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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순 Aug 10. 2021

욕망이란 이름의 관람차 - 영화 '원더 휠'

아들에게 묻는다. 

"왜 자꾸 불장난을 하는 거야? 좀 그만둘 수 없어?" 

그 아이는 정말 궁금한 듯이 되묻는다. 

"왜 그럼 어른들은 계속 불구덩이 속에 뛰어 들려고 하나요?"



 이 영화는 1950년대의 뉴욕 코니 아일랜드를 멀리서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해변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그 속에는 비극의 여주인공 “지니”가 살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녀에게 코니 아일랜드는 일상이라는 무대다. 여유와 기쁨이 아니라 주정뱅이었던 남편과 지긋지긋한 소음, 서커스 공연장을 고친 집에 갇혀 있다. 그녀는 그곳을 벗어날 수 없는 고립감에 심한 두통을 겪는다. 그녀는 자신을 구해줄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지니”의 남편에게는 갱스터와 결혼하기 위해 도망갔었던 딸 “캐롤라이나”가 있다. 그녀가 불현듯 집으로 돌아온다. 갱스터에게 쫓기는 처지로 말이다. 젊음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동경한다. 재미없고 뻔한 남자들은 스무 살의 “캐롤라이나”에게는 너무나도 평범했다. 그녀는 보석, 모피, 경마, 클럽에 둘러싸인 상류사회와 여자가 줄 서는 매력적인 남편이 나만 좋아해줄 것이라는 낭만적 환상을 따라갔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고, 그녀가 지금 원하는 건 가족과 평온이다. 그녀는 이제 평범함을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장작에 불을 붙이기 위해선 성냥이 필요하다. 여기, 좋은 성냥이 있다. 비극적이라는 로맨틱. 멜로드라마를 좋아하고 멋진 비극을 쓰려는 작가 지망생이며, 낭만을 동경하는 남자, “믹키 루빈”이다. 그는 “지니”에게서 비극적 결함을 느낀다. 다시 말하자면, 지긋지긋한 현실의 비극에서 낭만적 탈출을 꿈꾸는 여자와 비련의 여주인공을 구출하려는 남자. 불은 이 둘의 결합으로 촉발된다. 이 연극의 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끝까지 관계로 남아 사랑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아니면, 불장난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될까. 


 불장난의 또 하나의 중요한 속성은 ‘반복’에 있다. 불장난은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 이것이 영화 속 아이의 불장난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지니”는 연극 소품들을 꺼내어 보며 뜨거웠던 지난 날을 그리워한다. 지난 시절을 재현하듯이 그 소품들을 꺼내어 “믹키 루빈”과 황홀한 밤을 지낸다. 이제는 평온을 원한다던 “캐롤라이나”는 빗소리가 들리는 차 안에서 다시금 로맨스를 느끼고, "지니"가 시시해져버린 “믹키 루빈”은 낭만의 대상을 "캐롤라이나"로 이동시킨다. 


 두 남녀는 관람차의 꼭대기에서 석양의 아름다움을 보려 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곳은 쳇바퀴의 시작점이다. 시작점과 끝점이 일치하는 순환고리는 돌고 돌아도 제자리인 자신들의 욕망을 뜻하는걸까. 벗어나려고 해도 원점으로 돌아오는 욕망의 과오는 영화의 마지막에 삐걱이는 관람차처럼 처연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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