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7일 정말 마음에 드는데 나 주면 안돼요?
드디어 기다리던 신분증 신청 예약일이 돌아왔다. 정말 오래 기다렸던 것같다. 예약시간보다 좀 더 빠르게 들어갔고 번호표를 뽑고 가방검사를 한 다음 대기번호표를 들고 여권과 서류들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페루의 이민청과는 다소 다른 느낌의 외국인 등록사무소. 이 작은 섬에 외국인 등록청이 무려 6~7개나 있는걸 알았을때는 정말 놀랐던 것같다. 그런데 일처리가 이렇게 느리다고?
아무튼 십여분쯤 앉아 있다가 내 번호가 되어 사무실로 들어갔다. 인터폴 경찰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근무중이었는데 휴가기간이라 그런지 절반도 채 안되어보였다. 인원은 10명 남짓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걸로 느껴졌다. 나는 안쪽에 있는 다른 책상으로 안내를 받았다. 들어가서 또 5분 정도 앉아서 기다리다보니 남자 경찰이 다가와서 가지고 온 서류를 요청했다. 하나씩 줬다.
대꾸도 없이 서류를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껌을 쫙쫙 씹던 그 스페인 경찰은 나에게 종이 한장을 주며 빈칸을 적으라고 이야기 했다. 근데 볼펜을 안주고 있었다. 난 펜이 없는데? 옆에 같이 들어갔던 변호사가 안쪽 테이블에서 펜을 하나 들고 나에게 줬다. 그걸로 나는 새로운 집 주소랑 해서 각종 정보를 작성해서 적었다. 그런데 경찰이 이게 아니라고 하는것이다?
물어봤더니 집주소란에 최초거주등록허가를 받을 때 적었던 주소를 적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지금 사는 집은 그 집이 아닌데 거길 적으면 어쩌지? 이렇게 주소가 함부로 남발이 된다고? 좀 황당했지만 아무튼 그 주소를 찾아서 적었다. 그리고 옆에 변호사가 물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집에 살고 있어. 주소를 바꿔야 하는데 그럴때는 어떻게 해야해?
-음... 나 그거 모르는데...?
이민청에서 일 하고 있는 직원이자 공무원, 경찰인데 이야기를 모른다고 한다. 정말 황당하다. 하지만 이 나라 사람들 특히 공무원들은 남의 일을 도와줄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예를들어, 마드리드에 사는 분의 이야기로는 신분증을 신청했는데 이름의 알파벳에 오타가 있었다고 한다. 신분증이기 때문에 이름은 매우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타이핑을 해서 신청을 하는건지 오타가 있는데도 그대로 발급을 했다고 한다. 바꿔달라고 요청을 하자 "응 안돼"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신분증인데 말이다.
물론 남의 일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니라는 이야기. 나에게 걸린 저 사람도 마찬가지라서 주소가 다르다는 내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저 휴가를 가야하는 시간만 기다리고 있는 심드렁한 공무원일뿐. 그러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하기 시작한다. 거의 발음이 없는 말하기 매우 귀찮고 불편해보이는 어투로 어딘가로 전화를 하기 시작한다.
알고보니 주소를 변경한다는데 어떻게 접수를 받아야 하는지를 물어보는 전화였고 그 이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는 했다. 일단 최초거주승인을 받았을때의 주소를 쓰고 접수를 한 다음, 거주등록을 하고나서(전입신고) 그 주소지를 여기서 수정하는 서류를 내면된다고 했다. 근데 그것도 사실 진짜일지를 모른다. 여기 사람들은 자기 개인의 생각을 모든 업무에 다 포함을 시키니까 그게 개인의 뇌피셜인지 아니면 진짜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뜻 그렇게 해서는 안되기도 한다. 예약을 하지 않고 그냥 다시 이민청을 와서 주소바뀐 서류만 주고 가면 된다고는 하지만 막상 예약없이 방문을 했을때 누구에게 어떻게 서류를 줘야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것들을 생각해볼수가 있다. 이렇게 타인 대접을 받아가며 왜 내 나라, 내 집을 두고 이렇게 남의 나라에서 고생하며 이렇게 살려고 하는건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말이다. 글쎄? 우리는 왜 두번이나 해외에서 사는것에 대해서 고민을 했고 두번째 해외에 나와 있는건지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우선 도피는 아니다. 첫 번째로 아이들에 대한 교육의 문제가 상당히 큰 작용을 했던 것 같다. 이번에 스페인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 우리 큰 딸은 정말 크나큰 일을 몇 차례 경험을 했다. 학교폭력과 사이버 폭력 그리고 학원에서의 아동 성추행 사건까지.. 학원비는 날이갈수록 비싸지고 (난 아이들의 교육에 수억 투자하는 극성맘이 아니다) 아이들이 대상이 되는 범죄와 아이들끼리의 말도 안되는 사건사고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가족간의 삶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야간에 일을 하던 김오빠는 아침에 퇴근하면 학교가고 어린이집 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봐야했고 가족들과 저녁상이 아니라 식사 시간 자체를 가지기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렇게 있다가는 진짜 일만하다가 몸은 점점 망가지고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생각했을때 가족들 모두를 위해 하루라도 같이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의미가 가장 컸던 것 같다. 해외에 나오면 가족과 같이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대답은 YES. 어짜피 나가도 할 일도 없고 사업체 알아보고 뭐 등등 했을 때 주재원이나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아닌이상 가족사업을 해야하고 늘 함께 의견을 공유하며 함께 사업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같이 있고 이야기 하는 시간은 훨씬 늘어난다.
이제 여기 온지 한 달 남짓 넘어가고 있지만 아이와도 김오빠와도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국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를 하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 어떻게 해결을 하는게 좋았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이는 부모에 대한 이해도가 늘어났고 또 다른 문화들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또한, 사춘기의 큰 딸과 천방지축 작은아들에 대해 더 이해도를 올릴 수 있었다. 가족이라는 단어로 묶이기만 하는게 아니라 진짜 공감과 소통이 되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이들은 학워을 다니지 않아 너무 좋아한다. 교과서 뿐만 아니라 학원에 시달리듯이 다녔던게 있었는데 그 마저도 없어지니 스스로 책을 읽고 공부를 하려고 찾는다. 나만의 공부방법을 배워가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의 문화는 어떤지, 어떻게 지내는지, 아이들은 어떤지 등에 대해서 스스로 알아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궁금한 부분들을 꼭 질문을 한다.
-엄마 오늘 어디 갔다왔어? 이민청은 어때? 나중에 나도 거기 가야하지? 여기 사람들은 이럴때 어때? 저럴때 어때?
상상력이나 궁금증이 폭발을 하는 것 같은 그런 시간들이 되고 있다.
아무튼 우리가족은 그렇게 이곳에 오게 되었고 난 이민청에서 지문을 찍고 바보같이 일을 하고 있는 경찰을 뒤로한채 문을 곧 닫는다고 하는 이민청의 반 협박(?)을 듣고 온 동네 은행을 돌아다니며 수수료 납부를 할 수 있는곳을 찾아다녔다. 곧 문을 닫아야 하는데 날더러 돈을 내고 오라고 하더라. 기가막혀 증말... 온 은행을 다 뒤지고 다녀서 결국은 납부를 하고 이민청이 문을 닫기 5분전 도착을 해서 접수증을 받아왔다.
하지만 은행 기계에 납부를 한 뒤 거스름돈 3.90유로는 돌려받지 못했다. 기계가 먹었다. 냠냠.....
이렇게 또 한가지 큰 산을 넘어선 것 같다. 신분증이 가장 두렵고 무서웠던 일이었는데 신분증 하나 때문에 서럽고 억울한 일도 그 잠깐 사이 여러번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신분증 신청을 하고 도대체 이게 언제 완성이 될지.. 모를일이라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