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By the Book
뉴욕 타임즈의 북 리뷰 섹션을 즐겨 읽고는 한다. 'By the Book'이라는 코너를 유독 좋아한다. 작가들이 여러 가지 책에 관한 질문에 대해 답을 하는 독서칼럼인데 그 코너에 실렸던 작가들의 인터뷰들만 모아서 <By the Book>이라는 책이 나왔다. 공통적으로 받는 질문들도 있고 개별적으로 받는 질문들도 있는데, 글 잘 쓰고 책 많이 읽는 작가들에게 책에 대해 물어본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내 가슴은 두근두근. (원체 책, 독서, 작가, 서점에 관련된 책에는 속수무책이다. 사거나 읽어야 한다. 무조건.)
미국에서 출판된 책은 코너에서 썼던 작가들의 일러스트들이 표지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 누군지 맞혀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한국에 번역된 책은 일러스트들이 없는 게 아쉽긴 하다. 미국 표지 그대로 썼어도 괜찮았을 듯한데.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들이 좋아하는 책은 무엇인지, 언제, 어디서 읽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지, 작가들조차도 끝내지 못했던 책들이 있는지, 알아가는 재미가 컸던 책이었다. 다 읽고 나니, 나도 저런 질문들에 답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한 나만의 독서문답. 이 문답은 순전히 나의 재미를 위해 혼자 묻고 답한 글이다. (이 책에 나온 질문들과 코너에 나왔던 질문들을 간추렸다.)
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전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읽는 걸 좋아해요. 고요한 아침 시간에 집중이 더 잘 되는 것 같구요, 또 솔직히 머리 말리면서 눈이라도 글을 쫓는 게 시간을 더 활용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 매일 아침은 이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화장이라고 해봤자 씨씨크림 바르는 게 전부인터라 그것까지 하면 최소 20분은 읽을 수 있어요. 그래서일까요, 매일 읽는 습관 덕분인지는 몰라도 파우더룸이 집 안에서 가장 집중이 잘 되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점심시간을 활용해 회사 근처의 카페에 가서 잠깐 읽는 것도 좋아해요. 그때는 주로 전자책이나 문학잡지, 킨포크 같은 계간지들을 주로 읽는 편입니다. 짬을 내서 읽어도 중간에 끊기는 느낌이 덜해서요. 카페 안에서는 백색소음과 카페만의 분위기 덕에 책이 잘 읽혀서 제가 좋아하는 독서 공간 중 하나입니다.
밤에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하며 침대나 소파에서 책을 읽다가 잠에 들곤 합니다. 침대에서는 전자책을 주로 봅니다. 불을 끄고 누워서도 눈이 아프지 않게 독서를 할 수 있어 유용하게 쓰는 기특한 물건입니다.
2. 당신의 특별한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저는 책에 밑줄을 긋거나 메모하거나 책을 접는 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책을 깨끗이 읽고 깨끗하게 보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책날개를 책갈피로 사용하는 것도 싫어합니다. 그렇게 쓰다 보면 책날개가 둥그렇게 모양이 잡히게 되어 책을 닫았을 때 뭔가 불룩하니 이상해 보여서요. 책을 읽을 때는 꼭 포스트잇과 책갈피를 사용합니다. 책갈피로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하고,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노트에 기록하기 전에 포스트잇을 붙여놓습니다. 알록달록한 것이 예쁘기도 하고 위치도 단번에 찾을 수 있어서 애용하는 아이템입니다. 전자책에서는 포스트잇을 붙일 수 없기에 Highlight 기능을 잘 쓰곤 하는데, 종이책만큼 바로 찾아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아쉽기는 합니다. 또 특별한 습관이 있다면, 영미소설이나 논픽션들은 원서로 읽습니다. 한국 작가들의 책이나 일본 작가들, 그 외의 다른 나라의 작품들은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읽지만, 영어로 출판된 책들은 무조건 영어로 읽습니다. 아무래도 원서로 읽어야 작가가 의도한 원래 의미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 같아서 이런 습관이 생겼네요.
3. 지금 침대 머리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침대 머리맡에는 낮은 서랍장이 있습니다. 그 안에 전자책도 보관하고 모으는 책갈피들을 넣어두곤 합니다. 서랍장 위에는 읽고 싶은 책들을 쌓아두는데요, 날이 갈수록 책탑이 놓아져만 가서 고민입니다. 지금 놓여있는 책들은 목수정 작가의 <당신에게, 파리>, 모리 히로시 작가의 <작가의 수지>, 은유 작가의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Lindy West의 <Shrill>, Alain de Botton의 <The Course of Love>입니다.
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한국 책들과 미국 책들을 분류해서 꽂아두는 편입니다. 그중에서도 소설과 논픽션들을 분류해서 배열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끔은 소설이 읽고 싶을 때가 있고, 또 어떤 날은 비소설 분야가 읽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요.
읽은 책들은 다른 방 책꽂이로 가거나 중고 책방에 팔 때도 있습니다. 저는 책 욕심이 많아서 다 가지고 있고 싶은데 원체 책이 좀 많은 데다가 잘 사들이기도 해서 자꾸만 책들이 늘어가네요. 이번에 책꽂이를 새로 하나 샀는데 그거로도 좀 모자랄 것 같습니다. 큰일이네요.
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을 한 권만 꼽으라면 너무 가혹합니다. 여러 권 꼽자면,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던 것은 노구치 히데요의 위인전입니다. 그 책으로 인해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위인전집 중 어린 마음에 이름이 특이해서 처음으로 읽은 위인전이었는데, 어린 나이에 미꾸라지를 팔며 살아야 했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훌륭하게 자라나 나중에 세균학자가 된 노구치 히데요에게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크리스마스 때 받았던 과학만화 전집도 굉장히 좋아해서 책 바인더가 다 헤질 정도로 읽었던 기억이 나요. 그중에서도 바다에 관한 <바다는 왜?>를 가장 좋아했네요. 그리고 <소피야 어쩌면 좋으니>라는 3권짜리 시리즈 책이 있었는데 그 책들은 8살 생일 때 아빠가 선물로 주신 책이었어요. 부모님께서 책 선물을 주실 때마다 항상 책 가장 앞 쪽에 "보라의 _번째 생일을 축하하며.."라고 써주셨기 때문에 기억이 나네요. 말괄량이 소피가 끊이지 않고 사고를 치는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낀 책이었어요. 단지 궁금하다는 이유로 살아있는 금붕어를 어항에서 꺼내 소금을 치기도 하고 말이 먹는 여물이 먹어보기도 하며, 식탐은 얼마나 많은지 빵과 우유를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어서 배탈이 나곤 했던 소피를 어릴 적의 저는 참 좋아했어요. 몇 번의 이사와 이민으로 인해 어릴 적의 책들을 다 처분했는데 <소피야 어쩌면 좋으냐>는 2, 3권은 구해서 가지고 있어요. 사실 1권이 제일 재밌었는데 못 찾겠어요.
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미국에 사니까 한국 책들보다는 원서가 더 많습니다.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딱히 없는 것 같네요.
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딱히 만나고 싶은 작가는 없어요. 사실 그들의 책을 좋아하는 것이지, 그들을 직접 만나서 뭘 알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꼭 읽어야지,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아직까지 읽지 못했네요. 아,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도 추가합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장발장 이야기가 다였지, 레미제라블 이야기를 완독 하지는 못했어요. 이번해가 가기 전에 두 작품 다 읽어야겠습니다. 이번해에도 다짐으로만 끝나면 안 되는데...
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를 친구와 같이 북클럽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그 날 이후로 손이 잘 안 갑니다. 아무래도 날을 잡고 읽어 내려가야 할 것 같은 책이에요. 그 날 읽던 페이스에서 벗어나니 웬일인지 열어보지 않게 되더라구요. 요새 기분도 좀 울적해서 재밌는 책들만 찾은 영향도 없지 않아 있네요. 책은 아주 좋았어요, 제가 읽은 부분까지는.
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아무래도 무인도에 가는 거니까 두꺼운 게 좋지 않을까요? 베개가 될 수도 있고, 받침이 될 수도 있고... 안나 카레니나랑 레미제라블, 그리고 돈키호테를 가져갈래요. 두껍기로 유명한 책들이기도 하고, 가져가면 반드시 읽지 않을까요?
11.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최고의 러브스토리는 무엇입니까?
<냉정과 열정 사이>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저에게는 간결하지만 굉장히 깊고 무겁게 다가온 책이에요. 다른 굉장한 러브스토리들이 많지만, 전 특별히 이 책에 많은 공감을 했던 터라 이 책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두오모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이 책을 읽고 했구요. 영화는 별로였는데, OST는 또 너무 훌륭해서 자주 듣곤 합니다. 제가 상상하는 이미지의 아오이와 쥰세이가 두오모에서 만나는 장면이 제 머릿속에 펼쳐지곤 합니다. 한 가지 명심할 점은 이 책을 읽을 때는 꼭 Rosso를 먼저 읽고 Bleu를 읽어야 합니다. 그렇게 읽어야만 스토리가 잘 이어지거든요. 제 생각입니다마는.
12.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정말로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모든 책은 다 훌륭하죠. 가끔, 나무에게 미안한 책들이 출판될 때가 있긴 하지만요. 몇 권만 뽑아보자면, <수상한 북클럽>도 굉장히 재밌게 읽었구요, David Coggins의 <Paris in Winter>도 일러스트레이션과 그가 보냈던 파리에서의 나날들이 잘 쓰여있어서 좋았어요.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도 재밌게 읽었구요. 50명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가느다란 인연의 실로 이어져있다는 게 굉장히 참신했어요. 요즘은 좋은 국내 작가들을 많이 알게 되어서 뿌듯해요.
13. 대통령께 한 권의 책을 권할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권하시겠습니까?
한국의 대통령께는 헌법을, 미국의 대통령께는 Constitution of the United States를 제발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좀, 제발, please.
14. 모든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책이 있습니까?
딱히 읽었으면 하는 책이 있는 건 아니지만,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어요. 요즘 선행학습이다, 학원이다, 과외다 아이들이 너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데, 전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고 믿어요. 어린 아이들은 나가서 뛰어놀고 책을 읽고 건강하게 자라나야 한다고 믿는데, 요즘 사회에서는 그런 것들이 힘들죠. 꼭 어떤 책을 읽어라라고 말하기보다는, 공부를 위해 읽는 것이 아닌, 순전히 재미를 위해 책을 읽는, 그래서 책의 흥미를 느끼고 책을 가까이하는 아이들이 되라고 말하고 싶어요.
15. 누군가 써줬으면 하는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 책에 관한 책, 프랑스 파리에 관한 책들을 너무 좋아해서, 책만 가지고 떠난 파리 여행기, 이런 거 재밌을 것 같아요. 아니면 정말 무인도에 책 3권만 가져가서 살아본 이야기라던지... 누군가 할 만한 작가가 있기는 할까요?
16. 눈물을 흘리게 만든 책이 있나요?
<연을 쫓는 아이>를 읽고 눈물을 흘렸던 게 기억나네요. 그 책을 읽을 때 너무 재밌어서 옆에서 동생이 부르는데도 듣지도 못하고 책을 읽는 데만 집중했었어요. 제발 날 좀 내버려둬, 이러면서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니 동생은 이미 삐져있었죠...
17. 기억에 남는 독서 경험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초등학교 때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을 읽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어린이 문고로 원래 오리지널 버전보다 조금 쉽게 번역된 소설이었는데, 여러 가지 의미로 많은 충격을 받았어요. 스토리라인도 충격적이었고, 또 소설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 하는 충격도 받았구요. 너무 재밌어서 그 책을 달고 살았던 것 같아요. 읽고 또 읽구요.
18. 당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조금은 전형적인 대답일 수도 있는데,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입니다. 그 책을 통해서 세상의 모든 것은 의미를 담고 있고 그것들이 내 삶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꿈을 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도 조금은 뻔할 수 있지만 제게는 와 닿았던 메시지였고요. 마지막 엔딩에서는 조금 소름이 돋기도 했죠!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책이라서 나이에 상관없이 읽어도 매번 다른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제게 영향을 준 책들은 참 많지만, 굳이 꼽자면 <연금술사>겠네요.
19. 실망스럽거나 과대평가되었거나, 좋아해야 마땅하지만 당신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책이 있습니까?
실망했다거나 과대평가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훨씬 더 좋아합니다. 소설은 잘 썼지만, 그냥 그게 다 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렇지만 하루키의 에세이는 굉장한 팬입니다. 어찌 보면 에세이가 소설보다 쓰기 힘든데, 그걸로 보면 하루키는 대단한 작가지요. 네, 그렇지만... 그의 소설은 그렇게까지 제게 임팩트 있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뭐, 다들 취향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요.
20. 그럼 반대로, 과소평가되었다고 생각하는 책은 무엇인가요?
저는 임경선 작가님을 좋아합니다. 특히 임경선 작가님의 에세이가 너무 좋은데 대중들에게는 아직 좀 덜 알려진 것 같아요. 과소평가되었다기보다는 좋은 만큼 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고 봐야겠죠? 이번에 읽은 <수상한 북클럽>이라는 책은 언뜻 보면 청소년 소설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독서가 얼마나 청소년들의 정신적인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청소년들을 독서로 교육하고 지도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에요. 겉표지나 책 줄거리만 보고 과소평가할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21. 주로 어떤 이야기에 끌리는가요?
소설이라면 아무래도 재미가 있어야 해요. 전 재미가 없으면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 긴 대하소설이나 역사소설은 제 취향은 아닙니다. 논픽션은 의학, 사회학, 심리학 분야를 선호합니다. 에세이 종류도 좋아하고요. 그런데 무엇보다도 책, 작가, 서점, 독서법 등에 관한 책이면 무조건 읽고 보는 편입니다.
22.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작은 아씨들>에 나오는 베스를 좋아했어요. 조는 너무 남자아이 같았고, 에이미는 천방지축, 메그는 그냥 잘 안 끌렸는데, 베스가 유독 좋았어요. 어린 마음에 병약하고 청순한 소녀에게 끌린 걸까요?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의 저는 여성스러운 캐릭터들만 유난히 좋아했네요. 예를 들어 세일러 문이 아니라 세일러 머큐리, 웨딩 피치가 아니라 웨딩 릴리, 주인공이 아니라 서브로 나오는 조용하고 청순한 여자 캐릭터들. 취향이 참 한결같았네요.
23. 가장 좋아하는 문학 장르는 무엇인가요?
가리는 것 없이 다 좋아하는데 그래도 꼽자면 에세이나 자서전을 좋아합니다.
24. 시도 자주 읽나요? 시에 대한 특별한 생각이 있다면?
시를 자주 읽거나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시를 더 찾게 되네요. 길이는 짧고 쓰이는 단어들은 많지 않아도 그 안에는 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게 이제야 와 닿아요. "비밀 독서단" 프로그램에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가 발동을 걸어준 시집이네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시집이기도 하고요.
25. 다시 읽기를 좋아하신다면 어떤 책을 주로 다시 집어드나요?
저는 주로 다시 읽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다시 읽는다면 주로 읽은 지 오래되어서 내용이 가물가물한 책들을 다시 읽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너무 많아서... 가끔 불현듯이 어떤 책이 생각날 때가 있는데, 그때가 생각난 책을 다시 읽을 때라고 느껴져서.. 장르로 따진다면 아무래도 소설 쪽을 다시 읽는 것 같네요.
26. 독서라는 일에 대해 특별한 생각이 있다면?
사람들이 독서를 어렵게 생각하기도 하고, 또 시간이 없어서,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등의 핑계를 대기도 하는 걸 많이 봤어요. 독서는 특별히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닌, 또 특정한 사람들만 갖는 취미가 아닌, 일상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라고 생각해요. 또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이기도 하고요. 시간이 많은 사람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읽다 보면 분명 독서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고, 그곳에서부터 독서는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아도 재밌고 읽기 쉬운 책부터 읽어나가서 그 책을 덮는 날엔 분명 독서의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고 자신해요. 우선 읽는 것이 중요한 거죠. 전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읽어서 손해 볼 것, 잃는 것은 하나도 없거든요.
27. 소설과 논픽션 중 어느 것을 즐겨 읽습니까?
주기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소설만 읽는 때가 있고 지겨워지면 논픽션으로 갈아타곤 합니다. 읽는 양으로 따진다면 소설보다는 논픽션이 조금 더 많은 것 같네요. 비율로 본다면 4:6 정도로? 재밌게 읽어 내려가고 싶을 때는 소설을 찾는 편이고, 뭔가를 배우고 싶다던가 얻어내고 싶을 때는 논픽션을 찾습니다.
28. 종이책과 전자책 중 어떤 것을 주로 읽습니까?
둘 다 반반씩의 비율로 읽는 것 같아요.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으니까요. 밤에는 전자책이 누워서 읽기에도 편한 반면에 가끔은 종이책으로 읽어야만 하는 책들도 있어요. 어느 것 하나 선호한다기보다 전자책과 종이책을 자유롭게 번갈아가면서 읽습니다.
29. 자기계발서도 많이 읽는 편인가요?
자기계발서도 읽긴 읽지만 많이 읽는 편은 아닌 것 같네요. 주로 읽는 분야는 독서법이나 독서력에 관한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 같아요.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천해나가는 자신의 의지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읽고 난 후에 습득한 모든 것들이 증발해버리는 것 같아요. 자기계발서를 안 좋아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데 전 그렇지는 않지만 읽고 난 후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남들이 보기에는 똑같은 말만 하는 것 같아도 그 작가는 정말 그로 인한 변화가 있었기에 책을 쓴 걸 테니까요.
30. 다음으로 읽을 책은?
폴라 호킨스의 <걸 온 더 트레인>을 읽을 거예요. 예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아직까지 못 읽었어요. 재밌다는 리뷰가 많아서 빨리 읽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