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배움
어떤 아이들과 어떤 한 해를 보내게 될까? 아이들은 친한 친구랑 떨어지기 싫은 마음, 작년 반을 그리워하는 마음, 낯설고 두려운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선다. 같은 반이 될 친구들은 어떨지, 선생님은 어떨지 참 궁금하고 설레는 마음도 있지만 걱정이 앞서겠지? 아이들만 그런 건 아니다. 선생님들도 전날 잠을 설칠 정도로 걱정 한가득 떨리는 마음으로 첫날을 맞이한다. 경력 많은 베테랑 선생님도 가장 떨리는 순간이 바로 3월 개학이 아닐까 싶다. 올해는 어떤 한 해를 보내게 될까? 첫 만남에 올 한 해를 그려보기도 한다. 이렇게 만나 우리가 함께 올 한 해를 보내겠구나.
그렇게 첫날을 맞이했다.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아이들의 눈에 나는 어땠을까? 다들 어떤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와 자리를 찾고 앉았을까? 내 심장 소리가 들리는 만큼 아이들의 표정도 낯섦과 두려움으로 가득해 보였다. 많은 사람 중 우리가 이렇게 만났다. 새로운 인연으로 맞이했다. 이렇게 함께 아이들끼리 잘 어울리고 선생님과도 합이 잘 맞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런 경우는 잘 없지 않을까? 사실 사람은 다 달라 안 맞을 수밖에 없다. 자주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그러다 또 화해해 아무렇지 않게 잘 어울린다. 여느 교실의 흔한 모습이다. 안 맞는 부분도 있겠지만 잘 지냈으면 좋겠다. 함께 잘해보고 싶다. 올 한 해 아이들이 느끼고 배우는 것도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학급 운영이 참 중요하다. 우리 반이 어떤 반인지, 어떤 아이들인지에 따라 학급 운영이 천차만별이다. 예상은 빗나가고 계획을 전면 수정하기도 한다. 그래도 시간이 날 때 틈틈이 학급 운영법을 찾아보며 나름 준비를 했다.
어떤 학년, 어떤 아이들을 맡아도 잘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연수도 찾아 듣고 학급 운영 책도 읽으며 다가올 새 학기를 부지런히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1학년이면 어떡하지? 너무 아기들일 것 같은데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줘야 하는데 울면 어떡하지? 걱정이네. 6학년이면? 사춘기인 아이들도 많을 텐데. 반항하는 아이도 있을 텐데. 뭘 해도 아이들 반응이 미적지근하면 나만 어색하고 민망해서 상처받는 거 아니야? 여러 시나리오가 그려지며 앞이 새까맣게 보이기도 했다. 학급의 하루하루는 사실 힘들다.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게 초등학교 교실 아닐까? 바람 잘 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배터리가 방전되기 십상이다. 그러다 내가 나가떨어질까 걱정이다. 열정 넘치게 첫발을 내디뎠지만 결국 시들어간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곤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면 어떡하지? 그때는 내 발로 떠나야 하나? 무척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학급의 하루, 학급의 일 년을 아이들과 행복하게 보낼 특별한 방법을 기필코 알아내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며 노하우를 배우기도 하고 나만의 방법도 생각해보았다. 실제로 학급에 적용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이 떠올랐다.
그래서 내가 맡은 학년은? 그렇다. 올해 내가 맡은 학년은 6학년이다. 올해도 4학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역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6학년은 부담되는 부분들도 많지만 그래, 한번 해보자. 호기롭게 시작했다. 지금은 학부모 상담 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얼마 만의 대면상담인지 27명의 학생들 중 거의 모든 학부모님과 상담해보니 모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내가 봐도 아니 객관적으로 봐도 이렇게나 예쁘고 성실한 아이인데 부모님들의 눈에는 걱정거리만 보이시나 보다. 걱정 한 보따리를 짊어지고 계셨다. 역시 내 아이는 너무 소중하고 또 작은 것도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나 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선생님.” 간절한 물음에 내가 아는 최선의 방안을 나누며 50분씩 상담에 체력을 쏟아내다 이 책에서 배운 것들을 아이들과 해보면 부모님들이 걱정하시는 바도 덜 수 있겠다 싶었다.
6학년이다 보니 이성 교제를 하는 아이들이 확실히 많다. 이성 친구를 사귈 때 신체적 접촉 등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선과 올바르게 이성 교제하는 법 등 어머님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을 함께 고민했다. 어떻게 지도할 수 있을까? ‘성’, ‘이성’에 대한 접근은 어렵다. 그래도 같이 이야기 나눠 보고 싶다. 아이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부모님께는 말하지 말라고 비밀이라고 신신당부하며 남자친구, 여자친구 이야기를 설레서 하는 아이들이니 그래도 학교에서 나에게는 친구에게는 조금 털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사랑’으로 접근해보고 싶다. 맥 바넷, 카슨 엘리스의 『사랑 사랑 사랑』이라는 좋은 책을 소개받았다.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한 한 소년이 답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여정을 담은 책이다. 답이야 없겠지만 아이들도 소년을 따라 고민하다 보면 생각하는 바가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일까? 부모님의 사랑, 형제·자매·남매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 반려동물과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생각나는 사랑이 많을 것 같다. 아 참! 선생님의 사랑도 느꼈을까? 이렇게 많은 사랑을 이야기하며 아이들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지 정의해보면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의 시작이라는 것을 아이들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오누이 활동’도 꼭 해보고 싶은 활동이다. 오누이 활동은 이름처럼 6학년과 1학년이 오누이가 되어, 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활동이다. 멘토·멘티처럼 여러 활동을 같이해볼 수 있겠지만 6학년 언니, 오빠, 누나, 형이 1학년 동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책 읽어 주는 오누이’ 활동이 딱 좋겠다. 보자마자 이건 꼭 해보고 싶었다. 부모님이 자기 전 폭신한 이불 속에서 들려준 이야기처럼 동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어른의 시선과는 또 다른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림책을 읽어주기 때문에 더 와닿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중간에 여러 이야기도 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다 보면 그림책을 깊이 이해할 수도 있지만 요즘같이 외동인 아이들이 많을 때 서로의 형제·자매·남매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이 활동으로 1학년 아이들은 도움과 사랑을 받을 수 있지만 6학년 아이들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과 그 경험만으로도 기쁨, 뿌듯함,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겠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그림책을 시시하게 느끼거나 독서량이 현격히 주는 아이들이 많은데 1학년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책을 먼저 읽어보고 선별하며 독서 습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들의 자존감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책임감도 얻으며 1학년과 6학년이 함께 성장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된다.
물론 6학년 아이들이 1학년 아이들보다 훨씬 키나 덩치가 커서 조금은 겁날 수도 있고 혹시나 무심코 거친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우리가 모두 작고 귀여운 생명체를 보면 어쩔 줄 몰라 하며 사랑과 소중함의 감정을 느끼듯 1학년 동생들 앞에서는 의젓하고 멋진 선배의 모습으로 보살펴주고 싶어 할 테니 언행에 주의하며 한 걸음씩 다가가지 않을까? 당연히 오누이 활동 규칙을 함께 정하고 잘 이행하는지 서로 지켜볼 것이며 아이들도 좋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시작해야겠다.
우리 반으로 함께 지내며 아이들 간의 소속감 역시 중요하다. 우리 반 학급 교훈 “너와 나, 함께해서 더 행복한 우리”처럼 협력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활동이 있다. ‘협동해서 풍선 치기 활동’이다. 6~8명이 한 팀이 되어 바닥에 둥글게 앉아 옆 친구와 손을 잡는다. “도전!”을 외치고 풍선이 둥근 원 안으로 들어오면 잡은 손이 떨어지지 않은 채로 풍선을 떨어뜨리지 않게 친다. 머리보다 높게 풍선을 쳐야 하고, 손, 머리, 발 등 모든 신체 부위를 활용해 칠 수 있다. 이때, 손이 끊어지거나 엉덩이가 바닥에서 떨어지면 안 된다. 팀별로 성공한 횟수를 합해 반 전체 목표 횟수를 달성했으면 성공이다.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지는 게임이 아니라 반 전체 다 같이 성공 또는 실패하는 것이라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막고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며 한마음 한뜻이 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 기대된다.
이 외에도 공경과 감사, 공감과 소통, 배려와 격려, 개성 존중과 조화, 감정과 정직, 책임과 협력, 자신감과 용기, 사랑, 역할과 예절 등 주제별 인성 교육과 더불어 여러 학급 운영법을 다루고 있어 “이런 게 있구나. 이건 해봐야지. 이 그림책으로 이런 활동도 할 수 있구나. 이건 처음 보는 책인데 이때 쓰면 딱이네.” 이런저런 생각들이 샘솟아 또 내 안의 열정이 피어나는 게 느껴졌다. 여러 생각들이 꽃피는 살아 있는 교실을 함께 만들어가야지.
이 책은 선배 교사가 후배 교사인 나에게 전해주는 학급 이야기 같았다. 생생한 학급살이에 몰입해 이걸 내가 해보면 어떨까 상상하며 읽어 내려갔다. 진짜 옆에서 노하우를 듣는 기분이었고 어떤 책을 어떤 수업에 적용해보면 좋을까 고민하며 아이들과 함께해보고 싶은 활동들이 많이 생겼다. 내가 먼저 그림책을 읽어보고 찾아보며 수업을 구상해보고 아이들과도 함께 찾아봐야겠다. 아이들이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 때도 많으니 말이다. 올해 새롭게 만난 각양각색의 아이들과 소중한 인연, 이 값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오늘도 고민하고 있다. 힌트는 역시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들에게 있었다. 물론 내가 또 찾아 나서야 하는 것도 많지만 말이다. 여러 선생님의 노고로 오늘도 많은 교실에서 예쁜 아이들과 좋은 선생님들이 뜻깊은 하루를 쌓아가고 있구나. 이건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 어떻게 접근해야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 너무 어렵지는 않을까? 너무 먼 얘기 같지는 않을까? 지루하게 느끼진 않을까? 숱한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이 정성과 노고를 디딤돌 삼아 나만의 학급 경영 철학을 가지고 학급 운영을 해보려고 한다.
이제 만난 지 어느덧 3주가 지났다. 서로 모르는 것들도 있고 맞춰가야 하는 것도 있지만 올해 나를 만난 아이들이, 이렇게 만난 우리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함께하는 이 시간을 아깝고도 소중한 시간으로 여겼으면 좋겠다. 작년 아이들과 내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처럼 올해 우리 반 아이들과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이 아이들의 마지막 초등학교 시절을 예쁜 추억들로 수놓아 잊지 못할 시간으로 채워주고 싶다.
글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현꿈-