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 상파울루> 도하> 인천...)
*23년 2월 18~21일의 여행을 기록한 글입니다.
(아무것도 안 했으나 이동/비행에 무려 3일이나 걸린^^)
[동선 요약]
2/18(토)
22:00 리마 공항에서 대장정의 장기 비행 수속
23:45 페루 리마 > 브라질 상파울루 과률루스 이동 (5h 10m 소요)
2/19(일)
06:55 상파울루 과률루스 공항 도착 (환승 대기 시간: 20h 25m)
08:30 지옥의 대기 끝에 입국 절차 진행 완료 + 지옥의 짐 찾기.. = 실패
17:00 숙소에서 기절했다가 장보기 + 저녁 먹으러 나옴
18:30 저녁 식사
2/20(월)
00:25 숙소에서 쉬다가 짐 정리 후 공항행 택시 대기
00:45 택시타고 상파울루 과률루스 공항 이동
01:00 공항 도착
01:10 짐을 도하에서 찾는 줄 알았으나 서울에서 픽업 가능하다고 하여 짐 번호 받음
3:20 상파울루 과률루스 > 도하 이동 (13h 40m 소요)
22:50 도하 공항 도착 (환승 대기 시간 3h 15m)
2/21(화)
2:15 도하 > 인천 이동 (8h 40m 소요)
16:55 인천 도착
보시면 아시겠지만.. 딱히 한 게 없는데 이동에만 장장 3일이 소요된 엄청난 비효율의 마지막 복귀 비행이었습니다. 알고서도 제 손으로 결제한 비행 티켓이지만 막상 다가오니 이걸 또 해야하나.. 이 이후로 두 번 다시 없으리라 다짐했답니다.(갈 때도 비슷하게 오래 걸렸음^^)
⭐️남미 여행 마지막 기록은… 여러모로 빡침 모먼트가 있었어서 tmi가 많은 점 참고 바랍니다 ㅎㅎ⭐️
각설하고, 리마에서 짐을 부칠 때 18L 정도 되는 큰 배낭, 기내용 캐리어 하나, 손가방 이렇게 3개의 짐이 있었는데요. 배낭만 부치고 캐리어 & 손가방은 들고 탈까 하다가 어차피 브라질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여 손 가벼운 게 최고지 하고 손가방 외 캐리어 & 배낭을 모두 부쳤답니다. 환승/경유를 여러차례 하는 게 처음이었지만 중간에 찾는다는 게 좀 쎄해서 최소 두 세번은 물어봤는데 맞다고 하니 믿고 부쳤는데요. 결국 짐을 모조리 부쳐버린 이 행동은 큰 화를 불러오게 됩니다… to be continued.
(리마 공항에서 쇼핑할 때까지만 해도 몰랐지...내 짐이 서울로 바로 갈 줄)
그렇게 두 손 가볍게 브라질행 비행기를 타고 새벽 3시가 넘어 출발하는 편이었기에 기내에서는 사실상 거의 기절이었습니다. 중간에 밥 먹을 거냐고 물었을 때만 어찌저찌 밥 먹고 다시 또 잤네요. 그렇게 브라질 과률루스 공항에 아침 7시쯤 도착했는데, 이 시기가 브라질 연 중 최대의 카니발 기간이라 관광객이 많이 오는 때라고 하여 수속 대기가 무척 길었습니다. 한 달 전 입국할 때는 금방 들어갔었는데 전혀 딴판이더라고요. 결국 한 시간 반을 기다린 끝에 출구로 나올 수 있었는데 이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서 그런지 기다리다가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나왔는데 짐을 찾아야 했으나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어디서 찾아야하는지 화면에 뜨지 않아서 이상한 낌새를 감지하고 항공사(라탐) 카운터에 물어보니 제 짐은 한국으로 바로 간 것 같다며 다른 터미널에서 문의해봐야할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짐을 분명 중간에 찾으라고 했는데… 절대 그럴리 없다고 하길래 1차 빡침이 시작되려 했으나 이때까지는 그래도 어떻게든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고 희망을 품었습니다.
그런데 그 문의 마저도 내린 터미널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한참을 이동해야하는 옆 터미널에서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때 사실 짐은 이미 떠났다는 걸 믿고 포기했어야 했는데.. 분명 리마에서 브라질 경유 때 짐을 찾으라고 했기에 저는 그 정보를 철썩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일단 거길 가야 짐의 위치를 알 수 있다고 하니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이끌고 30분 넘게 걸어서 도착을 했는데요. 거기서도 대체 어디에 문의를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서 지나가던 항공사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는 또 자기는 모르니 아까 내렸던 터미널로 가라고 하더군요.
동영상 정보 상세 보기
이때부터는 진짜로 열받기 시작합니다..
1차 빡침) 항공사 직원들이 짐이 서울로 갔을건데 정확히 알아보려면 다시 공식적으로 문의해보라며 여기저기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토스함 = 나를 똥개훈련 시킴
2차 빡침) 리마에서 분명 브라질 경유 때 찾으라고 했던 직원들에게
3차) 몸은 힘들어서 쓰러지기 직전이고(반팔+얇은 셔츠 + 얇은 긴바지였는데 은근 쌀쌀했음/몸이 차면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듦) 폰 배터리는 거의 사망함 = 숙소까지 찾아가는 게 난처해짐
위와 같은 상황이었는데 정말 너무 멘붕이었고.. 짐이 서울로 간 게 사실이라면 진짜 잘 갔는지도 모르겠고.. 근데 중간에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손가방 하나 달랑 들고 나왔는데 하루 잠시 묵을 짐이 없어서 난감하고..(갈아입을 옷 등등) 그러다 공항에 더 있다가는 정말 죽겠어서 일단 혹시 몰라 종이에 적어둔(기내에서 폰 배터리가 위태로워 미리 적어뒀음) 숙소 위치를 확인하여 비싸지만 안전한 공항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그렇게 숙소에 무사히 도착하니 일단 어떻게든 오긴 왔는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기내에서 충전 잭이 갑자기 고장나는 바람에 폰 충전을 못했는데 숙소에 남는 잭이 없다고 하여 어디선가 구매를 해야했는데요.(어떻게 숙소에 아이폰 충전기가 없냐고요…갤럭시용 충전기만 있었음) 카운터에 물어보니 근처에 마땅히 살 곳이 없는데 어디 편의점이라도 열었으면 한 번 확인해보라 하여 무작정 나와서 충전기 찾아 삼만리를 했습니다..ㅎㅎㅎ (숙소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충전기 빌릴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놀랍게도 전부 다 아이폰이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히 어느 한 편의점에서 운 좋게 충전기를 발견해서 구매했고, 정말 또 다행히도 불량이 아니어서 충전이 잘 됐습니다. (폰에 항공편 등 모든 이동 관련 정보가 다 있었어서 폰 안켜지면 안되는 상황이었음) 그렇게 1차 고비를 넘기고 나니 2차 고비가 눈에 보였는데요. 갈아 입을 옷이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20시간 대기라 만 하루를 있어야 하는데 입고 온 옷이 전부이고.. 날씨는 생각보다 춥고.. 무엇보다 한국은 겨울인데 이동하는 비행기에서도 춥겠지만 내리면 나홀로 겨울에 여름차림인 상황이었습니다 ㅋㅋㅋㅋ
하지만 뭐 초가을 날씨인 브라질에서 패딩을 구할 순 없으니 포기하고 그냥 리마에서 출발한 그대~로 인천에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우 찝찝해서 죽을뻔…) 그렇게 그냥 모든 걸 포기하고 숙소에서 씻고 (심지어 숙소에 욕실용품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비누로 모든 절차를 대신했다) 한참을 쉬다가 오후 5시쯤 나왔습니다. 원래는 마지막인 이곳에서 마트의 저렴한 주류를 3-4개쯤 사서 캐리어에 넣어갈 예정이었으나.. 캐리어는 이미 서울로 보내져서 제 마지막 원대한 꿈은 물거품이 되었답니다.
(남미의 마트 리큐르는 정말 저렴하다. 무려 2천원도 안하는 가격^^)
주류 대신 주전부리와 커피를 샀고 이것 저것 사보고 싶은 것들을 샀습니다. 간단히 2-3만원 어치의 쇼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있던 패스트 푸드 점에서 손바닥만한 피자 5개를 시켜서 먹었고요. 맛은 정말 너무 별로라서 거의 남겼습니다^^(마트에서 파는 빵이 더 맛있었을듯) 주말이라 뭐 어디 연 곳이 없어서 참 아쉬웠네요. 마지막 남미 국가여서 동네 카페, 밥집 등 로컬 느낌 제대로 느껴보고 마무리 하려는 게 계획이었는데 그 또한 산산조각이 나버렸습니다. (동네 자체도 뭔가 주거지가 아닌 느낌이라 뭐 둘러볼만한 그런 것도 없었음)
(정말 인생 최악의 피자^^ 피자라고 부르지도 말라)
(최후의 장보기....ㅋ)
그렇게 우여곡절이 많았던 하루를 마치고 자정쯤 되어서 또 다시 긴 비행을 할 준비를 했습니다.
(당시 브라질은 연중 최대 행사인 카니발 기간으로 관광객이 정말 많다고 했다)
혹시 몰라 카운터에 택시 바로 잡을 수 있는지 물어보니, 공항 내에서 수속에 시간이 오래걸릴 수도 있으니 3시간 보다도 더 전에 도착하는 게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보통 2시간 정도 먼저 도착하는데 3시간도 어떨 땐 아슬하다고 하여 충격을 받고.. 혹시 나 한국에 못 돌아가는 건 아니겠지 하는 불안한 생각을 안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도 걱정했던 그런 대기는 없었고 오히려 너무 빨리 도착해서 비행기 탑승까지 기다리는 게 너무 지루했네요.(남미는 공항도 안전하지 못해서 한 눈 팔면 안 되다 보니 빨리 비행기에 타고 싶을 뿐이었다)
(시간이 오히려 너무 남아서 술 구경함. 저렴하고 좋았는데 이미 너무 지쳐버려서 사고픈 맘이 싹 사라짐)
과률루스 공항에서 인천 도착하면 찾을 짐 번호를 추가로 적어주셨다. 분명 짐 번호 티켓도 따로 받았는데 또 다른 번호였다... 중간에 번호가 바뀐건지 뭔지..아직도 미스터리..
그렇게 안정적으로 수속 후 도하행 비행기를 탔고, 도하에서는 3시간 정도 대기를 했고, 마지막 인천행 비행기를 타고는 잠-먹기-잠-먹기-잠-먹기를 최소 3번 정도 반복한 후에야 드디어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사육 당하기 딱 좋은 카타르 항공.. 근데 진짜 맛있어서 배부르고 소화 안 되어도 먹게 됨)
내리자마자 안전한 공간임에 너무나도 마음이 놓였는데 홀로 여름 차림이라 정말 추워서 그 안도감을 여유롭게 느낄 순 없었다(기내에서도 담요를 발가락까지 꽁꽁 싸매고 겨울잠 자는 애벌레처럼 웅크려 있었다.. 참 고생이 많았던 과거의 나…).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한 달간의 남미 여행이 끝났다는 해방감과 진짜로 끝났네 하는 아쉬움이 공존했다.
한 달간의 우여곡절 많았던 남미 여행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런데 여행에 대한 기록은 이 글이 마지막이겠지만 여행을 다녀와서 느꼈던 것들과 또 한 번 정리해보고픈 것들이 많아서 앞으로도 남미 여행 관련한 글은 한동안 더 쓸 예정이다. 내가 여행을 결심하고 준비했던 때는(22년 10월쯤) 코로나 이후 여행길이 풀리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기라, 정보가 최소 2-3년 전으로 최신 버전이 아니었어서 이래저래 걱정이 많았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정보가 있을 것 같긴하지만 그래도 누군가 한명이라도 참고할만한 내용을 공유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 앞으로도 종종 남미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이 글까지 쭉 봐주신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있다면 잘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그럼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
- 1년 전 여행 기록을 드디어 마친 게으른 열정러(?)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