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생기면 차보다 집을 삽니다

중고차 탑니다.

by 배부른기린

중고차를 타고 있다.

돌아보면 지금껏 새 차를 사본 적이 없다. 돈이 생기면 차를 사는 대신 아파트를 샀다. 차보다는 집, 소비보다는 투자였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차와는 인연이 멀어졌다.


주변에는 외제차를 타는 친구들이 많다. 새로 나온 국산 신차를 뽑은 지인들도 적지 않다. 그들의 차를 보면 부럽기도 하고, 나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내 우선순위는 언제나 부동산이었다. 차는 이동수단이지만, 부동산은 자산이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부동산 상승기 자산이 십수억 원으로 불어났던 시기가 있었다. 흐름을 잘 타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던 때였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이제는 한 번쯤 소비를 해봐도 되지 않을까.”

그동안 늘 중고차만 몰았던 나에게 외제차라는 보상을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대기 계약을 걸었다. 하지만 시장은 언제나 인간의 욕심을 가볍게 무너뜨린다. 곧바로 하락장이 찾아왔다. 금리는 오르고, 자산 가격은 빠르게 떨어졌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계약했던 차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 비싼 차를 몰고 다닐 자신이 없다.


대기를 취소했다. 아쉽지도 않았다. 하락장에 살아남는 것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이었다. 외제차 한 대의 만족감보다 현금을 지키고 시장에 남아 있었던 것이 훨씬 큰 자산이 된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새 차를 살 수가 없었다.


이렇게 새 차와의 인연은 또다시 이어지지 않았다.


나에게도 차는 단순한 이동수단 이상이다. 돈 벌었다는 자랑을 할 수 있는 과시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가 나의 삶의 중심이 될 수 없다. 새 차를 몰며 얻는 짜릿함보다, 내 삶의 기반을 유지하는 안정감이 더 크다. 남들처럼 화려한 차를 타지 않아도 괜찮다. 다시 또 돈이 모이면 아파트를 살 나라는 것을 안다.


차와의 인연은 앞으로도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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