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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무슨별 Nov 02. 2023

이카-리마-쿠스코 대이동! 하룻동안 1400km?

마추픽추 보러 무려 11시간을 이동했던 하루 기록

*영상으로 미리보기!

https://youtu.be/6saAoSpeF9g?si=akqZ3T7Sg1TufVsC


[대장정의 이동 동선 미리보기]

- 8시: 기상 후 동네 산책

- 9시: 아침식사

- 10시: 대장정의 이동 출발

- 11시~16시: 이카 - 리마 이동

- 16~17시: 이른 저녁

- 17:20~18:30: 리마 공항으로 이동

- 21~22시: 쿠스코행 항공편 탑승

- 22:15: 택시 타고 숙소 도착

- 자정: 씻고 짐 풀고 취침



전날 밤 심상치 않은 기운이 남미 여행 카톡 방에 감돌았다. 마추픽추가 극적으로 열릴 것 같다는 얘기였다. 남미 상황은 한 치 앞을 모른다지만,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여전히 봉쇄라고 해서 쿠스코행 항공편을 포기하면서까지 이카에 온 거였는데 말이다.



일단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정말로 마추픽추가 열린 게 맞는지 확인했고 현지에 사시는 교민 분들 말로 정말 열렸다고 했다. 믿기지 않았다. 그럼 나는 당장 쿠스코에 가야 하나 고민에 빠졌지만, 사실 이카에서 더 볼 일이 없기도 하고 쿠스코 일정을 끝내야 계획했던 남미 여행이 진짜로 끝나는 거였기에 일단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을 검색했다. 알아보니 거의 하루 종일 이동만 해야 쿠스코에 갈 수 있었고, 말 그대로 하루를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고민은 짧았고 나는 쿠스코에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마음을 먹나니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남미 여행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던 마추픽추를 볼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도 설렘이 가득했다. 하지만 끔찍한 대이동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오전 9시쯤 일단 아침식사를 한 뒤 짧고 굵었던 이카에서의 하룻밤을 기억하기 위해 그 풍경을 눈에 최대한 담아보려 했다.



인공 사막이었지만 인생 첫 사막으로 꽤 괜찮았고, 정말 압축적으로 하루를 보냈기에 후회나 아쉬움은 딱히 없었다. 아주 먼 거리를 비효율적으로 이틀 동안 옮겨 다녔다는 것만 아쉬울 뿐이었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예정됐던 대장정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숙소에서 버스터미널까지 툭툭이로 이동했고(5솔) 이카에서 리마까지는 앱으로 예약한 버스로 1차 대이동을 했다.



오전 11시부터 약 5시간 동안 또 한 번 지루하고도 고통스러운 비포장도로 여정이었다. 그렇게 힘겹게 리마에 도착했을 때가 오후 4시 즈음이었고 터미널 근처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페루인들이 운영하는 중식당에서 닭고기덮밥 같은 메뉴를 먹었는데 짜고 양이 많았지만 긴 여정에 지쳤던 터라 싹싹 남김없이 잘 먹었다.(입이 너무 짜서 물도 많이 마셨다)



식사를 마치고 5시가 넘은 시각. 리마의 저녁 시간은 차가 매우 막혔지만 버스나 차나 이동 시간이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했고, 그렇게 택시를 타고 리마 공항으로 향했다. 이전 5시간 여정의 고속버스에서 당일 저녁 9시 항공권을 구매했었다. 시간이 아주 넉넉할 줄 알았는데 시내에서 길이 꽤 막혀서 딱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시내 택시 이동만 1시간 넘게 걸렸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렸지만 공항에서 꾸역꾸역 에너지를 채워줄 시원한 주스 음료 한 잔과 달달한 당근 케이크를 먹으며 잠시 한숨 돌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정말 마시고 싶었는데 역시나 스타벅스엔 따뜻한 커피뿐이었다..)


그러고는 한 시간 조금 안되는 항공편으로 드디어!! 쿠스코에 도착했다. 아침에 이카에서 출발한 지 장장 11시간 만이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고 이때는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와 오늘 이동한 거리가 도합 2,000km는 족히 될 것 같았다.


남미는…. 같은 나라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도시 간 거리가 아주 먼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내가 이동한 루트가 정말 최악의 비효율 그 자체였다. 선택지가 이것뿐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힘겹게라도 꾸역꾸역 올 수 있었던 건 마추픽추를 볼 수 있다는 그 한 가지 희망 때문이었다. 앞으로 쿠스코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기대하면서 씻고 잠든 시각이 대략 자정쯤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고단한 몸을 뉘었던 쿠스코의 첫날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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