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거래가 망가뜨린 십수 년의 우정
몇 년 전, 고등학교 동창 A에게 전화가 왔다.
"기린아, 500만 원만 빌려줘라."
사업을 하는 친구다. 돈이 필요한 이유를 길게 설명하더니, 다음 달이면 갚을 수 있다고 했다.
"현금이 없긴 한데, 찾아보고 연락 줄게."
일단 그렇게 답을 하고 한참을 고민했다.
A가 고군분투하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간 신뢰를 주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사업하다 고소를 당한 적도 있었고, 브로커를 끼고 일을 처리한 적도 있었다.
며칠 뒤, 와이프 핑계를 대며 힘들다며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몇 년 후, A의 결혼식 날이었다.
A와 절친했던 B가 보이지 않았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듯하여 전화를 걸었다.
"언제 와?"
"그 자식 결혼하냐?"
당황한 나에게 B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A가 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던 시점, B에게도 같은 부탁을 했다고 했다. 금액도 똑같은 500만 원이다. B는 빌려줬던 것이다.
한 달이 지났지만 A는 돈을 갚지 않았다.
한 달을 더 기다렸지만, 돈을 갚지 않았다.
차일피일 미뤘다.
결국 B가 다시 독촉하자, A는 짜증 섞인 말투로 신경질을 부렸다. B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야, 그냥 갚지 말고 연락도 하지 마."
그 뒤로 A는 B에게 결혼 소식조차 알리지 않았다. 둘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니다.
만약 A에게 내가 500만 원을 빌려줬다면 나 또한 B와 같은 상황을 마주했을 것이다. 십수 년 쌓아온 추억을 500만 원에 처분하게 되는 셈이다.
그날 이후, 친구와는 절대 돈거래를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잠깐 생각해 본다는 말로 어설픈 기대조차 주지 않는다.
나의 추억을 돈으로 환산하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