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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봐선 안 된다.

작지만 끝내주는 마트일기

by 보리차

매일 라이터를 하나씩 사가는 손님이 있다.

슈퍼맨 말로는, 10년째 골수단골이라고 했다.

담배? 양초? 아니면 매일 밤 무언가를 태우는 걸까?

궁금하다.

그러나 물어봐선 안 된다.

그 라이터로 뭘 하냐고


전자발찌를 차고 오는 손님이 있다.

발목에 찰랑이는 검은 박스.

몇 시까지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걸까?

궁금하다.

그러나 물어봐선 안 된다.


나는 안다.

한 달에 한 번, 바퀴 벌레 약을 사는 그 사람이

어떤 싸움 중인지.

그러나 물어봐선 안 된다.


매일 같은 복권 번호를 긁는 아줌마

그 돈은 다 어디서 나는 걸까?

미치도록 궁금하지만 물어봐선 안 된다.


마트 알바생의 최대난관.

미치도록 궁금하다.

그러나 물어봐선 안 된다.


나는 오늘도

“봉투 필요하세요?”

라고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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