 읽는 게 좋은 건지, 아니면 신곡을 먼저 읽고 나서 이 책을 봐야 더 도움이 되는 건지', 그게 조금 헷갈리긴 하더라고요.
B: 나는 후자가 나한테는 더 맞는 것처럼 느껴졌어. 만약 우리가 이 책을 읽지 않고 바로 신곡을 읽었으면, 맥락 이해가 거의 안 됐을 것 같아. 문장도 워낙 어렵고, 나오는 인물들이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또 이 사람이 왜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왜 이런 식으로 등장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였을 테니까. 그런 상황에서 읽었다면 이해가 훨씬 덜 됐을 것 같아.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 그런 점에서 실제 지명이나 인물, 그리고 그 지역의 후손들을 만나서 인터뷰한 내용에 작가 개인의 감상까지 더해진 이 책을 먼저 읽고 나서 신곡을 읽는 게 오히려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후자 쪽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면에서 이 책을 먼저 읽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어. 그래서 빨리 신곡을 읽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고. 작가가 설명한 부분들이 실제로 작품 안에서는 어떻게 나오는지, 전체 맥락에서도 나도 그렇게 느끼게 되는지, 그런 감상들을 같이 나누고 싶어 지더라고. 나한테는 신곡을 더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던 것 같아.
J: 나는 한편으로, 작가가 분석해 준 신곡의 해설을 보고 나니까 그냥 신곡을 완독 하는 것 자체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왜냐하면 책에 인용된 신곡 본문을 직접 읽어보니까 솔직히 잘 이해가 안 됐거든요. 신곡을 분석해 주고 해설해 주는 책들이 이미 많이 있잖아요. 그런 책들까지 함께 읽지 않는다면, 혼자서 신곡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B: 그런 부분에서 나는 이 책을 읽고 신곡을 읽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 거야.
J: 나는 사실 단테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근데 왜 이탈리아 갔을 때는 단테에 꽂혀있었는지 모르겠어요. 뭐 어쨌든! 우리가 피렌체와 베로나 갔을 때 단테의 흔적을 찾아서 다녔잖아요. 사진도 찍고.
B: 네가 단테를 되게 좋아한다 그랬잖아? 나는 단체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 별로 없지만, 너는 있어서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어.
J: 흠... 나 그때 되게 좋아했거든요? 근데 지금 돌이켜 보면 왜 좋아했는지 모르겠어요. ㅎㅎㅎㅎ
B: 단테에 대한 책을 읽거나 뭐 그런 거 아니었어?
J: 책을 읽고 좋아한 거긴 해요. 세계문학전집 같은 곳에서 나오는 원전을 읽은 것은 아니고, 중학교 때인가? 읽기 쉽게 나온 신곡이 있었거든요. 그 책을 읽었어요.
B: 일단 신곡의 기본을 읽긴 읽었네.
J: 읽긴 읽었어요. 신곡이 지옥, 연옥, 천국을 합치면 양이 엄청 많잖아요. 그 책은 그 세 개가 한 권에 들어가 있었는데요. 되게 얇았어요. 기다려봐요! 내가 보여줄게.
B: 그 책이 아직 있어?
J: 있어요. ㅎㅎㅎ
J: 이 책이야!
B: 이것도 글밥이 없진 않네.
J: 네. 근데 이거는 소설처럼 되어있어요. 신곡이 원래 '시(詩)'라 운율에 맞춰서 이건 그날 소설처럼 풀어서 쓰여있어요. '인생의 반평생을 지냈을 무렵 나는 바른 길에서 벗어나 어두운 숲 속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요.
B: 요즘 말로 번역해 놓은 거 아니야?
J: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써 주신 거죠.
B: 중요한 내용만 추려서 쓴 건가?
J: 아니야. 내용이 다 들어가 있는데, 그냥 쉽게 풀어서 쓴 거예요. 어쨌든 내가 되게 어렸을 때 읽었는데, 그때 나름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그래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 아! 이것도 '박상진' 작가가 엮은 거야!!! 그것도 지금 알았어요.
B: 단테는 '박상진' 작가인가 봐.
J: 2005년에 나온 책이네요.
B: 박상진 팬이다!!
J: 그러게요. 책이 벌써 두 권이나 있네? 여하튼 그때 단테와 관련된 장소를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이 책을 읽고 다녀왔다면 우리가 갔던 장소가 더 의미 있게 다가왔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어요.
B: 그때는 이 책이 없었으니까...
J: 그렇지.
B: 그래도 박상진 선생님의 'pre-단테'를 읽었네. 그래서 단테를 좋아했었던 거구나?
J: 그랬네. 나 근데 왜 단테 좋아했지?
B: 그건 네가 알지.
J: 지금은 사실 별로 안 좋아해요. 언니도 알겠지만, 어릴 때까지만 해도 내가 가장 좋아하던 작가가 파울로 코엘료였잖아요. 아직 나한테 영감을 주는 작가도, 존경하면서 좋아할 만한 작가도 많지 않던 시기였고요. 그때는 책도 지금처럼 많이 읽지 못했고, 고전 문학도 거의 접해보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그 당시의 나에게는 단테의 신곡이 굉장히 특별한 작품이었어요. 어린 나에게 단테는 정말 위대한 사람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이후로, 비록 단테만큼 과거의 인물은 아니지만 고전 문학을 포함해서 여러 작품들을 많이 읽게 되다 보니까, 단테가 위대하다는 건 여전히 인정하면서도 그와는 별개로 세상에는 정말 위대한 작가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좋아하는 작가들도 점점 늘어났고요. 그러다 보니 단테는 자연스럽게 조금 잊히게 됐던 것 같아요. 그 사이에 단테의 다른 글들을 찾아서 읽은 것도 아니었고요.
B: 어쨌든 그래도 단테의 신곡을 읽었으니까.
J: 그죠. 근데 이 책을 읽으니 역시 대단한 사람이긴 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어요.
B: 그래도 한 번 읽어서 진짜 신곡 읽을 때 좀 쉽겠다.
J: 근데 기억이 정말 하나도 안 나요. 왜냐하면 저거 되게 풀어서 써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당시에도 읽으면서 되게 어렵다고 생각했거든요.
B: 신곡 읽는 거 기대돼.
J: 내년에 한 3개월 내지 6개월은 잡아야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장미의 이름' 읽는 게 6개월 걸렸잖아요.
B: '장미의 이름'은 우리가 쭉~ 6개월을 읽은 게 아니라 읽다 말다 해서 오래 걸린 거야.
J: 내가 봤을 때 신곡도 결코 손이 잘 가는 책은 아닐 거라고 보는 거죠.
B: 근데 이 책이 되게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기는 해.
J: 민음사에서 나온 신곡이 '박상진'작가가 엮은 거거든요.
B: 정말 단테 전문가시네.
J: 내가 언니한테 신곡 번역서 비교한 거 보냈잖아요. 신곡의 번역서에 대한 논란이 엄청 많거든요. 일단 번역서가 굉장히 많으니깐. 그래서 어떤 책이 더 좋은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많은데... 나는 이분의 클래식 클라우드를 읽었기 때문에, 이분이 번역한 신곡을 읽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그냥 민음사 버전으로.
B: 너는 이탈리아어를 배워서 읽으면서 재밌었겠다.
J: 그런데 뭐 이탈리아어와 관련되어 있는 내용은 크게 많지는 않아서...
B: 그래도 이탈리아에서 온 단어들이 꽤 있잖아? 그래서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J: 맞아요. 나는 요즘 또 한 번 온 우주가 나를 이탈리아어로 향하게 하는 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책도 그렇고, 얼마 전에 나 헤르만 헤세의 '무해한 산책' 샀거든요. 그 책도 이탈리아 여행기잖아요. 그런 모든 것들이 또 한 번 나를 이탈리아로 향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탈리아어 공부를 다시 시작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어쨌든! 다시 책으로 돌아오자면 언니가 에필로그 읽었는지 나한테 물어봤잖아요. 근데 내가 에필로그 읽어야 된다고 했잖아요. 나는 이 책에 모든 것이 에필로그를 읽는 순간 완성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B: 어떤 면에서?
J: 개인적으로 에필로그의 내용이 너무 좋았어요. 물론 우리가 이전 시리즈를 읽었을 때도 작가분들이 교수고 다들 책을 썼던 경험이 있었던 분들이라 글을 잘 썼다, 못 썼다로 평하고 논할 만한 분들은 아니었는데, 확실히 이 분은 문학을 전공하신 분이라는 것이 에필로그 부분에서 확 드러났거든요. 에필로그에 이 분의 문체가 확 드러났다고 해야 될까? 김한민 작가의 페소아에서 느꼈던 그런 문학적인 문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언니한테 읽어야 한다고 말했던 거예요. 좋았던 부분 체크해 놓았어요.
나는 대상을 카메라에 담아 가져온다. 그리고 내 마음은 거기에 내려놓는다. 그곳은 기억 속에 살며시 떠오르다 슬며시 사라지고 희미해질 것이다. 숙성되는 기억은 현장에서 막 잡은 날것의 기억과 다르다. 마음의 집이 스며들어 더욱 부드럽다. 사진은 내 마음이 그곳에 아직 있음을 다시 알려준다. 거기 있음의 실제성과 거기로 다시 돌아감의 내면성은 각각 직관과 기억이라 불린다.
B: 나도 좋아서 체크해 놓았던 부분 있었어.
단테가 참 오래전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그러니 그의 사연이 깃들어 있는 곳은 모두 다 오래된 곳이다. 돌과 풀, 그것들을 비추는 햇살까지도 오래되었다. 그것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도 오래되었다. 오래된 영혼, 오래된 목소리 단테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자기 앞에 나타난 베르길리우스 더러 오래된 영혼이라 불렀다. 이제 그 자신이 오래된 영혼이 되었다. 그 영혼은 오랜 세월 동안 묽어져서 더 가볍고 옅게 여기저기에 스며들었다.
B: 시인인가 봐!
J: 맞아. 나도 이 부분 좋았어요. 에필로그를 읽으니까 앞부분은 본인의 사유보다는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설명하고자 노력하셨고, 뒷부분에 비로소 자기의 생각을 좀 풀어내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에필로그의 문체가 유독 좋았어요.
B: 나는 본문도 시처럼 글을 쓰는 분이라고 생각했어. 문장이 너무 좋았거든.
J: 그래요? 본문도 물론 있었지만, 에필로그 정도로 보이지는 않았었던 것 같아요. 뒷부분에도 '그의 언어가 병풍이라면 그 안쪽에 서서 병풍에 비추어지는 원래의 풍경을 그의 눈으로 보고 싶었다. 언어를 주조하기 전에 그가 섰을 자리에 서보고 싶었다. 그것이 그의 언어에 깃든 생명, 모습, 냄새, 그리고 세상을 향한 연민을 그대로 보고 느끼는 길이라 생각했다.' 이런 내용을 보니까 김한민 작가가 페소아에게 느끼는 감정과 역시 비슷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B: 그랬군. 그렇게 느꼈군. 나는 김한민 작가가 페소아를 쓴 걸 보면서는 이 작가가 페소아를 '진짜 좋아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는, 이번에 단테를 읽으면서는 이 사람이 단테 신곡에 대해서 '정말 많이 연구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거든. 그래서 학자적인 면모가 더 많이 보이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었어.
J: 내가 왜 그렇게 느꼈냐면 언니랑 여행 다니면서도 늘 그랬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던 장소를 가면, 그 인물이 서 있었을 것 같은 곳에 똑같이 서보고, 그 인물이 앉아 있었던 곳에 똑같이 앉아보거든요. 내가 암스테르담에 가서도 고흐가 자주 갔던 미술관에 가서 그가 자주 봤던 그림 앞에 나도 서서 그림을 감상했던 것처럼요. 근데 이 책의 작가도 단테가 느꼈던 것, 혹은 봤던 것을 본인도 바라보면서 시공간을 뛰어넘어 단테와 함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하는 것이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사람을 직접 마주할 수는 없으니까, 대신 그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서 그가 느꼈을 감정을 같이 느껴보려고 하는 것이요. 그러다 보면 순간적으로라도 뭔가 통한다고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김한민 작가의 페소아를 읽을 때도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아마 두 작가가 그 인물에게 느끼는 감정이 닮아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B: 그렇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J: 그래서 나는 에필로그가 제일 좋았어요. 그리고 우리가 갔던 장소가 사진으로 나왔을 때! 그럴 때 기분 좋았어요.
B: 맞아, (우리가 갔던 곳 이미지가) 굉장히 많이 나오더라.
J: 피렌체는 특히나! 느낌이 되게 다르더라고요. 우리가 가보지 않았던 장소가 나오는 책을 읽는 것과 가봤던 장소를 또 책으로 읽는 게 느낌이 또 되게 다른 것 같아.
아!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든 게 '단테와 베아트리체'인데...
B: 두 번 만났잖아.
J: 맞아요. 그리고 단테의 인생에서 보면 정말 티끌 정도의 만남이었던 것 같거든요?
B: 정말 찰나야.
J: 정말 찰나인데, 그 찰나가 단테의 인생 전체를 채우고 있다는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B: 나는 그 부분이 되게 의아하고, 제일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었어.
J: 실제로 베아트리체가 단테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것은 사실인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 이상으로 둘을 엮어서 해석하는 것은 어찌 보면 후대의 사람들이 확대 해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B: 그런 것도 그런 거고. 나는 기혼자의 입장에서 이 결혼이 아무리 정략결혼이었다 한들 뻔히 와이프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정치적으로도 굉장히 도덕적이고 바른, 정도(正道)의 길을 가려고 하던 사람이 결혼 제도 안에서 부부간의 의리를 지키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관념이 없었나? 싶은 생각이 좀 들기도 했어. 그래서 나는 이 지점이 되게 아이러니했고. 고작 두 번 만난 걸로 네가 말한 것처럼 온 세상의 모든 기운이 다 여기서 나온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들도 좀 지나친 억측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좀 들고... 어쨌든 나는 그래서 베아트리체와의 연결고리들이 제일 납득이 안 가는 지점이야.
J: 맞아. 이거를 읽고 나니까 나도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단테의 삶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 망명을 떠난 이후부터 잖아요. 근데 망명 생활을 하고 그 안에 신곡을 쓰고, 이런 기간 동안 베아트리체를 뭐 얼마나 생각했을까... 이런 생각이 한편으로 들기도 하더라고요.
B: 어쨌든 베아트리체를 만난 것은 오래전이지만 베아트리체가 죽고 난 이후에 자기 안에 다른 심상이 일어서 정치적으로든 뭐든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서 정점에 오르잖아. 물론 그 시기에 정치적으로 좋은 스승이나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스승을 만났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것이 시기적으로 잘 맞물려서 베아트리체가 떠난 이후에 정치적으로든 사회적으로 정점에 이르고, 그리고 정치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어쩔 수 없이 망명의 길을 떠난 건데, 그 과정이 모두 오직 베아트리체로부터 생겼다는 시선은 나도 조금 그런 것 같아. 베아트리체로 인해서 그의 심상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고 하기에도 좀 과장된 거 아닌가 싶어. 그냥 그 시기에 좋은 스승도 만나고 좋은 친구도 만나고 사회적으로 더 기록되지 않은 뭔가가 있었을 텐데 그런 모든 것이 그 시기에 맞물렸던 게 아닐까 싶은데... 이렇게까지 영혼의 전율을?
뭐 첫눈에 반했을 수 있지. 그리고 철학적인 사유와 시적인 필체를 지닌 사람이니까 영혼의 전율처럼 느끼고 신곡에도 녹이고 그랬을 수 있지. 왜냐하면 와이프는 이 책에서도 말하는 것처럼 현실이잖아. 우리가 실제 하지 않는 유토피아를 끊임없이 그리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베아트리체와의 사랑이나 베아트리체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 그게 뭐 벼락 맞은 것 같은 뭔가라고 하기에는, 나는 좀 엉성한 느낌이야. 오히려 만약에 그랬다고 하면 단테가 너무 미숙함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 인간의 감정을 마주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는 데에 있어서 얼마나 미숙했으면 그 찰나의 바람이 이렇게까지 영향을 미쳤나. 그렇게 생각하면 그럼 정말 미숙한 거잖아. 그래서 이 지점은 굉장히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어.
J: 이거 읽고 나니까 그런 천재들은 삶에 있어서의 행보가 다 비슷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읽으면서 아인슈타인 생각도 났거든요. 지난 독서모임 할 때 내가 아인슈타인이 그때 당시에 셀럽이었던 것 같다고 얘기했던 것처럼, 글도 쓰고 강연도 하고 사람들이 뭔가 있으면 이 사람이 이름을 빌려서 앞장 세워서 무언가 하려고 하잖아요. 단테도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뭔가 어떤 이슈가 있을 때 이 사람을 앞세워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고, 이 사람을 내세워 강연도 하고. 이런 거 보니까 천재들은 삶이 참 괴로웠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B: 나는 그런 생각도 들었어. 공부 잘하는 애들이 사회성이 좀 떨어지잖아. 약간 그런 그런 느낌도 좀 있었어. 왜 휘어져야지 안 그러면 부러진다고, 부러지리만큼 고집도 되게 세고. 나중에 중간에 자기 죄를 인정하고 그냥 하라고 했을 때 그래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아니야. 이걸 인정하면 내가 죄인이 되잖아. 내가 한 행동이 다 잘못이 돼버리잖아. 그냥 계속 떠돌이 망명자로 살지언정 인정하지 않을 거야'라고 하는 게 굉장히 용감하고 용기 있는 행동인건 알겠는데 그로 인해서 가족들까지 영향을 받잖아. 나뿐만이 아니라 내 가족들까지 다 그렇게 된다고 하면 더 많은 생각이 들 것 같은데 싶은데, 그런 부분에 대한 주저함이 없어.
J: 약간 좀 사회성이 약간 떨어지는 것도 좀 있는 것 같고 뭐랄까 천재들의 특징인가 싶기도 하고.
B: 맞아. 근데 이 책 읽고 우리 이탈리아 갔으면 진짜 더 재미있었을 텐데.
J: 그러니까요. 쓸데없는 책이나 읽고
B: 우리 이탈리아 여행 책은 왜 본 거야? ㅎ 근데 그때 당시엔 또 그 여행 책 보면서 잘 다녔지?
J: 맞아.
B: 다 때라는 게 있나 봐. 우리 여행 10주년 제일 좋았던 여행지 다시 가기로 했잖아.
J: 17년까지 기다릴게 뭐가 있어요? 이탈리아가 1위인 상태로 몇 년 동안 더 업데이트가 안 되는데.
B: 왜 5년 동안만 다녀서?
J: 그렇죠 그러니까 지금부터 업데이트가 안 되면 사실 이탈리아 확정이지 뭘. 근데 나는 만약에 그럴 거면 헤세의 <<무해한 산책>> 책도 읽으면 좋을 것 같긴 해요. 도입부 글이 너무 예뻤어. '당신은 이제 곧 이탈리아로 떠나겠군요.' 하면서 시작하거든요. 그리고 '베네치아의 모든 집에 제 안부를 전해주세요.'라면서 글을 이어가는데 그런 것들이 너무 아기자기한 이탈리아와 잘 어울렸어요. 나도 아직 책 전체는 안 읽고 도입만 보고 찍어서 언니한테 보낸 건데 오랜만에 이탈리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어요. (다시 본 책으로 돌아가서) 근데 나는 중간에 2 챕터 부분은 좀 안 읽혔어요.
B: 나는 딱히 읽히고 안 읽히고는 구분되진 않았어. 중간중간 아는 것들이 나올 때 너무 재미있었고 그리고 사진 찍은 것들 나오잖아. 근데 아마도 작가님이 직접 찍은 사진인 것 같은데 요즘에 사진에 좋은 기능들이 많아서 피사체를 중심에 두고 주변 인물을 삭제하거나 배경에 공사장 같은 것들을 아주 간단하게 없애버릴 수 있는데, 그런 인위적인 편집을 하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의 사진을 올리셨다는 거에서 자연스럽단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좀 내가 만져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근데 전반적으로 사진배치가 정말 좋았어. 특히, 마지막에 단테가 걸어갔던 그 길에서 우리 이제 우리도 우리도 우리의 길로 나선다 하면서 이제 그게 마무리가 되잖아. 그러고 나서 딱 그 길 사진이 있는데 이게 너무 멋있는 거야. 이런 식의 어떤 사진 배치와 활용이 정말 멋있었어. 일부 사진의 디테일만 좀 손보면...
J: 맞아. 근데 재밌었어요. 단테에 대해서 알게 됐던 시간이었어요.
B: 문장력 2.5점 + 구성력 2.9점 + 오락성 2.0점 + 보너스 1점 = 총 8.4점
J: 문장력 2.6점 + 구성력 2.3점 + 오락성 2.4점 + 보너스 1점 = 총 8.3점
B: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 : 책 내내 함께 소개되고 있는 터라 앞 뒤로 읽으면 이해해 큰 도움이 될 듯
J: 김경희 '클래식 클라우드-마키아벨리' : 단테가 살았던 이후의 피렌체를 알고 싶다면 이어서 보기 좋은 책
* 이 글은 J의 브런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aboutj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