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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꿈 Nov 03. 2022

상상의 비행기 타고

현꿈의 글 '그믐'



나의 공간에 나의 글을 남깁니다.





                 

            상상의 비행기 타고



괴물원? 제목부터

 괴물원이라니 제목부터 신박하다. 동물원은 들어봤어도 괴물원은 처음이다. 표지를 보니 괴물들이 줄지어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너희, 어디 가? 뒤표지에도 괴물들이 있다. 책을 뒤집어 보니 앞표지와 뒤표지가 이어진다. 다 같은 곳으로 가고 있구나. 괴물들이 참 많다. 괴물 대이동이다. 자세히 보니 투명한 괴물도 있고 아이 3명도 보인다. 괴물에 올라탄 아이도 있고 괴물들과 같이 걸어가고 있는 듯하다. 얘네는 왜 괴물이랑 같이 있는 거야? “위험하니까, 얼른 이리 와.” 외치고 싶다. 아이들과 괴물들의 이야기일까?


junaida, 『괴물원』, 송태욱 번역, 비룡소, 2021년


아이들의 상상 여행

 수많은 괴물들을 태우고 길고 긴 여행을 하는 괴물원이라. 시작부터 재밌겠는걸. 괴물원은 그냥 장소가 아니었다. 살아 움직인다. 신비롭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떠올랐다. 어떤 괴물들이 살고 있을까? 괴물원 안은 어떨까?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어느 조용한 밤, 괴물원이 깜빡 현관문을 열어 둔 채 코를 골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이때 괴물들이 하나둘 바깥세상으로 빠져나가 버렸다. 어떻게 될까?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에헤이 불안불안한데 이거. 마을 사람들은 무서워서 모두 집 안으로 숨었다. 나라도 “으악” 소리 지르고 도망가느라 난리가 날 것 같다. 아니 너무 무서워서 아무 소리도 안 나오려나? 밖에서 놀 수 없게 된 아이들은 집 안에서 무척 심심해한다. “아아, 심심해.”, “밖에서 놀고 싶은데.” 그러게. 참 지루하겠다. 그럼 어떡해? 꼼짝없이 집 밖으로 못 나가게 된 아이들이 요즘 아이들 같다. 그래서 이 아이들은 어떻게 했을까? 상상 여행을 시작한다.


 아이들의 눈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커다란 풍선을 부풀리자 열기구가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밑을 훤히 내려다본다. 욕조에 돛을 달아 드넓은 나뭇잎 바다로 향하기도 한다. 물 대신 들판 바다를 헤엄쳐 나아간다. “잎사귀 물보라야!” 외친다. 이 와중에도 괴물들은 마을을 계속 행진한다. 사람들을 해치거나 말을 걸지도 않는다. 어디에 홀린 듯 걷기만 한다. 이번엔 배를 잠수함으로 만들어 깜깜하고 깊은 바다로 들어간다. 그러자 바다 밑바닥에서 괴물들과 마주한다. 무섭다더니 길을 잃은 괴물들을 도와주려 한다. 잠수함을 커다랗게 만들어 괴물들을 태워주고 괴물원에 데려다준다. 마음씨 착한 아이들이다. 아침이 되자 거리에 괴물들이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 덕분에 괴물원으로 무사히 돌아간 모양이다. 마지막 장을 보며 생각해 보니 괴물들이 질서 있게 앞으로 계속 걷기만 했던 이유는 집을 찾고 싶어서 아닐까? 우연히 괴물원 밖으로 나왔는데 다시 돌아가고 싶어 계속 정처 없이 걸었던 게 아닐까?



 괴물들이 돌아가며 그림책이 끝났다.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어떻게 될까? 이제 밖으로 나와 맘껏 뛰어놀 수 있겠지? 무엇을 하고 놀고 싶을까? 가장 고대했던 것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마치 지금 코로나로 멀어진 우리가 걱정 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여럿이 함께 만나 즐겁게 어울리길 기다리는 것처럼. 그림책에는 아이들의 상상력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순식간에 다른 세상에 다녀왔다.


 다시 처음부터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니 아이들이 떠난 여행은 아이들의 방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방 안에 있던 골판지 상자로 버스를 만들었다. 나중에는 배가 되기도 하고 잠수함이 되기도 한다. 액자에 무지개 그림이 걸려있었는데 이걸 보곤 무지개 터널을 지났나 보다. 화분에 기다랗게 뻗은 식물을 보곤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를 만났나? 풍선을 보곤 열기구를 만들어 두둥실 떠올라 저 하늘 높이 쑥쑥 올라갔지? 눈에 보였던 것들로 더 큰 세상을 만들었구나. 상상 여행은 준비물이 없다.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할 때 떠날 수 있는 여행이다. 가만히 앉아 상상 여행을 떠나보고 싶은걸? 눈에 보이는 사물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어제 꾼 꿈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무엇이든 내 상상과 만나면 더 멋지겠다.



 코로나 팬데믹 3년 차, 지금까지 밖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제한되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온라인 세상에서 메타버스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고 활동했다. 조금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우리는 조심스럽다. 온전한 얼굴보다 마스크 쓴 얼굴이 더 익숙한 아이들이다. 어쩜 이 모든 게 끝나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더 어색할까 걱정되기도 한다. 이런 갑갑한 상황에 상상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아이들은 잠재된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걸 매번 느낀다. “어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놀랍다. 땅에서, 높은 하늘에서, 깊은 바다에서 또, 잎사귀 물보라를 헤엄치며 모험을 떠난다. 이런 생생한 그림들을 보니 상상력이 쑥쑥 샘솟는 듯하다. 작가의 괴물원처럼 나만의 상상력으로 세상을 만들어 보고 싶다. 상상으로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 또 상상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될 수도 있으니. 나의 바람도 상상에 실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이해할 수 없거나, 예측하지 못한 것들이 닥쳤을 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상상을 멈추지 않으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곳을 밝게 비추는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주나이다-



책을 읽고 상상력을 꽃피워봐

 괴물을 본 적도 없는데 이렇게 다양한 괴물들을 그렸다. 눈이 얼굴 곳곳에 있어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다. 하나도 빠짐없이 다 볼 수 있으려나? 큰 괴물도 있고 작은 괴물도 있다. 외계인 같이 생긴 괴물도 있고 액체 괴물처럼 흘러내리는 괴물도 있다. 이빨은 다 뾰족하고 날카로워 사나워 보이기도 한다. 늑대를 닮은 괴물도 있고 새를 닮은 괴물도 있다. 우리가 상상한 괴물의 모습도 있고 새로운 괴물들도 많다. 이런 괴물들이 나올 때 배경은 어두컴컴하지만, 괴물들의 모습은 다채롭다. 형형색색의 괴물들이 한데 모였다.



 괴물들이 등장할 때는 항상 깜깜하다. 괴물원도, 괴물들이 바깥세상으로 빠져나올 때도, 거리를 걸을 때도, 바다 밑을 떠돌아다닐 때도 배경은 어둡다. 반면, 아이들이 등장할 때는 항상 밝고 환하다. 샛노란 욕실, 새빨간 풍선, 푸르른 초원까지 아주 예쁘다. 잠수함을 타고 바다 깊이 내려갈 때도 아이들 쪽은 밝고 환했는데, 괴물들이 등장하자 새까맣게 변했다. 괴물들이 등장할 때는 어둡게 채색되어 확연히 대비된다. 이때 아이들이 불빛으로 괴물들을 비추자 괴물들에게 밝은 빛이 드리워졌다. 마치 아이들의 밝음이 괴물들에게 닿은 것처럼.


 새로운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걸맞은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니 ‘상상력’ 하나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겠구나 싶다.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책이었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크게 크게 불어날 것 같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새로운 세상에 빠져드는 기분이다.


 이 그림책을 쓴 ‘주나이다’는 일본 신예 작가인데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일본 북 디자인 콩쿠르 수상 작가라고 한다. 그림체가 너무 예뻤다. 아이들을 동글동글하게 그렸다. 아이들이 나올 때 배경들은 하나같이 다 예쁘다. 놀이동산 같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무엇이 괴물일까? 아이들과 이렇게

 괴물들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자니 아이들과 괴물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괴물은 어떤 모습일까? 괴물은 괴상한 물체를 뜻하기 때문에 상상 속에서 마음껏 만들어낼  있다. 이때 내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두려움이나 무서움이 괴물로 형상화되어 나타나지 않을까? 그럼 아이들의 깊은 마음속 상처와 어두운 면도 살필  있을  같다. “너희들은 괴물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거야?” 물어보고 싶다. 괴물들이 집이 괴물원이라 하니 아이들이 괴물원까지 데려다주었다. 아이들은 괴물들의 말을 어떻게 알아들었을까? “얘들아, 괴물들은 어떻게 말할까? 우리가 알아들을  있을까?” 아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어떻게든 알아들을 방법이 있을까? 아이들은 작고 약하지만, 호기심 천국에 용감하고 적극적이다.  책에서 괴물들에게 다가가 도와주고 마을의 평화를 되찾는 것처럼. 아이들이라면 왠지 괴물들과 어떻게든 소통하려고 노력할  같다. 포기하지 않고. 그럼 괴물들과 이야기도 나눌  있겠는걸.





아직은 글쓰기가 낯설고 어렵지만,


이런 글 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현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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