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23일 여긴 은행입니다. 안해줄거에요. 예약이나 잡으시죠
해외에서 생활을 하려다보면 의외로 필요한게 너무 많다. 뭐 하루에 삼시세끼 먹어야 하는건 당연한 일이고 의식주는 해결이 되어야 한다. 또한 기본적으로 은행계좌는 하나정도 있어야 원활한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 외국인들에게 계좌를 열어주는건 비자가 있으면 다른 서류 몇 가지를 챙겨서 즉시 발급을 해준다. 우리나라만의 장점이자 빠르고 좋은 시스템이다.
하지만 해외는 사정이 다르다. 은행을 방문해서 계좌나 각종 업무를 보려면 은행 이메일을 통해 사전에 방문 예약을 해야한다. 여기 사람들은 그게 일상이니까 당연히 이해를 한다고 할 수 있지만 외국인인 우리들 입장에선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은행이라는 곳은 우리가 그냥 방문을 해서 번호표를 뽑고 대기를 했다가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던가? 여기선 아닌가보다.
월요일이 되서 내 변호사 디에고는 다른 업무때문에 바쁜관계로 사업자 등록증과 내 신분증 서류들을 들고 Santa Catalina에 있는 BBVA라는 은행을 방문했다. 이 곳은 내가 작년에 사업계좌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 방문해서 내가 온 이유를 어떤 직원분께 설명을 했다. 예약을 했냐고 물어보길래 (당연히 난 몰랐으니까) 예약은 하지 않았다고 했고 사업계좌는 작년에 만들어서 가지고 있는데 그건 카드가 없어서 발급 받아야 하고 이번엔 개인 계좌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 기본 계좌를 만들고 싶다고 설명을 했다.
-응, 안돼. 돌아가. 그리고 다음부턴 예약하고 와.
-??? 나 여기 사업계좌가 있어. 그거 바탕으로 확인하고 만들어주면 돼.
-응, 그것도 가능하긴 한데 일단 안돼 가. (이메일 적어주며) 나중에 메일로 예약하고 와. 그리고 너 신분증 카드로 된거 완성되면 그거 들고와. 그거 없으면 접수증으로도 안 해줘. NIE번호 있어도 못 믿어. 안되니까 그냥 접수증, NIE번호 안돼. TIE카드 가져와.
온 곳이 협업이 안되고 있다. 앞전 글에 있는 내용들인데 입국을 하면 집을 구하고 거주등록을 하고 신분증 신청을 하고 그 후에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모든게 협업이 안되고 있다. 계좌가 없으면 집을 내줄 수 없다고 이야기 하고 거주등록을 하지 않으면 신분증 신청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아무리 이민자를 받지 않는 나라라고는 하지만 제도가 있고 운영을 하고 있는거라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떤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전혀 그런게 없이 중구난방 난리다.
아무튼 계좌 개설에 실패를 하고 돌아섰다. 나에게 은행계좌는 다른사람들보다 더 간절하게 필요한 요즘이다. 물론 한국에 있는 계좌를 사용중이긴 하지만, 문제가 집이나 가게나 어떤 것을 구해야 할 때 계좌잔고를 요구하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당장 사업체가 없는 내 입장에서는 은행계좌가 있어야 한다. 또한, 미성년 자녀들의 비자를 먼저 취득하려고 하는 단계라서 지금 사업체를 운영중인게 아니라 수입이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매달 생활비로 얼마씩 입금이 되는 내역을 만들고 그 안에 집에 대한 적합성 판정과 가게 계약 등이 이루어져야 외국인청에서 받아야 하는 서류가 승인이 나기 때문이다.
변호사에게 사연을 이야기 했다. 변호사의 친구분이 BBVA은행에서 근무를 하셨는데 작년에는 그 친구분 은혜를 입어 사업자 계좌를 따로 예약을 하지 않고 외국인 신분으로 임시NIE번호를 입력하여 개설 할 수 있었고 심지어 3000유로를 입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 변호사는 그 말을 듣고 안되겠다며 은행업무는 아무래도 지인찬스로 사업계좌 카드와 개인계좌를 같이 열 수 있도록 해보자고 했다.
우리나라의 70~80년대 시절에는 좀 더 가면 90년대 초반? 까지에서는 약간의 뒷돈을 얹어주면 안되던 일도 좀 더 빠르게 진행되거나 또는 불가능이 가능으로 변하게 되는 그런 일들이 종종 있었다. 21세기 지금도 학연, 지연은 여전히 존재를 한다. 여기는 그 시절 한국과도 같다. 특히 지역사회 특성이 아주 뚜렷한 곳이라 그런지 현지인으로서 '유지' 정도의 사람을 알고 있으면 정말 못할게 없는 막강한 파워를 갖게 되기도 한다.
미성년 자녀들을 위한 비자신청에 필요한 서류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지금, 다소 초조해지는 그런 마음을 갖게 되는 하루가 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