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걸 많이 먹어봐야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 경험이 99%다.
색을 만들어 쓸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음식 간을 맞추는 것 같다고. 누구나 직접 음식을 해보면 결국 익숙한 맛, 자기 입에 맞는 간을 찾아간다. 대부분 그 맛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경험이 많은 맛이다. 그래서 한 집안의 레시피가 의외로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것 같기도 하다.
많은 양념, 조미료, 향채소가 있어도 사람은 대부분 쓰던 재료로 먹던 맛을 낸다. 그게 안심되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안심되고 편안한 것이 맛있는 음식으로 느껴진다.
색을 만들다 보면, 파레트 위에서 여러 물감을 섞으며 이번엔 이런 색을 써볼까 하지만, 캔버스에 칠하고 나서그 새로운 색이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색을 만들 때 여러 색을 섞어 '익숙한 색'을 만들고, 캔버스에 그 익숙한 색을 칠한다. 안 쓰던 색은 잘 만들어지지 않거니와 잘 쓰이지 않는다. 화면이 진행돼 완성에 가까워질 수록 그 안쓰던 색이 튀어 다른 색과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익숙한 맛으로 요리가 완성되듯, 내가 쓰던 색으로 그림이 완성된다. 그것이 그 사람 개인의 개성, 화풍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한 문화권에서 태어난 예술가가 비슷한 화풍을, 특히 비슷한 색을 쓰는 걸 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화가들이 쓰는 울트라마린블루, 밝고 따뜻한 옐로오커를 쓴 그림은 작가 이름을 보기도 전에 '프랑스 느낌이 난다'고 생각할 여지를 준다. 프랑스 작가들이 사용하는 색의 공통점, 남부 유럽 작가들이 보여주는 색의 특징, 넓게 유럽권 작가들에게서 느껴지는 색감. 그들이 성장하며 보고 자란 자연의 색깔이고 문화의 색감이다.
그렇게 보면 한국 작가들 역시 비슷한 색감을 사용한다. 탁하고 무거운 원색이 난 그 공통점이라 본다. 최근 서울시가 '서울의 색'이라고 꼽은 색깔들을 보면 붉은 색, 푸른 색, 초록 색 모두 담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채도가 낮다. 원색에 짙은 회색을 약간 섞은 듯 무거운 붉은 색, 탁한 푸른 색을 차용했다. 난 그것들이 서울의 색이라기 보다 한국의 색이라 느꼈다. 나 역시 색을 만들 때, 채도가 약간이라도 낮아져야 안심이 됐고, 그런 채도로 색을 통일했을 때 만족스러운 그림을 얻었다. 다소 무겁고, 어두운 내 성격 탓인지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